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탄핵뿐만이 아니다…"전멸 위기" IT업계 4가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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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은 국내 IT업계, 왜 떨고 있나
■ 경제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더 강한 미국 중심주의와 ‘경제적 내셔널리즘’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다. 유럽 등 주요 시장도 자국 기업 보호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해 전력질주 중인 한국 IT기업·스타트업들은 그 영향권 한가운데에 서 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처한 나라 안의 근심 역시 만만치 않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고, 환율·주가 등이 요동친다. 동시에 정치권 일각에선 규제 강화의 칼날을 갈고 있다. 불확실과 불안이 수없이 중첩된 상황. 덩치 큰 IT기업도, 스타트업도 함께 떨고 있다.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미국 회사와 특허 기술 판매 협상 중이던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A사는 최근 협상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기업 공동연구와 투자를 제한하는 미국 정부 기조를 배경 삼아 상대회사가 기술 구입비용을 크게 낮추려 할 것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2.0’의 영향이 벌써 국내 벤처기업까지 미치고 있는 것.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시대엔 인공지능AI 등 IT 분야 역시 온전히 ‘국경 없는 산업’으로 남긴 힘들다. 한국에 대한 견제와 압력은 이미 가시화됐다. 지난달 17일 미국 기업들을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디지털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한국의 접근 방식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다. 하루 뒤 국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 등 관련 법안 공청회가 열리는 것을 겨냥한 입장표명이었다. 미국 산업·기술 분야 싱크탱크인 ITIF정보기술혁신재단도 지난달 9일 보고서를 통해 “온플법이 미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규제 품목이 확대된 것처럼 AI도 관련 상품에서 기술까지 규제가 넓어질 수 있다. 한국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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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골적 자국산업 보호…EU·중국·일본 ‘방비책’ 쌓아
◆‘눈눈이이’의 글로벌 확산=주요 국가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국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며 ‘트럼프 2.0’에 대비하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셈. 유럽연합EU은 그동안 IT 분야에서 촘촘하고 강한 규제 장벽을 쌓았다. 2018년 만든 개인정보보호법GDPR, 2013년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등이 대표적. 미국은 DMA에 대해 “미국 빅테크에 수십억 달러 손해가 발생하고 중국 기업에 시장을 넘겨줄 수 있다”고 비판하지만,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더 강한 대응을 요구하는 유럽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스위스 가상망VPN 서비스 ‘프로톤’ 창업자 앤디 옌은 지난해 11월 한 스타트업 콘퍼런스에서 “유럽 지도자들도 ‘유럽 우선주의’를 내세워 달라”고 했다.
김영옥 기자
◆기로에 선 한국 IT=대외 환경이 격하게 요동치는만큼, 한국의 기술·투자 생태계도 시험에 들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폭풍은 역시 ‘트럼프 2.0’. 한 육아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앞으로 한국에서 미국 사업을 할 수 있는 문은 더 좁아질 것 같아 아예 미국에 회사를 차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서류작업 등에만 수억원이 들고 운영비도 감당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벤처기업협회가 4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지난달 2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2.3%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가 경영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 영향을 예상한 건 10.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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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탄핵정국 겹친 한국…‘무역장벽’에 해외 진출 막혀
이런 상황에서, 투자 가뭄도 심화되고 있다. 스타트업 분석 매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대상 투자 규모는 5조 6426억원으로12월 15일 기준, 2023년7조 4684억원보다 33% 감소했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장은 “대기업도 투자를 줄이는 곳이 많고 민간 자금이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도 굉장히 줄어들 것 같다. 전망이 안 좋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진출을 정답이자 돌파구로 여겨온 한국 기업들인만큼, 주요국들의 ‘무역 장벽 쌓기’와 경기 불황까지 겹친 대외 환경 변화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국내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비상 계엄과 탄핵정국 때문이다. 정치권 지형 변화는 규제 정책의 궤도 변화와 직결된다. 탄핵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IT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해 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당력을 집중해 온플법을 제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기조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기존에 야당이 추진한 주요 규제 법안이 추진력을 얻으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규제’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경민 기자
◆공정인가, 역차별인가=문제는 다른 주요 시장에 비해 한국 경쟁 상황이 복잡하고, 규제 영향을 예측하기도 그만큼 더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식 경제 내셔널리즘에서 보호 대상이 되는 건 자국 빅테크며, 유럽·일본 등이 ‘반독점’ 원칙 아래 빅테크를 견제하면 힘을 얻는 곳 역시 자국 기업들이다. 반면 한국에선 네카오로 대표되는 토종 IT·플랫폼 서비스들이 아직 빅테크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셈법이 더 복잡하다.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처럼 대놓고 국내 기업 편을 들긴 어렵고, 유럽식 일괄 규제를 해도 빅테크 대신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 “반독점 규제라는 공정해 보이는 칼이 유럽에선 자국 산업을 보호하지만, 국내에선 내부를 향하는 칼이 될 수 있다”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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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도 사실상 토종만 옥좨…그사이 빅테크 한국서 ‘활개’
이런 배경 속에 국내 시장을 노리는 해외 기업도 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는 수차례 공략에 실패했던 한국 시장에서 다시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0일 티맵모빌리티부터 합작회사 지분을 전부 사들이기로 하며 독자 경영에 나섰다. 국내 시장 지배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각종 제재와 규제로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경민 기자
◆불안한 기업들, 새해 소망은=성장 대신 최소한 생존이라도 하길 바라는 스타트업들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커머스 사업을 준비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받기 위해 우리 사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많이 줄었다. 정부라도 빠르게,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또 “빅테크와 경쟁하는 우리 기업도 보호해 달라. 최소한 역차별은 받지 않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리적·방어적 차원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정부 규제를 회피하거나 사회적 요구에 반기를 드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 힘을 싣는 게 전략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는 본사 이익과 전략이 최우선이지만, 국내에 뿌리를 둔 기업은 규제 당국과 이해관계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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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윤상언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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