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싱 절대 없다"는데…러시아 등장에 한국 북·미 중재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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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대리, 북·미 대화 ‘한국 패싱’ 일축
북·러, 미·러 밀착에 ‘러시아 중재론’ 부상
남북관계 단절 속 역할 공간 좁아진 한국
군사 긴장 완화, 경제 지원 등 “역할 찾자”
미국 측이 향후 북·미 대화 시도 시 “한국 패싱은 절대 없다”고 밝혔지만 ‘한국 패싱’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북 관계 단절로 한국의 북·미 중재자 역할이 약화한 상황에서 최근 북한·러시아, 러시아·미국 밀착 현상이 도드라지며 ‘러시아 중재론’이 거론된다.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역량 등을 토대로 한국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전날 한미의원연맹 창립 기념 특별대담에서 “미국이 북한과 얘기하려면 대한민국이 빠질 수 없다. 한국의 도움과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워싱턴에서 다 알고 있으니 코리아 패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북한과 딜협상을 끝내지 못했고 그걸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도 싱가포르와 하노이를 베이스로 해서 다시 한번 북·미 대화를 해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토대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다. 한국 내에서 거론되는 ‘북·미 대화 시 한국 패싱’ 우려를 안심시키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근 급격한 국제질서 재편은 한국 패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며 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었고, 미국은 종전을 논의하며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앞세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사대리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가면서 러시아 역할이 조금 더 커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북·미 대화를 중재·조율하던 한국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남북은 2018년 판문점·평양 정상회담에서 평화와 협력을 말했지만 현재 교류는 단절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북한은 2023년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지난해 9·19 군사합의가 파기되는 등 기존의 남북 신뢰 조치도 무력화됐다.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는 워싱턴, 도쿄에 절대 갈 수 없다”김영호 통일부 장관는 주장은 선언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
북·미 대화를 대비해 한국 정부의 역할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북·미 관계 개선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한국 정부가 상실할 수 있다”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대화를 복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는 북·미의 상호 안보 우려를 해소하며 풀어가야 하는데, 남북 간 긴장이 강하면 북·미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며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가 제일 중요하고 이를 위해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한국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남북 관계에 깊숙이 관여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버전 2’가 등장한다고 해도 북한은 우리와 다시 대화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북·미 대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하면 한반도 당사국으로서 힘을 보탤 공간이 열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국이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를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 접근을 고려해 대북 경제적 지원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며 북·미 사이에 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북한 해안의 콘도 개발 역량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그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과 일본이 북한 비핵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화에서 “러시아는 북·미 관계에 우리만큼 개입할 이해관계가 없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의지를 갖고 북·미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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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미·러 밀착에 ‘러시아 중재론’ 부상
남북관계 단절 속 역할 공간 좁아진 한국
군사 긴장 완화, 경제 지원 등 “역할 찾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 국회에 따르면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전날 한미의원연맹 창립 기념 특별대담에서 “미국이 북한과 얘기하려면 대한민국이 빠질 수 없다. 한국의 도움과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워싱턴에서 다 알고 있으니 코리아 패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북한과 딜협상을 끝내지 못했고 그걸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도 싱가포르와 하노이를 베이스로 해서 다시 한번 북·미 대화를 해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토대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다. 한국 내에서 거론되는 ‘북·미 대화 시 한국 패싱’ 우려를 안심시키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근 급격한 국제질서 재편은 한국 패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며 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었고, 미국은 종전을 논의하며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앞세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사대리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가면서 러시아 역할이 조금 더 커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북·미 대화를 대비해 한국 정부의 역할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북·미 관계 개선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한국 정부가 상실할 수 있다”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대화를 복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는 북·미의 상호 안보 우려를 해소하며 풀어가야 하는데, 남북 간 긴장이 강하면 북·미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며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가 제일 중요하고 이를 위해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며 복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이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를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 접근을 고려해 대북 경제적 지원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며 북·미 사이에 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북한 해안의 콘도 개발 역량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그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과 일본이 북한 비핵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화에서 “러시아는 북·미 관계에 우리만큼 개입할 이해관계가 없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의지를 갖고 북·미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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