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李의 눈물겨운 아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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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표, 선고 공판 아내에 글
“사랑한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
尹대통령은 일주일 前 회견서
“내 아내는 순진… 악마화시켜”
“사랑한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
尹대통령은 일주일 前 회견서
“내 아내는 순진… 악마화시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에서 환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원고지 9매 분량의 글에서 이 대표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한 심정을 절절히 담았다. 글은 ‘가난한 청년 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에서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재판받는다며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혜경아 사랑한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로 이어지는 이 대표의 글은 ‘혜경아, 사랑한다’로 끝이 났다. 중간에 ‘남편 일 도와주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조금의 용돈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면서 아내를 변호하기도 했다.
국민은 일주일 전에는 대통령의 아내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을 둘러싼 질문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저와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했지만 사과謝過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답변을 반복했다.
김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니, “아내가 내게 온 휴대폰 문자들을 밤새 남몰래 답장했다. 순진한 면이 있다” “제 처를 악마화시킨 것이 있다”는 말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라고 변명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국민에겐 변명으로 들렸다.
윤 대통령은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원만하게 해야 된다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될 것”이라며 오히려 김 여사를 감싸기도 했다. 이 대표도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아내 김씨에 대해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고 수년 동안 백 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 수사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사실상 입법권을 쥔 제1당 대표에게 아내에 대한 사적 감정보다는 공적 엄정함을 기대했다. 하지만 상대 진영의 ‘악마화’와 ‘정치보복’ 탓을 하며 아내 사랑 경쟁을 벌이는 듯한 두 정치 지도자를 지켜보는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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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혜 기자 jihe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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