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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사프라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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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4-11-0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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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남미에서는 브라질 은행들이 가장 규모가 크다. 1위에서 5위까지가 브라질 은행이다. 브라질 7위로 사프라은행Banco Safra이 있다. 사프라그룹J. Safra Group 계열사다. 사프라그룹은 미국 뉴욕에도 프라이빗뱅킹을 가지고 있고Safra National Bank of New York 스위스 제네바와 케이만제도에도 각각 은행을 보유한다.

유대계인 사프라 패밀리는 시리아의 알레포 출신이다. 오스만제국 시기인 19세기 초에 금융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중동지역 카라반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베이루트, 이스탄불, 알렉산드리아에 지점을 냈다. 2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 남미, 미국 순으로 사업지역을 확장해 나갔다. 런던의 거킨빌딩도 사프라 소유다. 오늘날의 사프라그룹은 1952년에 사업 거점을 브라질로 옮겨 온 제이콥 사프라가 창립한 것이다. 제이콥 사프라는 1920년대에 중동지역에서 처음 은행을 설립한 사업가다.

제이콥 사프라의 아들 에드먼드 사프라는 가업을 이어 은행가로서 경력을 쌓았고 성공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베이루트에 있는 부친의 은행에서 일했다. 1949년에 가족이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했는데 16세 때 아비트라지 거래로 무려 4000만 달러를 버는 비범한 능력을 보였다. 브라질로 이주한 후 1955년에 부친과 공동으로 은행을 설립했다.


에드먼드 사프라는 1956년에 스위스 제네바로 이동해 TDB라는 작은 은행을 열었고 100만 달러로 시작해 1980년대에 50억 달러 비즈니스로 성장시켰다. 1983년에 5억5000만 달러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 매각했다. 그후 뉴욕과 제네바에 은행을 만들어 사업을 계속했다. 룩셈부르크에도 은행지주회사를 만들었다. 1990년대 초 기준 자산이 25억 달러였다. 재산의 50%를 기부하고 다양한 자선과 봉사활동에 쓰게 했다.

사프라는 건강이 나빠지면서 프렌치 리비에라에 있는 저택에 많이 머물렀다. 이름이 빌라 레오폴다Villa Leopolda인 그 집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인 저택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모나코 국적도 얻었다. 1999년 말에 방화로 인한 화재에 질식해 사망했다. 방화범은 재택간호사였다. 어이없게도 위기상황에서 사프라를 구출한다는 시나리오로 방화를 했는데 정작 진화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프라의 미망인은 릴리 사프라다. 상속재산에 빌라 레오폴다가 포함되어 있었다.

혼자 살기에는 지나치게 큰 집이어서 팔기로 하고 2008년에 한 러시아 신흥재벌과 계약을 했다. 그때 매매가가 세간에 공개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저택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3억7000만 유로 플러스 가구는 별도. 그런데 계약 직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중대한 사정변경, 즉 MACMaterial Adverse Change를 내세운 3900만 유로 계약금 반환 소송이 벌어졌다. 프랑스 법원은 사프라 손을 들어주었다. 계약서 하나 쓰고 3900만 유로가 생긴 것이다. 릴리 사프라는 그 돈을 자선사업에 기부했다. 모나코의 아파트에 살다가 2022년에 87세로 별세했다.

2008년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린치를 인수할 때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일부 주주는 그런 계약을 체결한 경영진에 법률적 책임을 묻겠다고 위협했다. 그래서 은행 경영진은 이른바 MAC 조항을 활용해 인수를 없던 것으로 하고 싶어 했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인수 철회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내용의 경고를 보냈고 결국 인수는 성사되었다. 계약서는 정말 잘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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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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