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공의 사직해도 환자는 봐야…지방 응급실로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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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아산병원 2人 인터뷰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호34·왼쪽씨와 김찬규33·오른쪽씨는 지난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정부가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형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던 이들은 지난 2월 의정 사태 이후 사직하고 지난 8~9월부터 전북 정읍아산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다. /이태경 기자
이들은 지난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역 의료 사정이 매우 좋지 않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지방으로 가면 모든 조건이 나아진다”며 “환자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사직 전공의들이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지역의료 공백이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젊은 의사가 많지만, 정부와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상처받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 병원에 취직하는 사직 전공의가 많은가.
전호씨이하 전=지방으로 흩어진 동기가 많다. 저희는 환자를 안 보겠다는 게 아니라, 이전 같은 조건에서 환자를 못 보겠다는 것이다. 저희를 더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픽=양진경
-환자를 다시 보고 싶으면 원래 있던 병원으로 복귀하는 것도 방법인데.
전=전공의는 수습이라는 이유만으로 처우가 부족했다. 지방으로 가면 모든 조건이 나아지는데, 수련 병원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김=전문의 자격을 따서 제 전문 분야를 인정받으려고 수련받았다. 이제 인정받을 이유가 사라졌다. 정부가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수련 병원에서 더 이상 인내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으로 돌아오나.
김=사직 전공의들이 가장 공감하는 문제는 ‘의사 악마화’다. 정부와 언론은 우리를 단순히 돈을 위해서 행동하는 악마처럼 묘사했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다시 생겨야 한다. 정부가 전문의 중심 병원 등을 도입하면서 현 상황에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사직 전공의들도 적응하고 있다. 송구한 얘기지만 누군가는 사퇴를 포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의사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의료 정책을 확정했다. 정부가 깎아내린 의사 명예가 회복되는 것이 우선이다. 또 저희는 2025학년도 정원 원점 재검토 등 7대 요구안이 있다. 그걸 지켜줘야 한다.
-2025학년도 정원 원점 재검토 외에는 방법이 없나.
전=2025학년도 정원 백지화는 무조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정부가 앞으로도 ‘일단 지르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증원에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근거만 있으면 2000명 증원이든 2만명 증원이든 상관없다.
김=과학적 추계만 된다면 증원이든 감원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이것이 논의되기 어려운 것은 정부와의 신뢰 관계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의료계를 통제 대상이 아니라 논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사직 전공의 생계는 나아졌나.
전=결혼한 사람들은 아직 어렵다. 사직서 수리 전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취직한 동기들끼리 돈을 모아 사정이 어려운 동기들이 인당 75만~100만원씩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간 전공의들은 목소리를 잘 내지 않았는데.
김=오해다. 목소리를 내는데 닿지 않은 것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소속이나 신분이 없어서 단체로 의견을 내기 어렵다. 목소리를 내더라도 개인의 목소리로 여겨진다.
전=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지금 의료 개혁의 방향은 틀렸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있다. 저희는 사분오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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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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