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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낯뜨거운 감사원의 밥그릇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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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4-11-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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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정치부 차장
[동십자각] 낯뜨거운 감사원의 밥그릇 타령

[서울경제]

“조직으로 저희 자리를 뺏어 가셨습니다.”


감사원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최 모 국장이 취임 인사차 방문한 A 기관 B 감사관에게 건넨 얘기다. A 기관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이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B 감사관은 등줄기에 땀이 났다고 한다.


A 기관은 감사원 출신이 계속해 감사관 자리를 차지했던 곳이다. 개방형 감사기구장 제도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가 시행된 2010년부터 14년간 모두 감사원 현직인 국장급이 차지했다. 이를 두고 A 기관 감사관은 당연히 감사원 자리라는 것이 최 국장의 주장이다. 감사원 현직이 아닌 인물이 A 기관 감사관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 출신이 아닌 감사 전문가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A 기관 안팎으로 새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두고 봅시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최 국장이 던진 한마디에 B 감사관은 오싹함까지 밀려왔다고 한다. 현재 감사원은 A 기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진행 중이다. B 감사관은 이날 만남의 분위기를 기관장에게 전하고 감사원 감사에서 힘들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개방직 공무원 제도는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심사위원회 주관으로 서류·면접 심사를 걸쳐 최종 선발한다. 심사도 비공개로 진행된다. 중앙선발심사위원회가 선발한 후보들을 부처에서 거부할 수도 있다. 이처럼 투명한 절차가 불합리하게 처리되면 이를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게 국가 최고 감사기구라고 자부하는 감사원 본연의 업무다.


A 기관 감사관 자리가 당연히 감사원 밥그릇이고 이를 뺏어 갔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감사원 국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마도 감사원의 밥그릇 챙기기 관행에서 비롯한 듯하다. 2010년 공공감사법 제정을 추진한 부처가 감사원이다. 감사원 직원이 사직서를 내고 다른 부처 감사관으로 나갔다가 감사원으로 복귀하는 방식이라 지난 14년간 주요 중앙부처 감사관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현재 외교부·행정안전부 등 5곳의 감사관은 감사원 현직 국장급이 차지하고 있다.


최 국장의 피감기관을 대하는 스타일도 한몫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현 정부 들어 감사원 실세로 꼽히는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 시절에 일선 과장에서 핵심 국장급으로 발탁된 후 언행에 거침이 없어 말들이 많다고 한다.


감사원은 홈페이지에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을 소개하면서 자체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선발한 감사관에게 자리를 뺏어 갔다고 겁박하는 감사원 고위직의 행태가 참으로 낯 뜨거울 뿐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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