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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 지휘부 내홍 뒤엔 류경식당 탈북사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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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4-08-0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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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한국군의 해외·대북 첩보 부대인 국군 정보사령부의 A 사령관소장·육사 50기과 B 여단장준장·육사 47기이 서로 하극상·폭행을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 예비역 단체의 영외 사무실 이용 문제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갈등은 대북 공작 방식을 둘러싼 두 사람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B 여단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중국 저장성 닝보시 소재 북한 식당 ‘류경식당’의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에 관여했던 대북 공작 베테랑이다. 류경식당 집단 탈북 사건은 당시 연쇄 탈북 움직임을 일으킬 정도로 파장이 컸다. 하지만 B 여단장은 정권이 바뀐 뒤 문재인 정부에서 군 법정에 섰다. 횡령·배임·사기·허위 공문서 작성·허위 보고 등 11개 혐의가 적용됐다. B 여단장 주위에선 “훈장을 받을 사람이 정권 교체 이후 역적으로 몰렸다”는 말이 나왔다. 남북 관계를 최우선했던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무리한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B 여단장은 2022년 1월 3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B 여단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복권’돼 2023년 대령에서 준장으로 승진해 정보사에서 ‘휴민트인적 정보’를 총괄했다. 하지만 육사 3기 후배인 A 사령관과 대북 공작 방식을 놓고 여러 차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장교 출신이지만 직접 공작을 한 적은 없는 A 사령관은 정보 수집을 중요시한 반면, B 여단장은 집단 탈북식의 적극적 대북 공작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B 여단장은 과거 재판에서 “류경식당 같은 제2의 집단 탈북을 추진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추진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 두 사람의 법적 공방 속에서 최근 공작명이 공개된 ‘광개토 계획 사업’ 역시 집단 탈북 방식의 대북 공작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B 여단장은 올 초부터 정보사 출신 예비역 단체 ‘군사정보발전연구소’에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영외 사무실을 사용하게 했는데, 이와 관련해 고소장에서 “해당 단체는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영외 사무실은 공작 업무 지원용으로 운용되고 유관 연구소 지원은 공작 교육 및 활동 인프라 확보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해당 민간 단체는 정보사령관과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모 예비역 장군이 이사장으로 있는 연구소다.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한국에 입국해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 보호센터로 이동하는 모습. /통일부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한국에 입국해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 보호센터로 이동하는 모습. /통일부

영외 사무실을 이 단체에 내준 것을 사후에 보고받은 A 사령관은 지난 5월 본인 승인 없이 사무실 사용을 지원한 것을 질책하며 지원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후 6월 재차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A 사령관이 결재판을 던지고, B 여단장은 폭언을 하는 등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B 여단장은 A 사령관을 폭행 혐의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했고, A 사령관은 B 여단장에게 상관 모욕 혐의가 있다면서 국방부 조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A 사령관 측 관계자는 “사령관은 무리한 대북 공작에 제동을 걸고 예비역 민간 단체에 무상으로 안가 공간을 제공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B 여단장은 사령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고 항명한 정황도 있는데 고소장을 통해 기밀까지 유출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A 사령관은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있고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언론 접촉도 극히 자제하고 있는 데 대비된다”고 했다.

반면 B 여단장 측은 “지난 2월부터 진행된 공작인데, 5월에 뜬금없이 A사령관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공작 업무를 전혀 모르는 사령관이 무리하게 관여했다”고 했다. B 여단장이 고소전을 불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 정부 시절 3년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무죄로 결론 난 자신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B 여단장은 A 사령관에게 지난 5월 “조사를 하든 수사를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이전에도 경험해 보았는데 무혐의로 끝났어요”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선 ‘블랙’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요원 업무 담당 출신이 정보사령관이 되기 어려운 승진 문화도 이번 갈등의 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통상 이 계열에선 준장이 진급 상한선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진급도 늦는 편이라 A 사령관과 B 여단장처럼 기수 역전 현상도 종종 벌어진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

2016년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에 들어온 사건. 탈북한 13명 중 지배인을 제외한 20대 종업원 12명은 이후 한국에서 대학에 특례 입학해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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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호 기자 yang.ji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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