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김 국장 유서 봤다던 정승윤…박원순 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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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조사하다 숨진 김아무개 국장의 유서를 봤다고 주장한 뒤, 국회가 증빙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 부위원장은 김 국장이 숨진 배경을 두고 ‘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헬기 사건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는 등 물타기를 해온 인사로, 국정감사 중인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정 부위원장에게 “김 국장의 유서를 언론을 통해서 봤다고 하기에 해당 기사와 그 기사에 해당되는 유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니 이 사진을 보내주셨다”며 정 부위원장 쪽이 제출한 사진을 공개했다. 권익위 관계자가 국회에 낸 이 자료엔 “모든 분께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혀 있다.
‘이 자료가 본인이 본 사진이 맞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정 부위원장은 “맞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곧바로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되받았다. 권익위 쪽이 제출한 유서는 2020년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서였기 때문이다. “김 국장의 유서를 봤다”며 목소리를 높여온 정 부위원장은 “이게 누구 유서인지 아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잘 모른다. 죄송하다. 박원순 시장님 유서를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을 흐렸다. 유철환 권익위원장 역시 “그건 저도 잘 몰랐다”며 얼버무렸다.
김 국장의 유서를 놓고 진실게임까지 벌어진 이유는 그간 정 부위원장이 김 국장의 죽음을 두고 ‘이재명 대표의 헬기 사건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하는 등 유족들이 알고 있는 진실과 다른 주장을 앞장서 펼쳐온 까닭이다. 유족들이 유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밝히자 정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국감에서 “유서를 봤다. 그런 내용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돌아가셨을 때, 초창기 언론에 유서라고 해서 사진이 찍혀가지고 한참 동안 언론에 나와 있어서 제가 그것을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이인영 의원 쪽이 확인한 언론 보도 내용을 제출해달라고 하자, 황당하게 박 전 시장의 유서를 제출한 것이다.
야당 정무위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 부위원장이 위증을 한데다, 국정감사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까닭이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대놓고 허위 자료를 제출한 권익위를 국회 모독으로 고발하고 망인인 김 국장의 명예까지 훼손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 적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권익위가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진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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