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꿈꾸는 윤-트럼프 진짜 케미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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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 인사들이 한참 전부터 윤 대통령과 트럼프가 ‘케미’가 맞을 것이다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7일 기자회견
“트럼프와 윤석열 대통령과는 케미가 잘 안 맞을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0일 국회
화학 반응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케미스트리chemistry’는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 ‘케미’라는 줄임말로 사용됩니다. ‘사람 사이의 호흡’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케미’에 대한 언급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귀환이 한국의 외교·안보·경제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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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는 진짜 케미가 맞을까요? 케미가 맞는다고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한 정세에 한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두 정상의 관계에 따라 한-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롱맨’ 대 “돌 맞고 간다”
트럼프 당선자는 자타공인 ‘스트롱맨’입니다. 스트롱맨은 소통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력’보다 결단하고 추진하는 ‘실행력’이 앞서는 권위주의 리더를 가리킵니다. 트럼프와 과거 케미가 맞았던 세계 정상들도 스트롱맨들이 많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참여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가장 친하다”고 했습니다. 과거 트럼프가 호감을 보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도 독재자 성향을 보이는 지도자입니다.
윤 대통령 역시 대놓고 ‘스트롱맨’을 표방하진 않지만, 추구하는 지도자상이나 리더십은 거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보, 대통령실의 피아이PI·President Identity·대통령 이미지 전략을 보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노동, 연금 개혁 등 구조개혁을 밀어 붙인 지도자입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등 4대 개혁 추진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 “저에게 맡겨주신 소명”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 등의 발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슈뢰더나 대처 전 총리와 달리 윤 대통령은 ‘불통’이라는 비판에 시달립니다. 이런 점을 들어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의 케미가 잘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즉흥적’ 성향을 자주 보이는 두 사람의 기질도 닮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세주도형’과 ‘대세주도형’이 만나면
그러나 두 정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오히려 케미가 안 맞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태도와 대응 방식으로 지도자의 유형을 분류한 미국의 철학자 시드니 훅의 이론을 인용해 두 정상이 모두 ‘대세주도형’이라고 설명합니다. 대세주도형은 본인이 흐름을 주도해야 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 원장은 “트럼프 당선자는 협상하고 타협하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기주장을 강력히 펴는 스타일이다. 윤 대통령 역시 본인이 직접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고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라며 “서로 충돌하거나 부딪힐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자칫 강대국인 미국의 힘에 눌려 휩쓸려 갈 가능성이 있는데 그 점이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자를 제대로 상대하려면 ‘행정가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는 “똑같은 스타일로 맞부딪히면 못 이긴다. 트럼프 같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상대하려면 진중한 협상가의 모습으로, 감정을 조절하며 용의주도하게 상대를 다룰 수 있는 행정가형으로 가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스타일처럼 철저하게 준비하고 분석해서 준비된 말과 준비된 전략으로 냉철하게 상대해야 트럼프의 폭풍 같은 스타일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행정가형’은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는 아주 거리가 먼 유형입니다.
‘케미’, ‘골프 연습’보다 필요한 것은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의 골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통령실은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의 ‘골프 외교’를 본떠 윤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지난 8월부터 지난 9일까지 7차례 골프를 쳤다”며 ‘거짓말’이라고 반박합니다.
외신들도 윤 대통령의 ‘골프 외교’에 주목했는데 관련 보도를 보면 ‘골프 외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지난 12일 로이터 통신은 윤 대통령과 골프 외교를 다루면서 “두 정상이 앞으로 강력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한국이 트럼프 시대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지적을 인용했습니다. 로이터는 이어 “많은 지도자가 아베와 트럼프가 맺은 우정을 본뜨려고 노력하겠지만, 두 정상의 개인적인 관계가 일본에 명확하고 입증된 이익을 가져왔다는 증거는 없다”는 전직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의 평가도 전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치밀하고 차분한 준비’라는 기본을 지키는 것입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진영 외교, 가치 외교 노선을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이 국익 우선 외교를 하듯이 우리도 국익적 관점에서 대처해야 한다”며 “빨리 만나는 것보다 우리가 입장이 잘 정리된 다음에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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