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 1인자가 졸지에 마당 쓰는 신세로…간부들 벌벌 떨게 한 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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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김정은 밑에서 살아남기, 북한 간부들이 사는 법 -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대한민국 외교·안보를 꿰뚫다, 벙커버스터.
김정은이 불같이 화를 냈다, 간부들이 처형됐다, 북한 매체나 우리 정보당국을 통해서 가끔씩 들을 수 있는 북한 소식입니다. 김정은 체제 하에서 북한 간부 사회는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북한 간부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와 함께 김정은과 북한 간부 사회의 실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은의 반말은 당연?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말은 뭐 거의 다 반말이죠. 북한 사람들은 나는 수령 앞에 선 전사고 저 사람은 수령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수령 앞에 섰을 때 수령이 나한테 반말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오히려 나한테 존댓말을 하면 불안해지는 거예요. 아, 이거 갑자기 왜 이러지.
북한 TV를 보면 김정은하고 눈만 마주쳐도 나이가 한참 많은 고위 간부들이 자동으로 일어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위 간부들이 이렇게까지 얼어있는 이유가 뭘까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에서 김정은이 집권한 후에 제일 큰 사건이 장성택 처형이지 않습니까. 장성택이 처형된 기본 원인이 수령에 대한 자세와 입장 문제였거든요. 수령에 대한 자세와 입장이 바르지 않은 놈은 우리 사회에서 필요없는 놈이다, 반당분자고 종파분자고 이 사회에서 살 자격이 없다.
의도적인 건방짐이나 이런 태도로 인식되면, 김정은이 나를 감시하는 게 아니고 주변에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일꾼들이 항시적으로 나를 감시하죠. 저 사람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 보고 있다가 실제 처벌은 그 사람들 몫이거든요. 그 사람들이 무서워서 자세를 항상 바로 가지고. 북한에서는 김 씨 일가 제외하고는 조용원이든 최룡해든 그가 누구든 다 똑같은 전사입니다. 언제든 처형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죠.
이렇게 살얼음판 위에서 간부 생활을 하다 보니, 김정은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라고 합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정은이 현지 시찰 갔는데 뭐가 눈에 거슬렸어요. 막 화가 난 상태니까 뭐 누구한테 물어보려고 이렇게 머리를 돌리니까, 여기 있던 사람들이 막 이렇게 비킨다는 거예요. 또 이쪽을 보면 이쪽으로 사람들이 다 비키고, 그 정도로 사람들이 그 순간만큼은 눈에 띄지 말아야지 해요. 눈에 띄면 바로 그 사람이 모든 책임을 쓸 판이니까.
보신주의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김정은 정권의 간부 사회. 김정은 지시가 현실에 맞지 않더라도 다른 의견을 낸다는 건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김정은이 지시를 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정말 충심을 담아서 이건 이렇게 좀 해야 되지 않을까요라는 진언을 올리는 게 가능합니까?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불가능합니다, 절대적으로. 그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죠. 김정은 말씀이 내려오면 그거는 절대성, 무조건성을 띠는 거죠. 그 어떤 경우에도 반박을 못 합니다.
그러면 그게 다 잘 되느냐. 아니거든요. 잘 안 될 때가 많죠. 그러나 잘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해야 합니다. 왜, 내가 창발적으로 내가 생각해서 했던 게 잘 안 되면 내가 책임을 지지만, 이거는 김정은이 하라고 해서 한 겁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안 됩니다라고 해서, 왜 안 된 이유를 반영을 해서 다시 보고하면 그걸로 끝나죠. 패배주의가 좀 있다 이런 비판은 받겠지만 죽을 일은 아니거든요.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그러면 간부 입장에서는 일이 실질적으로 잘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건 아니네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이게 잘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김정은 말씀대로 했냐 안 했냐 이게 중요한 거거든요.
황병서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총정치국하고 김정은 사이에 문건을 보고하는 전산망을 관리하는 사무실, 총정치국 사무실에 화재가 나서 전소됐어요. 황병서가 김정은한테 전화하면서 "원수님, 원수님 사무실하고 연결된 전산망 사무실이 다 불타서 컴퓨터가 다 전소됐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이게 회복될 때까지는 원수님께 보고하는 문건을 프린트해서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 넘겨줘서 원수님께 보고하는 걸로 지금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던 김정은은 곧 전화를 해서 황병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무실을 사무실로 표현한 것, 당 중앙위원회에 문건을 건네준다는 표현을 쓴 것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정은이 황병서에게 수령이 일하는 공간이 사무실이냐 집무실이냐, 두 번째 당 중앙위원회가 장마당이냐. 문건을 넘겨준다는 게 무슨 소리야. 당 중앙위원회에 문건을 보고하게 돼 있지, 네가 문건을 넘겨준다는 게 말이 되냐.
김정은이 일하고 있는 당 중앙위원회를 존엄 있게 대하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이 일로 군부 1인자였던 황병서는 혁명화 처벌을 받아 졸지에 마당 쓰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황병서가, 거의 70이 되는 총정치국장이 해임이 돼가지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마당을 쓸었어요. 한 3개월 정도 쓸었다는 것 같아요. 혁명화로 좌천이 되면서 마당을 쓸었다는 거예요.
이른바 황병서 사건이 북한 간부 사회에 미친 여파는 컸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군부 1인자가 날아가는 판이니, 단어 하나하나에도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전보를 보내잖아요. 해외대표부에서... 보통은 어떤어떤 일을 했음 하는데, 당 중앙위원회에 보내는 전보는 어떠어떠한 일을 했음을 보고함 이렇게... 당 중앙위원회를 존엄 있게 대하라고 그때 불호령이 떨어지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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