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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억이나 썼는데 "이걸 왜 타냐"…월미바다열차의 눈물 [혈세 누수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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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4-10-1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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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모노레일 사업 도마 위
인천 월미바다열차 연간 60억원 적자
강화는 공무원이 민간 부당 지원 적발
보령, 타당성 조사 미비로 사업 철회
남원 민간 사업자에 408억 배상할 판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열차가 좋은 예
900억이나 썼는데 quot;이걸 왜 타냐quot;…월미바다열차의 눈물 [혈세 누수 탐지기⑮]

월미도 내 박물관역 정거장에 바다열차가 진입하는 모습. 바로 밑에 시내버스 정거장이 있었다. /사진=김영리 기자

"인천시민인데 월미바다열차는 한 번도 안 타봤어요."

지난 8일 찾은 인천 중구 월미바다열차 인근. 주중인 걸 감안해도 이곳은 한산해도 너무 한산했습니다. 아직 겨울도 안 됐는데, 텅 빈 거리에 선선해진 날씨까지 보태면서 으슥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모노레일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용객이 적어 한 해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내는 곳부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포착된 곳까지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팀이 이번에는 위기의 전국 모노레일 사업을 들여다봤습니다.
911억 들였는데 연간 60억대 만성 적자

월미바다열차 탑승객들이 주변 경관을 살피는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월미바다열차는 2019년 개통된 모노레일입니다. 총운행 거리 6.1㎞, 평균 시속 9㎞로 45분 동안 월미도를 한 바퀴를 순환합니다. 국내 최장의 도심형 관광열차 사업으로 사업개발비만 911억원의 세금이 투입됐습니다. 월미도의 관광 명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개통 이후 수년째 연간 60억원대의 만성 운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월미바다열차의 요금 인상으로 매출이 오르고 있다"며 "다양한 할인 혜택을 마련하기 위해 월미상업지구 내 상인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연간 적자 중 30억원가량은 열차와 구조물 등의 감가상각비에 따른 것"이라며 "운영 적자만 집계하면 연간 30억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월미바다열차 승강장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현장 직원에 따르면 평일엔 한산하고, 주말엔 인기 시간대가 매진돼 현장 발권 시 2시간씩 기다릴 정도로 붐빈다고 합니다. 혈누탐팀이 전날 예약했을 때는 오후 1~3시를 제외하곤 시간대마다 수십석이 비어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아쉽다거나 불만 섞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50대 인천시민 정모 씨는 "중간에 사업이 추진됐다가 폐기되는 바람에 10년 넘게 흉물로 남아있었기에 걱정이 컸다"며 "이렇게 금액 올려서라도 적자를 보전하는 게 다행인가 싶은데 이용객이 많지 않아 홍보가 덜 된 듯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대 김모 씨는 "오늘 처음 알게 됐고, 한 번쯤 타볼 만하지만 1만1000원이면 저렴하다고 볼 순 없다. 아직 이용 체계가 덜 잡힌 느낌"이라며 재승차 기회 1회, 열차 시간표 미비 등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상업시설 이용하면 재승차 추가라더니…상인들 "처음 듣는 말"
지난 8월 요금 인상과 함께 인천시는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월미도 내에서 상업시설을 이용하면, 평일에만 재승차 기회를 추가로 부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은 월미도 내 모르는 상인도 많았습니다. 프로그램만 만들고, 제대로 알리질 않은 겁니다. 혈누탐 팀이 카페와 식당 5곳에 방문해 물어보니 3곳은 "이런 질문을 처음 들어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1곳은 "안 될 것 같은데 관광안내소에 물어보시라"고 돌려보냈고, 1곳은 "열흘 전에 그런 내용의 공문을 받은 것 같은데 우리 가게 영수증도 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아리송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월미도에서 만난 시민들은 월미바다열차를 타지 않고 월미도를 찾은 시민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젊은 관광객들에겐 아예 외면받는 실정입니다. 경기 화성에서 현장 체험으로 월미도를 찾은 중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 주신 자유시간에 비해 열차 탑승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바다를 구경하면서 친구들이랑 걸어왔는데, 월미도까지 20분이면 충분했다"고 말했습니다.

월미도 내 카페에서 1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20대 임모 씨도 "인천시민인데 월미바다열차는 한 번도 안 타봤다"며 "시내버스로 5분이면 인천역에서 월미도로 진입이 가능한 데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버스와 바다열차 노선이 일부 중복되는데 굳이 몇 배 더 비싼 관광열차를 타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게다가 "바다열차만의 독점적인 관광 거리나 이색적인 경험이 없다. 오히려 운행 초기에 있었던 사고나 부실 공사 논란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각인돼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른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착공 11년 만에 개통된 지 하루 만에 동력전달장치의 기어 마모로 2차례 멈추어 서는가 하면, 지난해 6월에는 높이 18m짜리의 레일 기둥과 거더바닥 판이 설치되는 보를 연결하는 지름 2~3㎝의 볼트가 바닥에 떨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불만들이 많아서일까요. 혈누탐팀이 처음 열차를 탔을 때는 그래도 30명 정도는 있었는데, 월미도에서 월미바다역으로 돌아오는 열차에는 탑승객이 7명뿐이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시끄러운 모노레일들
월미바다열차는 어떤 의미에선 그나마 양반입니다. 지난 7월 감사원은 지자체 9곳의 재정투자사업에 대해 처분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중 2곳이 모노레일 사업으로 징계 혹은 주의를 받았습니다. 인천 강화군의 화개산 모노레일 사업에서는 지역 공무원이 민간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공모 지침서상 공고한 내용과 다르게 협약을 체결하고 공익적 발전기금액을 부당 감면, 예산 부당 지원 등 특혜를 제공해 손해를 보는 일이 적발됐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된 과정 없이 집행된 예산이 5억원이 넘습니다.

보령시는 모노레일 설치사업에 95억원을 들이려다 중단했습니다. 감사원이 경제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인근 내륙산악관광 자원개발사업에 모노레일 사업이 포함돼 중복 사업인데다, 환경부 협의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축소해 보고한 것이 적발된 탓입니다.

남원시는 모노레일 사업이 핵심인 남원관광지 테마파크에 405억원을 대출받아 추진했다가 시장이 바뀐 후 관련 협약이 취소되면서 개업 2년도 안 돼 문을 닫았고, 이곳은 흉물로 전락했습니다. 결국 지난 8월 민간사업자한테 408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1심 판결을 법원에게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부풀려진 사업이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본래 하루 930명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모노레일의 실제 사용자 수는 하루 396명으로 절반도 안 된 것입니다.
잘 되는 해운대의 비결은

왼쪽부터 8일 월미바다열차 내부 모습과 지난달 해운대 해변열차를 탑승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그럼 잘 되는 모노레일은 없을까. 성공 사례로는 부산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가 꼽힙니다. 다른 지자체서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꼭 이곳을 벤치마킹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지난달 혈누탐팀이 찾은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내에는 탑승객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었습니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는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공공 개발한 것으로, 민간 기업에 지자체에 폐선 부지를 빌려 운영하고 있습니다. 없는 걸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안 쓰던 걸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다른 지역 모노레일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민간에 위탁까지 하면서 지자체의 리스크는 줄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이곳은 월미바다열차와 달리 이용 횟수를 기준으로 요금을 세분화한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편도 이용권7000원은 월미바다열차보다 저렴하고, 재승차 제한이 없는 무제한 이용권1만6000원은 더 비쌉니다. 그래도 관광객들은 대부분 무제한 이용권을 구입했습니다.

월미바다열차보다 짧은 4.8㎞를 왕복 운행하지만 정거장은 총 7개로 더 많아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각 정거장이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깊숙한 위치에 박혀있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었습니다. 열차를 타야만 볼 수 있는 경관, 해변가 구름다리, 각종 포토존 등 추억을 남길 장소가 풍부했습니다.

7개 중 3개의 정거장에 매표소가 있어 어디서든 출발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또 월미바다열차가 기존의 지하철처럼 시민끼리 마주 보는 형식으로 좌석을 배치한 것과 달리, 이곳은 해변만 바라보게끔 배치한 좌석도 센스도 돋보였습니다. 미리 예매한 관광객들은 현장 발권자보다 5~10분 먼저 입장하게 해 좌석 선택권을 먼저 부여하는 등 이용 규칙에서 세심함이 느껴졌습니다.
적자 바다열차의 끝은

월미바다열차 내부. /사진=김영리 기자


월미바다열차의 문제는 △재승차 1회 허용 △대중교통과 중복 노선 △볼거리 부족 △비싼 가격 △홍보 미비 등으로 요약됩니다.

월미바다열차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1호선 인천역과 매우 인접해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바다와 각종 공업 시설, 인천대교, 역사 유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용법 개선과 홍보가 수반된다면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지역 경제도 얼마나 좋아지겠습니까. 이미 수백억의 혈세가 투입됐는데,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 살려 진짜 지역의 명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오늘은 날이 조금 흐렸는데요. 맑은 날엔 매력이 더 넘친답니다. 월미바다열차를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관광객이 거의 없어도 수준 높은 해설을 선보여주신 문화해설사의 열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혈누탐팀은 생업을 건 누군가의 열정이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

김영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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