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극우세력,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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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4-‘한국 극우의 특징…’ 쓴 황인정 연구원
[주간경향] 한국의 극우는 누구일까. 유럽에서는 다당제 구조 속에서 극우가 극우 정당을 통해 정치적으로 대표화되지만, 한국에서는 극우 정당이 존재는 하나 실질적인 정치세력화에 실패해왔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의회권력을 불법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계엄을 정당화하려는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표명되고 있다. 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주요 중진들이 ‘계엄은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움직임은 자유통일당 전 대표였던 전광훈 목사와 정치적 노선을 공유하고 있으며, 극우세력이 보수 여당 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극우세력이 계엄과 탄핵심판 국면에서 실체를 드러내며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정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의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는 한국 극우세력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담은 논문이다. 황 연구원은 한국 극우세력의 실체를 탐구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을 극우 성향으로 인식한 응답자들의 정치적 특성을 분석했다. 2023년 1월 19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자신을 0~10 척도에서 8점 이상인, 극단적 보수로 인식한 약 13%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이들은 강력한 한·미동맹 지지, 윤석열 후보20대 대선 지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나아가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상황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고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극우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민주주의 체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며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황인정 연구원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유럽에서는 ‘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보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연구가 많다. 극우 정당이 명확히 존재하고 정치적 세력화가 이뤄져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극우 정당이 있긴 하지만 지지율이 매우 낮다. 반면 사회적 집단이나 집회 등에서 ‘저 사람은 극우 같은데’라는 인식은 퍼져 있다. 즉 ‘한국에는 실제 정치 세력화한 극우 정당은 없지만, 극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존재한다’라는 건데,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다만 보통 ‘극우’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폭력도 불사하는 집단을 지칭한다. 단순히 이념 척도에서 8~10점을 찍은 ‘극단적 보수’와 ‘극우’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의 극우는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구는 미국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처럼 ‘혜택받지 못한 남성들’의 극우화 경향이 두드려졌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극우 정당 지지층이 명확하다. 반면 한국, 터키, 러시아처럼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국가에서는 권위주의나 포퓰리즘에 대한 추종이 다르게 나타난다. 복지제도가 탄탄한 유럽 국가들과 달리 이들 국가에서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조차 ‘내가 가진 것을 언제 뺏길지 모른다’라는 불안에 시달린다. 과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극우화’와 ‘소득수준’은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유럽의 극우가 주로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지만 한국의 극우는 여성, 소위 ‘종북세력’, 중국인 등을 희생양으로 삼는 특징을 보인다. 조사 결과 중에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 중 스스로 8~10점이라고 말한 이가 꽤 많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스스로를 매우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 체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놀라웠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민주주의적 가치가 중요하지 않고 ‘폭력도 불사할 수 있다’라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극우의 정치세력화가 안 됐다고 진단했다. 극우세력 규모가 미미했기 때문인가.
“극우 정당들의 낮은 득표율이 극우 정치에 대한 수요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의 극우 정치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극우 정치와 우파 정치의 경계가 모호한 편이었는데 극우 정치인들은 주로 우파 성향의 주요 정당의 그늘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한국 극우에도 결정적 전환점이 찾아왔다. 극우 정치인들은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창당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지금까지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들 정당은 그동안 주류 우파 정당과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작용해왔다. 한편 한국에서는 극우 정치에 대한 수요가 정당 정치의 바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일베와 같은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계엄 이후 제도권 정치에 대한 극우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유는.
“전광훈 목사처럼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했던 세력이 주류 여당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상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계엄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의견이 80%에 육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율은 점차 감소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포퓰리스트적인 정치인으로서 계엄이 정당했다는 공식 담화를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내 편’과 ‘반대편’을 철저히 구분하고, ‘반대편을 없애기 위해 계엄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 담화는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포퓰리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였다. 윤상현 의원 등이 계엄 지지 발언을 하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당 차원에서도 신속하게 입장을 변경한 점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다만 이러한 입장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극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전 목사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국면에서 이러한 연결고리가 극대화됐다. 물론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과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기에, 극우세력을 새로운 지지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극우의 정치세력화는 앞으로의 정치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정당제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우리공화당이나 자유통일당 같은 정당이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을 신속하게 포용하면서 극우 노선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정치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양당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으며, 그 결과 일본 자민당처럼 여러 계파를 거느린 거대 보수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기독민주당과 바이에른 기독사회당 연합이 1위를 하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했다. 기독민주당은 AfD와는 절대 연정하지 않겠다며 극우와 확실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같은 선 긋기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은 그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향후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세력의 주류화가 공고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된 사례에서 보듯이, 한 번 극우 노선을 선택하면 되돌아오기는 매우 어렵다.”
-탄핵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탄핵 이후 극우세력의 동향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후폭풍이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설령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가 지배적인 세력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극우가 외부에서 계속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과거에는 비주류로 여겨졌던 이들이 주류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얻으면서 극우적 메시지가 공고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탄핵이 잘못됐다는 음모론이나 희생양 찾기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수십 년간 투표권을 행사할 20~30대에게도 이 같은 경험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민주적 절차에 저항하는 비민주적 정서가 확산할 경우 더 강경한 극우 메시지를 내세우는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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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정 성균관대 좋은정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이 지난 2월 2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논문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극우세력이 계엄과 탄핵심판 국면에서 실체를 드러내며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정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의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는 한국 극우세력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담은 논문이다. 황 연구원은 한국 극우세력의 실체를 탐구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을 극우 성향으로 인식한 응답자들의 정치적 특성을 분석했다. 2023년 1월 19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자신을 0~10 척도에서 8점 이상인, 극단적 보수로 인식한 약 13%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이들은 강력한 한·미동맹 지지, 윤석열 후보20대 대선 지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나아가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상황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고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극우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민주주의 체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며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황인정 연구원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을 신속하게 포용하면서 극우 노선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정치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양당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으며, 그 결과 일본 자민당처럼 여러 계파를 거느린 거대 보수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는 ‘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보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연구가 많다. 극우 정당이 명확히 존재하고 정치적 세력화가 이뤄져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극우 정당이 있긴 하지만 지지율이 매우 낮다. 반면 사회적 집단이나 집회 등에서 ‘저 사람은 극우 같은데’라는 인식은 퍼져 있다. 즉 ‘한국에는 실제 정치 세력화한 극우 정당은 없지만, 극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존재한다’라는 건데,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다만 보통 ‘극우’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폭력도 불사하는 집단을 지칭한다. 단순히 이념 척도에서 8~10점을 찍은 ‘극단적 보수’와 ‘극우’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의 극우는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구는 미국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처럼 ‘혜택받지 못한 남성들’의 극우화 경향이 두드려졌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극우 정당 지지층이 명확하다. 반면 한국, 터키, 러시아처럼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국가에서는 권위주의나 포퓰리즘에 대한 추종이 다르게 나타난다. 복지제도가 탄탄한 유럽 국가들과 달리 이들 국가에서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조차 ‘내가 가진 것을 언제 뺏길지 모른다’라는 불안에 시달린다. 과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극우화’와 ‘소득수준’은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유럽의 극우가 주로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지만 한국의 극우는 여성, 소위 ‘종북세력’, 중국인 등을 희생양으로 삼는 특징을 보인다. 조사 결과 중에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 중 스스로 8~10점이라고 말한 이가 꽤 많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스스로를 매우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 체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놀라웠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민주주의적 가치가 중요하지 않고 ‘폭력도 불사할 수 있다’라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극우의 정치세력화가 안 됐다고 진단했다. 극우세력 규모가 미미했기 때문인가.
“극우 정당들의 낮은 득표율이 극우 정치에 대한 수요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의 극우 정치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극우 정치와 우파 정치의 경계가 모호한 편이었는데 극우 정치인들은 주로 우파 성향의 주요 정당의 그늘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한국 극우에도 결정적 전환점이 찾아왔다. 극우 정치인들은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창당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지금까지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들 정당은 그동안 주류 우파 정당과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작용해왔다. 한편 한국에서는 극우 정치에 대한 수요가 정당 정치의 바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일베와 같은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계엄 이후 제도권 정치에 대한 극우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유는.
“전광훈 목사처럼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했던 세력이 주류 여당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상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계엄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의견이 80%에 육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율은 점차 감소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포퓰리스트적인 정치인으로서 계엄이 정당했다는 공식 담화를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내 편’과 ‘반대편’을 철저히 구분하고, ‘반대편을 없애기 위해 계엄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 담화는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포퓰리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였다. 윤상현 의원 등이 계엄 지지 발언을 하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당 차원에서도 신속하게 입장을 변경한 점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다만 이러한 입장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극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전 목사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국면에서 이러한 연결고리가 극대화됐다. 물론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과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기에, 극우세력을 새로운 지지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극우의 정치세력화는 앞으로의 정치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정당제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우리공화당이나 자유통일당 같은 정당이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을 신속하게 포용하면서 극우 노선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정치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양당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으며, 그 결과 일본 자민당처럼 여러 계파를 거느린 거대 보수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기독민주당과 바이에른 기독사회당 연합이 1위를 하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했다. 기독민주당은 AfD와는 절대 연정하지 않겠다며 극우와 확실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같은 선 긋기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은 그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향후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세력의 주류화가 공고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된 사례에서 보듯이, 한 번 극우 노선을 선택하면 되돌아오기는 매우 어렵다.”
-탄핵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탄핵 이후 극우세력의 동향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후폭풍이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설령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가 지배적인 세력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극우가 외부에서 계속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과거에는 비주류로 여겨졌던 이들이 주류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얻으면서 극우적 메시지가 공고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탄핵이 잘못됐다는 음모론이나 희생양 찾기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수십 년간 투표권을 행사할 20~30대에게도 이 같은 경험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민주적 절차에 저항하는 비민주적 정서가 확산할 경우 더 강경한 극우 메시지를 내세우는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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