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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공군 벗어날 수 있나"···공군 성폭력 피해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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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4-1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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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군인을 표현한 일러스트. 경향DB

여성 군인을 표현한 일러스트. 경향DB



‘이 사진, 당신이 맞나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올해 초 공군 A하사에게 텔레그램으로 인터넷 링크를 보내며 물었다. 잠시 고민하다 링크를 누른 A하사는 경악했다. 2021년 임관한 A하사의 직함과 이름을 내세운 엑스구 트위터 계정으로 연결됐는데,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상 사진을 도용해 만든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올라와 있었다.

‘군 관계자가 만든 계정일까?’라는 의심이 피어났다. 떠보듯 ‘당신이 맞냐’고 물어온 사람의 의도도 의심스러웠다. 군에서 ‘동료’라기보단 ‘성적 대상’ 취급을 당한 경험이 불신에 불을 지폈다. A하사는 이미 두 차례 강제추행 피해와 2차 가해를 겪은 터였다. ‘더는 버틸 힘이 없다’는 생각에 그는 지난 7~8월 연거푸 자살을 시도했다. 지금은 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상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성폭력 피해로 점철된 A하사의 지난 4년이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이예람 중사를 떠나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군이 또 제2의 이예람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공군 소속 고 이예람 중사는 A하사가 임관한 2021년 상관의 성폭력과 군의 조직적 은폐로 고통받다 목숨을 끊었다.

경향신문이 A씨의 변호인과 지인, 추 의원실 등을 통해 확인한 자료를 종합하면 A하사는 2021년 12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선임 부사관 B하사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 겨울 야간 당직근무 중 B하사는 A하사를 컨테이너 뒤로 불러내 손목을 끌어당겨 잡거나 머리를 쓰다듬고는 느닷없이 “감정이 있다”고 고백했다. A하사의 신고로 B하사는 재판에 넘겨졌다. B하사는 재판에서 “남녀관계가 아닌 선후배 관계로 잘 챙겨주겠다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B하사에게 징역 6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후 B하사는 군에서 제적됐다.

강제추행 피해가 인정됐지만 같은 부대에 남은 A하사는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A하사 측에 따르면 C선임하사가 다른 사람에게 A하사의 신상을 알려주고, 피해 내용을 부대 주요 보직자들에게 퍼뜨렸다. A하사는 전출을 희망해 다른 부대로 옮겼다.

하지만 전출 몇 달 뒤인 2023년 초 C선임하사가 교관으로 전입했다. A하사는 그와 같이 근무하는 상황에 심적 부담을 느끼다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그렇지만 성폭력 피해는 그치지 않았다. A하사 측은 그가 지난해 6월 다른 가해자인 D상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A하사는 D상사에게 불쾌하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는 않았다. ‘공론화되면 시끄러워질 것’이며 ‘경험상 나만 손해’란 생각에서였다.

두 번의 성추행과 2차 가해를 겪은 A하사는 올해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를 다시 겪으며 군에 남으려 했던 의지가 꺾여버렸다. A하사는 딥페이크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누군지 특정도 되지 않았다.

결국 A하사는 지난 8월 ‘의병전역심신장애’을 신청했다. 군 복무 중 얻은 전상·공상·질병 또는 심신 장애로 인한 전역을 말한다. 하지만 A하사 측은 “군 관계자로부터 현역 부적합 심사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에 군에 ‘부적합’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취지이다. ‘불명예 전역’이나 마찬가지다.

국정감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A하사 사건에 관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확산하지 않도록 하고 불명예 전역이 없도록 다각적으로 살피겠다”고 답했다. 공군은 이날 기자의 질의에 “국군의무사령부의 의무조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행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서면으로 답했다.

공군 측은 “첫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받은 즉시 엄정하게 사건 처리를 진행했고, 2차 성추행 당시에도 피해자가 신고를 원치 않았지만 피해자와 행위자의 근무 공간을 조정했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 훈령상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해 조치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A하사는 변호인을 통해 “여전히 꿈에 가해자들이 나와 괴롭힘을 당하는 게 하루하루 너무 힘들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면서 “죽지 않는 이상 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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