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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은 돌도 뚫는다? 콩가루 정보사령부는 종이도 못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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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3회 작성일 24-08-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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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육군 중장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원천희 본부장은 최근 정보사의 기밀 유출과 장군간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국방정보본부장은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과 예하 정보부대정보사령부, 777사령부 지휘관을 겸직해 ‘3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요즘 정보사령부정보사가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국외에서 신분을 감추고 대북 첩보활동을 하는 비밀 정보요원블랙의 신상정보 등을 유출한 혐의로 정보사 소속 5급 군무원이 구속됐고, 정보사 ‘넘버 1’인 사령관소장과 ‘넘버2’인 여단장준장이 서로 맞고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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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첩보·정보 수집, 공작 등을 하는 정보사 업무 특성상 비밀 유지가 생명이다. 활동이 드러나지 않아야 할 정보사가 논란이 되는 상황 자체가 문제다. 정보사 넘버1과 넘버2인 두 장군의 맞고소 사태는 이례적인 상황을 넘어 기이한 상황이다. 정보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군 안팎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시작은 2023년 11월이다. 그해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ㄱ 준장이 소장으로 진급해 정보사령관이 됐고, ㄴ 대령도 준장으로 진급해 대북 공작을 맡은 정보사 여단장이 됐다. ㄱ 정보사령관은 ㄴ 여단장의 직속 상관이다. ㄱ 정보사령관은 육사 50기1990년 입학이고, ㄴ 여단장은 육사 47기1987년 입학이다. ㄴ 여단장 입장에서는 육사 3년 후배를 직속상관으로 모시게 된 껄끄러운 상황이 됐다.



ㄴ 여단장은 정보사에 오래 근무한 대북 공작 전문가라고 한다. 그는 2016년 4월 중국내 북한 식당 지배인과 여성 직원 12명이 탈북한 사건 당시 정보사 팀장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집단 탈북한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 종업원 13명. 통일부 제공

ㄱ 사령관은 정보병과지만, 대북 공작 경험은 없다고 한다. 그는 보병부대 대대장중령, 연대장대령 같은 지휘관을 거쳤고, 국방정보본부, 지상작전사령부 등에서 정보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ㄱ 사령관이 부대 관리에서 원칙과 규정을 강조하는 정규군 스타일이라면 ㄴ 여단장은 규정에 크게 메이지 않는 변칙적인 게릴라 스타일이다. 업무 수행 방식이 상이한데다 군대 내 상하 직책과 육사 선후배 기수가 엉키면서 불편함은 가중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터졌다. 정보병과 예비역 장군들이 모인 비영리법인인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정보사의 안전가옥안가인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을 사용하는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군사정보발전연구회는 군사정보발전을 위한 국내 유일의 군사정보 싱크탱크를 자임하는 곳이다. 이 단체 이사장은 조보근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조보근 이사장은 신원식 국방장관과 육사 37기 동기이고, 정보병과 최고책임자인 국방정보본부장, 정보사령관 등을 지냈다. 이들은 평소 식사와 골프, 학술토론회, 부대 방문 등으로 후배 장교들과 교류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한달에 몇 차례 서울 시내 정보사 안가 오피스텔에서 회의를 하는게 문제가 됐다. 다른 예비역 단체가 ㄱ 사령관에게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오피스텔을 사용하는 것을 문제제기했다고 한다. 이 오피스텔은 정보사의 부대 밖 활동의 거점 구실을 하는 곳이라 장소 자체가 비밀이고 이 곳을 출입하려면 2급 군사비밀취급인가를 받아야 한다. ㄱ 사령관은 아무리 아무리 정보병과 선배라고 해도 지금은 민간인인데 안가를 무단 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ㄱ 사령관은 민간단체의 안가 사용에 대해 사령부 법무실에 법률 검토를 맡겼더니 직권남용과 배임에 해당한다는 답을 받았다.



북한으로 비밀이 유출되는 상황을 묘사한 장면. 국군방첩사령부 홍보 영상 갈무리

1차 충돌은 지난 5월22일 일어났다. 이날 ㄱ 사령관은 ㄴ 여단장에게 “내 승인 없이 해당 단체가 사무실을 무단으로 사용하도록 한게 직권남용 및 배임에 해당하니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ㄴ 여단장은 “문제제기를 한 예비역 단체가 누구인지 직접 만나서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ㄱ 사령관은 알려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ㄴ 여단장은 “조사를 하든 수사를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법대로 하세요. 어차피 이상 없어요. 이전에도 경험해 보았는데 무혐의로 끝났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목이 상관인 ㄱ 사령관 면전에서 모욕했다고 문제가 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ㄴ 여단장의 언행이 군형법상 항명, 상관 모욕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ㄴ 여단장은 당시 발언이 문제제기를 했다는 예비역 단체를 상대로 한 것인데, ㄱ 사령관이 자신에게 한 말로 오해했다고 주장한다.



5월22일 1차 갈등은 겉으론 상관모욕이 쟁점인데, 속으로는 ‘공작업무 수행에 민간인 조력자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 차이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ㄴ 여단장은 ‘공작업무 특성상 민간인 조력자가 필요하고, 경험 많은 예비역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공작에서 민간인을 협조자로 활용하면 상대에게 공작이 발각되더라도 한국 정부·군과의 연계를 부인할 수 있다. ㄴ 여단장은 군사정보발전연구소의 안가 출입은 지난 2월부터 관련 비밀문서 5건에 기초하여 진행된 공작의 일부인데, 공작 경험이 없는 ㄱ 사령관이 뜬금없이 문제제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군내에서는 정보사가 원칙과 규정을 어기며 일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정보사의 대표적 부대 구호는 “충성은 금석을 뚫는다”는 1971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첩보부대에 내린 휘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난 6월7일 2차 보고 때 두 사람은 다시 충돌한다. ㄱ 사령관이 “민간연구소는 무조건 방을 빼라”고 하자 ㄴ 여단장은 “못 뺍니다. 지금 어떻게 뺍니까. 사업 자체가 불가합니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ㄴ 여단장은 “이런 식으로 비전문가가 지휘관을 하니까 간섭하는 것이다. 독단적인 결정이다. 다른 방법으로 승인받겠다”고 했다. ‘다른 방법 승인’에 대해 ㄴ 여단장은 “국방부 장관과 독대하여 보고한 사안이므로 사령관이 거부해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뒤에 추진 중이란 취지의 말이었다”고 부연한다.



ㄴ 여단장은 “ㄱ 사령관이 서류가 담긴 결재판에서 ‘군사정보발전연구소’란 글자가 보이자 2m가량 떨어져 있는 나에게 결재판을 던졌고, 결재판이 바로 앞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판례를 보면, 서류 등을 피해자 방향으로 던지면 맞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폭행이 인정된다는 게 ㄴ 여단장 주장이고, 실제 ㄱ 사령관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ㄴ 여단장은 “던지지 마세요. 요즘 소령·중령한테도 결재판 던지는 사람이 없는데 저도 장군입니다”라고 말하고 사무실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ㄱ 사령관은 “결재판을 내려놓은 것일 뿐”이라며 던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ㄴ 여단장이 직속상관인 사령관과 국방정보본부장을 두 단계나 건너뛰고 국방부 장관에 직보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부인했다. 군내에선 신원식 장관이 육사 동기인 조배근 군사정보발전연구소 이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다는 뒷말도 나돈다. 이에 대해 신 장관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정보사의 대표적 부대 구호는 “충성은 금석을 뚫는다”라고 한다. 1971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첩보부대에 내린 휘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요즘같은 ‘난장판 콩가루 정보사’로는 쇠와 돌은커녕 종이도 못 뚫는다. 맞고소 중인 정보사 넘버1과 넘버2 두 장군이 모두 한걸음씩 물러나길 바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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