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조국 없다…이재명이 중도보수론 꺼낸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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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5-02-20 05:01 조회 1 댓글 0본문
170석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정당인가 보수정당인가. 갑작스러운 이념 좌표 논쟁이 정치권을 덮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밝히면서다. 반도체 특별법 ‘주52시간 특례’ 조항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포함 여부를 두고 ‘우클릭이냐, 도로 좌클릭이냐’ 논란이 채 마무리되기 전에 민주당 정체성 논쟁에 새로 불을 붙인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이 대표는 이달 들어 구체적인 정책 각론을 두고 좌우를 넘나들며 혼선을 빚어왔다. 반도체 연구·개발Ramp;D 분야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는 방안을 수용하는 듯 했다가, 근로시간 특례 조항을 뺀 채 반도체법을 처리하는 쪽으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추경안 쟁점인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도 이 대표는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사흘 뒤 발표한 추경안에서 1인당 25~35만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을 포함시켰다. 그런 이 대표가 현대차 아산공장20일, 양대 노총21일 방문을 앞두고 총론 차원의 ‘중도보수 정당론’을 꺼낸 것이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을 ‘극우’로 가두고, 중도층을 끌어당기기위한 프레임 전략"으로 분석한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12·3 계엄 이후 보수 정당이 ‘윤석열 지키기’에 몰두해 법치주의 같은 보수적 가치를 버리고 극우정당으로 변질했다”며 “그들이 비워놓은 자리를 우리가 조금 확장해 가져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 역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대한민국 이념 지형이 왜곡돼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계엄 옹호 세력이 보수 포지션을 과도하게 점유한 걸 정상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외친다고, 실제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겠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내가 이렇다’고 해서 바뀌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언행이 쌓여 만들어내는 시간의 축적물”이라며 “작년까지 노란봉투법이나 양곡관리법 같은 법안을 마구잡이로 던져 놓고 ‘중도보수’라고 선언하는 건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 인사 역시 “사회경제적 의미의 중산층과 이념 지형에서의 중도는 엄연히 다른 차원인데, 이 대표가 그 둘을 동일시하다 보니 국민 입장에선 뭔가 엇박자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운데, 김두관 전 의원오른쪽, 박용진 전 의원이 18일 경기 광명시 KTX 광명역에서 열린 비명계 인사들 모임
‘보수 정당’을 자처해 온 국민의힘도 맹비난을 쏟아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도보수는 말로 되는 게 아니라, 헌법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시장경제 활성화해서 기업들이 마음 놓고 경영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라며 “우클릭하는 척하다가 양대 노총이 반대하면 바로 접는 사람이 중도보수라고 주장한들 누가 믿겠냐”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마디로 양두구육,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것”이라고 했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사 사칭’에 이은 ‘보수 사칭’”이라며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정치 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이미 국민 판단이 끝나 있는 사안이라면, 최근 정체성 논란은 중도층에게 오락가락하는 정체성을 폭로한 새로운 기회”란 해석도 내놓았다. 이번 발언이 이 대표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5당 대표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는 이날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 대표들과 만나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를 구성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등 내란 종식 ▶부정선거 음모론 엄벌 ▶민주주의·기후·경제·안보·불평등 위기 해소 등에 공동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도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의 범야권 연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대선은 ‘진보 대 보수’의 일대일 구도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심상정도 조국도 없지 않으냐”며 “진보 쪽에서 이탈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이 대표가 마음 놓고 ‘합리적 보수’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강보현·조수빈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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