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과 루즈벨트 앞에 선 이재용과 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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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사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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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왼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28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참석했다. 2025.03.28. /사진=김진아 |
지난 28일 이 회장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둥다틴東大廳: 동대청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외국 기업에도 자국 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해줄 것이니 적극 투자하라"며 트럼프의 공세에 맞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가 있던 자리 뒤로 펼쳐진 가로 16m, 세로 3m의 대형 산수화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중국 지도부 뒤편을 가득 채운 대형 산수화 유연금추도幽燕金秋圖에는 중국 공산당의 국부인 마오쩌둥이 쓴 시 한 구절이 적혀 있었다. 유연지역의 황금빛 가을 산의 풍경을 묘사한 이 그림의 우측 상단에는 쓸쓸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다시 세상이 바뀌었다?瑟秋?今又是,?了人?: 소슬추풍금우시, 환료인간라고 적혀 있다.
이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뜻하지 않는다. 세상의 질서가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있음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다. 30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놓은 이 자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에 맞선 중국의 암묵적 압박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이곳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조용히 받아 적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도 등을 돌릴 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은 삼성의 최대 시장이고, 미국은 기술과 생존이 걸린 협력국이다. 미국에 등을 돌리면 당장 생존이 위태롭고, 중국을 등지면 서서히 죽어가는 차이일 뿐인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 모호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회장은 행사 몇일 전 샤오미와 BYD를 방문하며 중국 전기차 시장과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아끼던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별세했는데도 조문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28일 귀국길 공항에서 기자들이 방중 성과를 묻자 이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차를 타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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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10억달러 33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03.2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의 선봉에 선 러프 라이더Rough Rider를 이끈 루즈벨트는 미국의 개척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가 상징하는 것처럼 미국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며 경쟁자들을 때로는 말처럼 길들이고, 때로는 강한 채찍질로 다뤄왔다.
"조선인은 무지하고 게으르다"는 발언 등으로 구한말 친일과 혐한의 상징이었던 그의 초상화 아래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가 미국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60억 달러를 투자하고, 앞으로 4년간 총 210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45대, 47대 대통령은 "현대차는 앞으로 매년 100만 대 이상의 미국산 차량을 생산할 것이며, 이는 관세가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트럼프의 말은 직설적이며 협박과 회유가 섞인 발언이었다.
정의선 회장은 루즈벨트의 초상화 아래에서, 이재용 회장은 마오쩌둥의 시가 적힌 거대한 산수화 밑에서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 빅2의 직간접적인 요구를 받아들였다. 서양과 동양, 두 초강대국의 스타일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30여개 기업을 부르고 거대한 홀에 은유적 표현을 쓴 시진핑과 소규모 회의실로 쓰이는 방에서 단 1개의 기업만 불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트럼프. 협상 스타일은 달랐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 두 나라 모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기업을 옥죄었고, 삼성과 현대차는 그 틈바구니에서 버텨야 한다.
두 총수의 모습은 한국 경제가 놓인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중 사이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에 설 수도, 완전히 거리를 둘 수도 없다. 기업들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경제 전쟁에서 국가 간 협상의 무게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정 회장은 투자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자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정부 간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방산·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서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지렛대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선택지가 없는 호랑이와 사자 우리 위의 담장에 선 것이 아니라 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테이블 중앙에 설 수도 있다. 지금은 기업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탄핵의 강을 빨리 넘어 빠른 시일내에 우리도 정치권과 원팀이 되서 글로벌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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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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