中 AI 딥시크 공포…"중국에 허 찔렸다" 백악관도 충격 > 경제기사 | economics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 앱아래과 미국 오픈AI의 챗GPT. /로이터=뉴스1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고성능 칩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저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왔던 미 빅테크업계는 물론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왔던 미 정부도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미국보다 먼저 발사한 것을 빗댄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개방형 오픈소스라는 점에서 미국이 글로벌 AI 개발 생태계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 20일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된 AI 모델 R1을 선보였다. R1이 오픈소스로 풀리면서 실리콘밸리 AI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성능과 추론 능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의 마크 안드레센 창업자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딥시크 R1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평가했다.

오픈AI의 연구자 노암 브라운은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컴퓨팅만으로 강력한 AI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빅테크 AI 개발비의 10분의 1…임원 1명 연봉으로 시장 흔들어

챗GPT가 생성한 컴퓨터 화면 이미지에 표시된 오픈AI 로고. /AP=뉴시스

실리콘밸리에서는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의 성능보다 딥시크가 공개한 개발 비용에 더 주목한다. 딥시크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가 지난달 말 공개한 딥시크-V3 개발비는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로 메타가 최신 AI 모델 라마3′ 모델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구글이나 메타 등 미국 빅테크업체 임원 1명의 연봉으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 AI 모델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딥시크가 지난주 공개한 R1 개발비도 오픈AI의 27분의 1 수준이다.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AI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1억달러약 1430억원에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JP모건의 산딥 데슈판데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800억달러, 메타는 최근 60억~650억달러 사이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렇게 상당한 금액이 미국 AI 투자에 유입되는 와중에 딥시크가 매우 효율적이고 자원이 덜 드는 AI 모델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면서 AI 투자 사이클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일 수 있고 더 효율적인 미래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로스의 분석가 로히트 쿨카르니는 "스타게이트를 포함한 미국 기업이 AI 데이터 센터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믿는데 미국 기업들은 자본이 무한정 있다고 착각하는 오류에 빠진 것 같다"고 짚었다.

대중 수출규제 한계 노출 지적…"中에 허 찔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 오라클 래리 엘리슨 회장,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배석한 가운데 향후 4년 동안 최소 5000억원달러를 투자하는 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AFP=뉴스1

업계에서는 미국이 주도한 고성능 AI칩 수출규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22년 8월 중국군이 AI 구현 등에 쓰이는 반도체 제품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딥시크 V-3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CNN 방송은 "잘 알려지지 않은 AI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과는 미국이 지난 수년 동안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중국 공급을 제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딥시크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AI 학습용 첨단 칩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딥시크의 성과는 미국의 무역제재가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이 AI 분야에서 중국을 꾸준히 견제했지만 중국이 허를 찔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본다. 고가의 미국 칩이 없어도 미국 빅테크업계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미국의 압박에도 나름의 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월가의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스리니 파주리는 "딥시크는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공급업체만큼 많은 컴퓨팅에 접근할 수 없는데도 어떻게든 경쟁력이 높아 보이는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안팎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AI 연구개발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개발한 최첨단 AI 모델이 폐쇄형인 데 비해 딥시크의 AI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사용과 수정이 자유롭다. 오픈소스에 기반한 최고의 AI 기술이 중국에서 나올 경우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서 중국이 AI 개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딥시크 AI 모델의 성능은 미 정부의 무역 제재가 가져온 의도치 않은 결과"라며 "미국의 반도체 칩 무역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술자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오픈소스 도구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의 전 임원이었던 잭 카스는 "딥시크의 사례는 자원 제약이 종종 창의성을 촉진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AI 과잉투자론 확산…뉴욕증시 급락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 앱왼쪽과 미국 오픈AI의 챗GPT. /로이터=뉴스1

시장에서는 딥시크 충격이 기존 빅테크업체의 과잉투자론으로도 옮겨붙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딥시크의 성공은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AI 기업들이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메타은 올해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650억달러약 93조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AI 관련주가 대거 급락세를 보인 것도 이런 문제제기와 직결된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거래일보다 16.97% 하락 마감하면서 시가총액이 5890억달러약 863조원 증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금까지 시장은 구글이나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 회사에 막대한 프리미엄을 줬다"며 "딥시크가 기존 AI 기업의 지출에 의구심을 자극하면서 더 광범위하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딥시크 충격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실리콘밸리 빅테크업체가 조직 재정비에 나서면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데다 미국이 데이터 안보를 강화하면서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업체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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