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군부대에선 약 배송 안 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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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섬들만 가능지역 지정

일러스트=김성규
정부가 비대면을 통한 의사 진료 후 원격 약 수령을 벽지, 도서 등 일부 지역에 허용하고 있지만, 약국이 주변에 없는 외진 지역에 위치한 군부대에서는 이런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총 1445명의 군 장병이 이 회사 앱을 통해 2380건의 약 배송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때는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퀵 서비스와 택배를 통한 약 원격 배송을 지역 제한을 두지 않고 허용했던 시기다. 월평균 125건, 일평균 4건꼴로, 배송 방식은 택배와 퀵 배달이 각각 2021건, 339건이었다.
그러나 2023년 6월 정부는 약 배송은 원칙적으로 금지시켰다. 정부는 당시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정착시키겠다”면서 섬·벽지 지역과 거동 불편자,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대리·재택 약 수령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닥터나우 집계 결과, 2023년 6월 이후 주변에 약국이나 병원이 없어 ‘오지’에 가까운 군부대에서는 비대면 약 배송 이용 실적이 제로0로 떨어졌다.
이는 인구가 적은 소규모 섬들만 비대면 약 배송 가능 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벽지도 일부 지자체의 ‘리’나 ‘길’ 단위로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군 부대 숫자 자체가 적은 것이다.
앞서 2021년 10월~2023년 5월 군 장병들의 약 배송2380건 중 가장 많았던 건 여드름 관련 약1041건과 그 밖의 피부과 처방 약566건, 감기·독감 약159건, 코로나 약138건, 탈모 약88건, 이비인후과 약73건, 내과 약46건, 정신건강의학과 약24건 등이었다.
현재 진료가 필요한 장병들은 의무대에서 군의관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거나 군의관 승인하에 군 병원을 찾는다. 외출을 허가받고 민간 병원에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복무 중인 한 병사는 “경미한 감기나 피부 약, 탈모 약 등을 처방받으려고 외출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장병들이 민간 병의원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원격 약 배송은 번번이 약사들이 반대하고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확대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약 배송이 안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뿐이다. 약사들은 대형 약국으로 약 배송이 쏠려 소규모 약국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발한다. 또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으며, 의약품을 오남용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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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오유진 기자 oujin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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