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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사태에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 문제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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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4-11-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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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사도광산 등재 합의
일본 전시물에도 ‘강제’ 표현 빠져
일본 정부 대표, 야스쿠니 참배
‘양보’ 기조 비롯된 ‘외교 실패’


지난 7월28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서 관람객이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28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서 관람객이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24일 연 사도광산 추도식이 한국인 노동의 강제성 언급도, 한국 정부와 강제징용 유가족 참석도 없는 ‘그들만의 행사’가 되면서 정부의 외교 실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서 선제적으로 양보한 뒤 일본 호응을 기다리는 현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가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이 합의한 추도식이 첫해부터 틀어지면서 향후 양국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말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은 대신 일본 정부가 약속한 조치 중 하나다. 정부는 과거 일본 민간단체가 주최한 추도식과 달리 올해부터는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다는 데 의미가 부여해 왔다. 추도식은 매년 7~8월 개최한다고 했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에도 협의는 순탄지 않았다. 일본의 국내 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협의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추도식 날짜는 개최 나흘 전인 지난 20일에야 확정됐다. 유가족의 방일 비용은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가 모두 부담키로 했다. 추도사 명칭도 누구를 기리는 것인지 모호한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졌다. 이를 두고 추도식을 대하는 일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일본 정부측 대표로 추도식에 나선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이후 드러났다. 정무관 이상 참석을 요구한 것이 수용됐다고 본 한국 정부 입장은 무색해졌다. 일본 측은 이쿠이나 정무관이 낭독할 추도사 내용을 전날까지 한국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비롯해 일본 측이 추도식을 둘러싼 협의 전반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결국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과정을 두고 정부가 지난 7월 말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의 당시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등재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때에 추도식 일본 정부 참석자 지위, 추도사 핵심 내용 등을 미리 합의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세계유산위원회WHC는 관례상 21개 회원국 전체의 합의로 등재를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이 반대할 경우 일본 정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비판을 두고 “지적을 수용한다. 그만큼 생각이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후 양국의 협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인 부실한 외교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최가 임박한 시점까지 정부가 요구를 관철하지도, 정보를 제대로 얻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본 정부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을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도식 날짜부터 못 박아 발표한 것 역시 문제로 꼽힌다.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좁힘으로써 정부 요구를 관철하기 어려운 환경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이날 추도사에서 한국인 노동자의 강제동원이 ‘합법’이라는 인식을 엿볼수 있는 내용을 낭독했다. 반면 강제성을 나타내는 표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또한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일본과 합의하는 조건으로 일본이 한국인 노동자의 역사를 알린다며 설치한 전시물에도 강제성의 맥락을 드러내는 내용이 없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추도식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하는 등 일본에 선제적으로 양보하면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이 먼저 양보하면 일본이 ‘남은 물 잔’을 채울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의미 있는 호응은 나오지 않았다. 교과서의 역사 왜곡, 독도 도발 문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일본 문제에서 유연한 대응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한국 정부가 참석하는 추도식을 다시 개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한·일 사이에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중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전날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하나의 단일성단발성 문제가 전반적인 양국 관계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라며 “일본 외교당국과 계속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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