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신질환 응급입원 2배로 늘었는데, 치료할 병동은 폐쇄·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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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편견을 깨자] [2] 갈 곳 없는 환자들

정신질환 환자는 늘었는데 정신병동은 폐쇄, 축소되고 있다. /셔터스톡

일러스트=박상훈
반면 정신 의료 기관에 일시적으로 강제 수용되는 응급 질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7591건이던 ‘응급 입원’ 의뢰 건수는 지난해 1만8066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응급 입원은 정신 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해하거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제3자가 의뢰해 정신 의료 기관에 일시 입원시키는 제도다.
우울증 등 경증 환자부터 조현병·망상 등 중증 환자까지 정신 질환자가 늘면서 정신과 치료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신과 치료의 인력이나 인프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환자 급증해도 병원 정신과 의사는 계속 줄었다
정신 질환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수는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상급종합병원의 폐쇄 병상은 955개였는데 지난해엔 914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 수는 42곳에서 47곳으로 늘어났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가 낮은 데다, 상급종합병원 자격 유지를 위한 요건에도 ‘폐쇄 병동을 갖추라’는 내용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상훈
심각한 정신 질환자들에게는 외과 등 배후 진료과가 있는 대학병원 정신과 병상이 필요하다.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정신 질환자들이 수시로 실려온다”며 “정신 질환자는 낙상하고 자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일반 정신병원에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골절과 장기 손상을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만성 환자들이 많이 찾는 일반 정신병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50병상 이상 정신병원의 모임인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민형사상 책임,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 병원 문을 닫거나 병상 수를 줄이는 것을 검토하는 병원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정신병원들이 줄도산하면 만성 환자들이 갈 곳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 복지 서비스가 늘어나기는커녕 환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늘어나고 있다. 2017년 990곳이었던 정신과 의원 수는 2023년 1688곳으로 70.5% 늘었다. 동네마다 접근성 좋은 의원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제한된 정신과 전문의 인력이 상급종합병원과 병원급에서 개원가로 유출돼 문제다. 의원에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2017년 1355명에서 2023년 2237명으로 882명65.1% 증가하는 동안, 상급종합병원·병원급의 정신과 전문의는 2048명에서 1865명으로 183명8.9% 감소했다. 비교적 경증인 환자를 대하는 의원의 정신과 전문의 수가 중증 환자 중심의 병원들을 추월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정신과 전문의의 54.2%2172명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지방일수록 정신과 상담의 기회가 적은 것이다.
정신 질환 치유를 위한 공공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알코올·도박 등 중독 환자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지역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전국 53곳에 있는데 직원은 도합 350명 정도다. 센터 한 곳당 평균 6~7명의 직원이 수십~수백 명의 중독자를 관리하며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도 지역 주민의 정신 건강 상담 등을 담당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태다. 한 지자체 센터 관계자는 “정신 건강 업무가 아닌 지자체의 이벤트성 사업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안용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정신 질환 환자를 보호자·가족이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며 “정신 질환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조치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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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은 기자 k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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