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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이송 중 숨진 부친…아들이 구급차 안 심폐소생 가능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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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5-03-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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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의원 ‘구급차법’ 국회 통과
운전석과 침대 간 70㎝ 공간 확보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재직하던 2014년 12월 구급차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발의해 13일 국회를 통과한 ‘구급차법’은 내부의 운전석과 환자 침대 사이 공간을 확보해 심폐소생술 등이 가능토록 했다./이태경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재직하던 2014년 12월 구급차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발의해 13일 국회를 통과한 ‘구급차법’은 내부의 운전석과 환자 침대 사이 공간을 확보해 심폐소생술 등이 가능토록 했다./이태경 기자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도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할 수 있게 차 내 여유 공간을 의무 확보하도록 하는 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구급차 내 운전석과 환자 침대 사이에 70㎝ 이상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2027년 새로 보급되는 공공 구급차부터 이 규정이 적용된다.

그동안 국내 구급차 대부분은 ‘소형 구급차’여서 운전석과 환자 침대 사이에 빈 공간이 없었다. 병원 이송 과정에서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구급대원들이 빠르게 심폐 소생술이나 기관 삽관 등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데 공간이 좁아 이를 할 수 없었다. 응급처치를 하려면 차를 세우고 환자를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혹은 구급차에 환자를 싣기 전에 응급처치를 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일명 ‘구급차 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작년 7월 의사 출신인 인요한미국명 존 린턴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인 의원은 구한말부터 선교·교육·의료 봉사를 해온 린턴가家 자손이다. 1895년 미국 장로교 선교사로 ‘전남 지역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벨이 조선을 찾아 선교·교육 사업을 펼쳤고, 그의 딸과 결혼해 전라도 지역에서 선교에 힘쓴 윌리엄 린턴인돈이 인 의원의 할아버지다. 군산에서 태어난 아버지 휴 린턴인휴은 전남을 중심으로 섬과 산간 지역에서 600여 교회를 개척했고 6·25 인천상륙작전에도 참전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한 인 의원은 1990년대 초반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해 보급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본지에 “30여 년 만에 제대로 된 구급차가 우리나라에 보급될 법적 근거가 생겼다”며 “만세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인 의원은 “구급차는 원래 사람을 살리는 차여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구급차는 12인승 승합차 기반이라서 심폐 소생술을 못 할 정도로 공간이 좁다. 사람 머리 뒤쪽에서 삽관을 해야 하는데 장치를 넣을 공간이 안 나온다”고 했다.

인 의원이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하고, 구급차법 통과를 밀어붙인 것은 가정사와도 관련이 있다. 그가 대학생이던 1984년 4월 부친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과다 출혈로 숨졌다. 당시 제대로 된 구급차가 없었다고 한다. 인 의원은 “외국인들은 한국 구급차를 ‘누워서 가는 택시’라고 불렀다. 환자들은 택시 등을 타고 병원에 옮겨졌다”고 했다. 당시 구급차는 안에서 심폐 소생술도 어렵고, 각종 장비를 실을 공간도 없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인 의원은 “구급차를 아예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1992년 들것과 응급 키트, 산소통 등을 탑재한 길이 510㎝, 높이 215㎝, 너비 170㎝ 크기의 ‘한국형 구급차 제1호 차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아버지 친구분들이 기부한 4만달러로 그해 여름 한국형 앰뷸런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만든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는 전남 순천소방서에 기증됐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듬해엔 6·25전쟁에 참전한 뒤 미국에서 응급의학 의사로 일했던 외삼촌을 한국에 초청해 국내 응급구조사 58명을 대상으로 교육도 했다.

2012년 3월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인요한53·미국명 존 린턴 박사가 권재진 법무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받고,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이태경  기자

2012년 3월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인요한53·미국명 존 린턴 박사가 권재진 법무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받고,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이태경 기자

이후 개량을 거듭해 1995년 1월 새 구급차를 만들어 국내에 5000대를 보급했다. 그런데 당시 구급차 내부 공간 기준을 법으로 만들지 않았고, 이에 보완을 위해 관련 부처에 건의했지만 ‘복지부동’이었다고 한다.

인 의원은 작년 7월 법안을 발의한 이후, 11월엔 운전석과 환자 침대 사이 70㎝ 틈을 확보한 구급차 모델을 국회에서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왜 법으로 안 만들어졌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인 의원은 “아버지가 비참하게 돌아가셔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지만 이겨냈다”며 “이번 법안 통과로 한국 구급차는 한층 선진화됐다”고 했다.

인 의원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1991년부터 작년까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 등으로 일했다. 1992년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한 공로로 200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2012년엔 ‘대한민국 1호 특별 귀화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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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ujin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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