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담소] 빚 까지 내 아버지 병원비 홀로 부담…괘씸한 동생들에게 청구할 ... > 정치기사 | politics

□ 방송일시 : 2024년 11월 5일 화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유혜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사연자 : 저는 3남매 중 장남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엄한 편이셨습니다. 특히 장남인 저에게 유독 엄격하셨는데, 아마도 동생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반항심이 강했던 저는 아버지와 자주 부딪쳤습니다. 중학생 때는 매를 맞다가 가출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 덕을 본 건 동생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대하느라 모든 힘을 빼셨는지 동생들에게는 손 한번 대지 않고 잘 대해주셨죠. 그런데 세월이 참 무상하다는 걸 느낍니다. 다혈질인 아버지도 나이가 드시자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당뇨 합병증도 앓으셨죠. 평생 주부로 살아오신 어머니도 치매에 걸려서 요양원에 가시게 됐습니다. 평소에 저는 남동생과 아들 된 도리를 다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함께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죠.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병원비를 조금 보내주더라고요. 백번 양보해서 부모님을 모시는 건 장남인 저의 몫이라고 해도 병원비를 저 혼자 내는 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병원비를 내다가 빚까지 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상황을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동생들이 괘씸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 아버지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병원비 일부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사연자분은 삼남매 중에 장남이고, 부모님께 들어간 병원비를 동생들에게 받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돈 문제 때문에 형제사이에서 갈등이 자주 벌어지죠. 사연자분이 다른 남매에게 병원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친족간 부양의무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부양의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 유혜진 변호사이하 유혜진 : 친족 사이의 부양의무는 친족관계의 중요한 효과 중 하나로, 일정한 범위의 친족 사이에서,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민법상의 부양은 제1차 부양의무와 제2차 부양의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제1차 부양의무와 제2차 부양의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요?

◆ 유혜진 : 제1차 부양의무는 자기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양하여야 할 의무로, 한 조각의 빵이라도 같이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민법은 제826조 제1항에서 제1차 부양의무인 부부간의 상호부양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도 제1차 부양의무에 해당합니다. 이에 반해 제2차 부양의무는 자신의 여력이 있을 때 비로소 인정되고, 민법 제974조 이하의 부양에 관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이러한 제1차 부양의무와 제2차 부양의무는 의무이행의 정도뿐만 아니라 의무이행의 순위도 의미하는 것이므로, 제2차 부양의무자는 제1차 부양의무자보다 후순위로 부양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 조인섭 : 그렇다면 사연자분은 아버지의 제2차 부양의무자에 해당하죠?

◆ 유혜진 : 네, 사연자분의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1차 부양의무자는 배우자인 어머니이고, 자녀인 사연자와 남동생, 여동생은 제2차 부양의무자입니다. 그리고 제1차 부양의무자와 제2차 부양의무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에 제1차 부양의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차 부양의무자에 우선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나이나 치매 진단을 받은 점, 별다른 직업이나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어머니에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양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버지의 제2차 부양의무자인 자녀들, 즉 사연자와 남동생, 여동생에게 아버지를 부양할 의무가 있습니다.

◇ 조인섭 : 부양의 정도와 방법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 유혜진 : 부양의 정도와 방법은 우선 당사자 합의로 정할 수 있고, 당사자간 합의가 없으면 가정법원이 당사자 청구에 의하여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부양에 관하여 당사자 합의나 법원의 심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978조에 따라 사정변경이 있으면 법원은 합의나 심판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습니다. 부양의 정도는 결국 부양료를 어느 만큼 정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부양료는 부양권리자와 부양의무자의 관계,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 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조인섭 : 부양의 방법... 어떤 게 있나요?

◆ 유혜진 : 부양의 방법으로는 금전부양, 현물부양, 그리고 실제로 같이 살면서 돌보아 주는 동거부양이 있는데, 금전부양이 주로 재판상 문제됩니다.

◇ 조인섭 : 남동생과 사연자분이 한 약속의 효력은 어떨까요?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한 합의로 보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요?

◆ 유혜진 : 사실관계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약속은 남동생과 사연자 사이에서만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부양 당사자인 어머니나 여동생이 배제되었다고 본다면, 당사자 간의 합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사연자와 남동생은 아들 된 도리를 다 하자며 구두로 여러 번 약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두 약속도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남동생은 병원비 부담을 거부하여 결국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 사연자가 법적으로 약속 이행을 강제하려면 약속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약속 당시에 어머니 대신 어떻게 아버지를 부양할지 구체적으로 정해두었다고 하더라도 문서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남동생이 내용을 부인할 경우 법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이 병원비를 이미 부담하셨고, 아버지께서도 돌아가셨기 때문에 병원비는 과거의 부양료에 해당할 것 같은데요. 과거의 부양료도 청구할 수 있을까요?

◆ 유혜진 : 대법원은 민법 제974조, 제975조에 의하여 부양 의무 있는 자가 여러 사람인 경우에 그중 부양의무를 이행한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하여 이미 지출한 과거의 부양료에 대하여도 다른 사람들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4. 6. 2. 93스11 결정 참조. 그렇다면 사연자는 아버지의 부양의무를 이행하였으므로, 다른 부양의무자인 남동생이나 여동생에 대하여 이미 지출한 과거의 부양료, 즉 병원비 중 동생들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여동생과 남동생이 부담하게 될 병원비 금액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 유혜진 : 대법원은 과거의 부양료 청구 시 법원이 분담 비율이나 분담액을 정함에 있어서는 부양권리자의 연령, 부양의무자의 재산 상황, 부양의무자 상호 간 및 부양의무자와 부양권리자 사이의 관계 등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4. 6. 2. 93스11 결정 참조. 일정한 부양료 산정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어서, 법원이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부양의무는 민법상 1차와 2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1차 부양의무는 부부 사이나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는 필수적 의무라고 할 수 있고, 2차 부양의무는 당사자가 여력이 있을 때 인정되며, 후순위의 부양의무가 있습니다. 오늘의 사연을 보면,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2차 부양의무자인 자녀들이 아버지를 부양할 의무가 있습니다. 부양의 정도와 방법은 당사자 합의로 정하거나 법원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남동생과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다는 약속은... 입증할 증거가 없으면 이행을 강제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사연자분은 아버지 부양의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이미 지출한 병원비의 일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부담할 병원비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법원이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유혜진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유혜진 :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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