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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여정 2인자 아니다…북한엔 최고 존엄과 2500만명의 노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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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8회 작성일 24-07-17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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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된다… 탈북자 리포트] [1] 망명 외교관 리일규 중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 /김지호 기자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 /김지호 기자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 참사는 14일 본지와 인터뷰하며 “기사가 나가면 북한 당국은 탈북자들에게 늘 그렇게 하듯 나를 인간 쓰레기로 모는 공격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인권 참상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북한 외교관 생활은 어땠나.

“부끄럽지만 북한 내 일부에서는 외무성 사람들을 ‘넥타이를 맨 꽃제비거지’라고 부른다. 무역 일꾼이나 특수 기관 일꾼들에 비해 주머니에 돈은 없는데, 대외 활동을 하려면 고급 옷에 넥타이는 필수로 챙겨야 하니 그런 말이 돈다. 외무성 중남미, 아프리카·중동 부국장을 할 때 당세포비서도 겸하고 있어 월급으로 부국장 최고 노임인 북한돈 3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1달러가 북한돈 8000원 정도였으니 내 월급은 0.3달러 정도밖에 안 됐다.”


2017년 8월 29일 평양 대동강변의 북한 외무성 고방산영빈관초대소에서 리일규맨왼쪽 당시 중남미·아프리카·중동 담당 부국장이 헤수스 아이세 소톨롱고맨오른쪽 주북한 쿠바 대사 등과 함께 외교 관계 수립 57주년을 기념하는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리일규씨 제공

2017년 8월 29일 평양 대동강변의 북한 외무성 고방산영빈관초대소에서 리일규맨왼쪽 당시 중남미·아프리카·중동 담당 부국장이 헤수스 아이세 소톨롱고맨오른쪽 주북한 쿠바 대사 등과 함께 외교 관계 수립 57주년을 기념하는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리일규씨 제공

-해외 파견 근무 때는 어떠한가.

“해외에서는 월급을 달러로 받으니 조금 낫다. 쿠바 참사로 있을 때 월급이 500달러약 69만원였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사는 600~1000달러, 공사나 참사는 500~600달러, 서기관은 350~500달러 범위의 월급을 받는다.”

-그 돈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나.

“그러다 보니 북한의 해외 파견자들이 불법 장사를 한다고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 나지 않았나. 불법 장사를 하는 가장 기본 이유는 외교관 수입이 너무 낮은 것과 관련된다. 해외에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북한에 갈 때 들고 간다.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외교 특권을 이용해 1인당 외교 행낭에 150~200갑 정도 시가를 넣어 중국에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순이득은 1회당 1만5000~2만달러다. 쿠바는 시가 장사가 잘되다 보니 이를 통한 이윤만 가지고도 살 수 있다. 코로나 시기 불법 시가 장사는 잠시 멈췄지만 최근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대대적으로 시가 장사를 다시 하고 있다.”

-장사를 못 하면 어쩌나.

“2019년 2월 외무성 국제기구국 군축 담당 과장이 간첩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 스위스를 전문으로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스위스 같은 경우 불법 장사를 못 하는 데니까 돈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돈을 물 쓰듯 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고 조사했다. 2019년 리용호 외무상의 숙청으로 이어진 주중 대사관 서기관의 횡령 사건 같은 경우, 비행기표 구매를 맡은 서기관이 북한에서 주는 돈을 받아서 대사관 앞 중국 여행사에서 예컨대 500달러짜리 표를 사면서 영수증은 1000달러로 끊고 자기 주머니에 500달러를 넣었다. 보위부 요원들 같은 경우 부수입이 필요하니까 뇌물로 충당하는 요원이 적지 않다.”

최근 브라질의 공항에서 북한 외교관 한 명이 수화물 6개를 가득 싣고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중남미의 한 공항에서 찍힌 북한 외교관의 수화물 X선 사진에 시가cigar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모습. 브라질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이 외교관왼쪽 사진 속 캐리어 끌고 있는 남성은 쿠바에 들렀다가 시가를 대량 구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의 북 외교관들은 외교관 신분에 따라 공항에서 세관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쿠바산 시가를 밀수하며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은 특권을 이용해 많게는 100㎏을 한 번에 밀수하고 있다. 쿠바산産 시가는 1상자25개비에 50만~60만원 정도 한다. /본지 입수

최근 브라질의 공항에서 북한 외교관 한 명이 수화물 6개를 가득 싣고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중남미의 한 공항에서 찍힌 북한 외교관의 수화물 X선 사진에 시가cigar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모습. 브라질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이 외교관왼쪽 사진 속 캐리어 끌고 있는 남성은 쿠바에 들렀다가 시가를 대량 구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의 북 외교관들은 외교관 신분에 따라 공항에서 세관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쿠바산 시가를 밀수하며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은 특권을 이용해 많게는 100㎏을 한 번에 밀수하고 있다. 쿠바산産 시가는 1상자25개비에 50만~60만원 정도 한다. /본지 입수

-급여만으로는 못 사나.

“북한 사회의 가장 취약한 측면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수가 없는 것이다. 대외경제성 등 무역 단위 파견자들은 연 2만~5만달러 정도 충성 자금 납부 과제도 있다. 김정은이 해외 파견자들의 불법행위 기사에 부담을 느껴 ‘당의 대외적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 있다. 그러나 납부 과제는 무조건 수행하라니 파견 기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되 걸리지 않게 주의하라’는 식의 지시를 내려보내고 있다.”

-핵·미사일 시험은 어떻게 봤나.

“초기에는 핵·미사일 시험 성공 발표가 나면 긍지나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핵·미사일에 엄청난 자금이 투하된다고 사람들이 아는 순간부터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허황된 명분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수억만금을 탕진했다. 나라 경제를 황폐화하고 2500만 국민을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켰다. 노인분들은 ‘일제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힘들고 못사는 제도를 우리가 지켜서 뭐 하나 . 정권도 민심이 이미 자기들을 떠나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공포정치의 도수를 높이는 것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어떻게 봤나.

“오물 풍선에 대해 언급이나 평가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북한 출신인 것에 대해 유일하게 수치와 망신을 느끼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오물 풍선은 북한 정권 스스로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다. 북한은 한국에서 북한 정권을 비방하며 날리는 전단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도 북한 사회의 행복한 실상이라든가 한국 사회의 부당함이라든가 내용이 담긴 전단으로 맞대응해야 논리에 맞을 것이다.”

리일규 전 참사. /김지호 기자

리일규 전 참사. /김지호 기자

-북한은 왜 그렇게 나왔을까.

“개인적 견해로는 오물 풍선 살포 기획은 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현재는 10국으로 개칭, 집행은 총참모부 등 군부, 언론 보도는 선전선동부가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기관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국제사회의 흐름이나 관례, 외교 등에 대한 상식이 없고 오직 최고지도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무모함만 가지고 일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만약 외무성이 포함돼 있었더라면 이 정도로 몰상식하고 더러운 계선界線까지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김여정 명의로 담화를 발표했는데?

“김여정은 이름만 빌려줬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김여정도 참 안쓰럽다. 자기 이름이 온 세계가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오물 풍선 따위나 합리화하는 데 쓰이니까. 김여정의 위상과 파워가 어떻다든가 2인자, 3인자라든가 다 거짓말이다. 북한 사회 자체는 유일 통치다. ‘최고 존엄’ 외에는 다 노예일 뿐이다. 김여정 이름으로 나가는 담화라도 당에 과업을 줘서 기획한다. 김정은 방침을 받기 전에는 김여정도 그 문건을 못 본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나?

“우리 같은 사람들은 통일이 된다는 가정이나 믿음이 없으면 살기 힘들다. 우리는 언젠가는 고향에 가서 가족들한테 속죄도 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니까.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회에 선진 문화와 과학기술을 도입해 주고 싶다. 나도 북한에 있을 때는 나름 세계를 많이 돌아봐서 눈이 열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보니까 정말 촌놈이더라. 은행, 금융, 교통 규정 아무것도 모르고 자동 시스템도 아무것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현충일 기념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 암흑의 땅에 광명을 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좀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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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기자 spice7@chosun.com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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