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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엘리트보수에 없는 것…한동훈, 소외층 배려·복지 살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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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4-08-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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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정경훈 기자] [the300][MT리포트] 위기의 보수, 부활의 길은③

[편집자주] 보수의 위기다.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세 차례 연속 패했다. 일각에선 "보수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양 날개로 나는 새처럼 정치도 한쪽 진영이 무너지면 건강할 수 없다.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보수의 재건을 위해 어떠한 핵심 가치를 새롭게 내세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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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임이자오른쪽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4.08.07.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맞지만, 정부여당이 대안 없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한 대표의 접근은 최근 국민의힘 주류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격차 해소, 취약계층에 대한에 대한 감수성을 보여준단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부여당은 그간 25만원 지원법을 13조원 현금살포법이라 규정하고 건전재정 기조에 맞지 않는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기재부식 논리로 일관해왔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25만원 지원금을 다른 형태로 논의할 여지가 있나란 기자들의 질문에 "약자를 지원하고 약자 편에 서는 정치를 할 거다. 그런 차원에서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 여러 방법을 정치를 통해 찾아내겠다"고 했다. 국민 눈높이를 줄곧 강조하고 있는 한 대표는 고금리·고물가에 당장 몇 푼 현금 지급이라도 절실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단 입장을 보였다.

한 대표의 고민은 현재 보수가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산업화와 고도성장 시대를 지나 전 세계적인 저성장에 접어든 지금 보수정당은 더 이상 성장만을 부르짖을 수 없다. 복지와 배분은 21세기 들어 시대정신이 됐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3연속 총선에서 패배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정신의 변화를 읽지 못한 탓이 크다고 진단한다. 검사·엘리트 관료 출신들이 주류세력이 돼 정책을 펴는 동안 서민·청년·여성 등과의 괴리는 커져갔다. 국민의힘은 서민과 괴리된 부자정당 이미지가 확고해졌다. 지지 기반이 갈수록 좁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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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4.08.15. /사진=뉴시스
변화의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0년 총선 참패 직후 등판한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약자와의 동행, 서진정책 등 을 DNA를 심는 혁신을 시도했고, 이런 외연확장은 2022년 대선 승리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3년째 강조하고 있는 자유주의도 보수의 수구화, 왜소화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진화된 형태로, 부의 불평등이라는 자유주의의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평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를 접합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는 자유지상주의에 가까우며 굉장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협소한 자유의 이념이다. 통치의 양상은 자유와 어울리지 않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공정사회론을 내세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양극화와 승자독식 경제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기치를 들었다. 과거 보수 정부조차 정의, 복지 강화라는 진보적 가치를 통합하는 시도를 했단 것이다. 윤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자유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퇴행적인 양상"이라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애초에 복지국가를 처음 도입한 건 보수주의자인 비스마르크였다"며 "복지는 보수가 체제를 안정시키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개혁, 연금개혁도 보수의 아젠다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정지지율 하락을 감수하고 노동·연금개혁을 관철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았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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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8.15. chocrystal@newsis.com /사진=뉴시스
보수가 공공성과 공존, 사회 통합 등 공화주의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단 지적도 많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공화주의는 국가와 민족,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고 양보할 수 있는 것인데 현재 보수는 이런 것들이 개인의 이익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자유주의로 돌아서버렸다"며 "공화주의와 자유주의 양 축에서 한 축이 무너지고 나니 승자독식의 정글만 남게 됐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주창하는 자유주의는 준법정신, 법질서를 기본 원리로 삼는데 사회의 다양한 직역,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노블리스 오블리주 등 공동체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했다. 한 대표가 정치를 시작하며 자주 언급했던 동료시민은 현재 보수가 취약한 공화주의적 가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원책 변호사는 "국민이 답답한 것은 고물가 환경에서 소득이 늘지 않는 것, 일자리 부족, 버는 돈보다 써야 하는 돈이 훨씬 많은 적자 살림"이라며 "우리 헌법 전문엔 전세계 어디도 없는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대학 강연 나가서 젊은이들에게 지금은 누구나 노력하면 다 잘살 수 있지 않은가라고 하면 펄쩍 뛴다. 기회 균등이 확대되는 정책을 정부가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자유는 경제적 자유도 있지만 정치적 자유도 있다.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적인 복지 서비스, 정치적 참여 확대를 통해 효능감을 높여주는 형태로 보수가 삶의 질 문제에 착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21세기 시대정신에 가까운 복지 강화, 재분배,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국민의힘에 굉장히 박약하다"며 "당의 체질이 변해야 하고 인물들의 면면도 바뀌고 정책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세력이 이걸 외면하면 집권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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