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키세스단이 묻는다…"민주당의 차별금지법 진심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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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5-03-05 09:35 조회 12 댓글 0본문

“우리는 다 같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그때 함께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지난 12월부터 매주 토요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지켜온 ㄱ씨가 말했습니다. 집회에서 많은 시민들은 매주 퀴어,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각자의 소수자성을 밝히며 자유발언을 이어나갔는데요. 광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도, 막상 차별금지법은 부정하거나 침묵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면 일종의 배신감이 든다는 겁니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중 일부는 진보당·정의당 등 진보 정당에 희망을 걸거나, “차마 민주당을 지지하기는 어려워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자는 법안입니다. 헌법 11조 제1항은 모든 인간에 대해 평등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만, 개별법은 특정 분야와 대상에 한정해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에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기본법이 추가로 제정돼야 한다는 겁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안’, ‘평등에 관한 법률안’ 등의 이름으로 모두 4건 발의되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이런 차별금지법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진심’은 무엇일까요?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등장한 아이돌 ‘응원봉’과 ‘키세스단’폭설에도 은박 담요를 쓰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한 시민들으로 상징되는, 탄핵 여론을 주도하는 청년 유권자들은 이런 민주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차별금지법과 거리 두는 민주당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장과 최고위원을 맡았던 주철현 의원은 민주당 전남도당 당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차별금지법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라며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추진한 적이 없고 추진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21대 국회 당시 당 인권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생각과 당의 입장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 대표 쪽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 의원이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낸 배경에는 교회의 압박이 있습니다. 의원들은 지역구 교회들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항의와 문제제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대화를 나누는 교회는 ‘표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에, 지역구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한 의원은 “웬만한 여성 정책은 추진하려 해도, 차별금지법만큼은 교회의 반대가 무서워 어렵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은 결국 교회 여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게 지역 눈치에서 자유로운 비례대표가 필요한 이유라고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민주당의 차별금지법 ‘거리두기’는 조기 대선 국면 이전부터 계속돼왔습니다.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 때 민주당이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2대 국회 들어선 아직 발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 때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들 다수는 낙선했습니다. 당시 발의에 참여했던 박주민·이재정 의원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취재에 응한 의원들은 지난해 5월30일 22대 국회가 시작된 뒤 민주당 안에서 차별금지법이 주요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언주 최고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차별금지법보다 훨씬 시급하고 중요한 당면 이슈들이 넘쳐난다”고 했고,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정치·사회·종교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표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사회 각 분야에서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지만, 지난해 10월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과 만났을 때는 “먹고사는 문제들이 충분히 해결되는 게 지금은 더 급선무”라며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인 대화, 타협이 충분히 성숙된 다음에 논의해도 되겠다”고 물러섰습니다.

응원봉·키세스단은 ‘착잡한 마음’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이들 다수는 ‘소수자성’이 광장의 목소리였다고 말합니다. ㄱ씨는 “집회에 한 번이라도 와봤다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시민발언들은 퀴어, 장애인, 여성, 청소년, 비정규직 등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발언으로 시작했다”며 “광장의 목소리를 이어받는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엑스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남태령 집회’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트랙터를 끌고 지난해 12월21일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촉구하는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관악구 남현동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가로막히자, 청년·시민들이 모여들어 약 28시간 동안 벌인 집회에 참가한 후 최근까지도 탄핵 촉구 집회에 나가고 있는 ㄴ씨는 “농민, 퀴어, 여성,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연대한다는 사실이 집회의 중심이었고, 이 동력으로 탄핵집회가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남태령 집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여럿 현장에 방문해 연대했는데,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함께 외쳤던 의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가 당 정체성을 ‘중도보수’라고 선언한 만큼, 차별금지법은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 정당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스로 퀴어라고 밝힌 ㄷ씨는 “진보 정당들이 이 국면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이들 정당에서 대선 후보가 나온다면 이쪽에 힘을 실어주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ㄹ씨는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상 차마 민주당을 뽑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진보 정당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기권표를 내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차별금지법으로 표상되는 ‘논쟁’의 영역을 조금도 견딜 수 없다는 게 최근의 민주당 정체성 그 자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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