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짜와 브로커의 만남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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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는 정치권에 상존하는 위성 같은 존재다. 선거 전략을 짜주겠다, 표를 모아올 수 있다, 인지도를 높여줄 수 있다 등의 제안을 하며 출마자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부정한 금전 거래나, 이권 개입, 인사 청탁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컨설턴트와 브로커의 차이가 그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이중선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브로커들이 전주시 국·과장급 자리의 인사권을 거래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폭로하며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브로커들이 휴대전화 요금 청구 주소지를 옮기는 방식으로 여론조사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여권 실세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체육복표 사업권자 선정 등에 개입했던 최규선씨나,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검찰 인사들을 공략하며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로 뛰었던 박태규씨 등도 정치 브로커로 불렸다. 그러나 지역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가 대통령 후보 부부와 관계를 맺어 뉴스의 중심까지 오른 브로커는 명태균씨가 처음일 것으로 보인다.
1970년생인 명씨는 경남 창원에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와 인터넷 매체 시사경남을 운영하면서 지역 정가에서 이름을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인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했고, 이후 명씨를 윤 대통령은 ‘명 박사’, 김건희 여사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대선 과정 등에서 소통했다는 게 명씨와 정치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명씨는 올해 22대 총선 때도 김 전 의원 공천 문제를 김 여사와 논의했다. 명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명씨의 면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입당 등 주요 과정에 개입시켰다. 정치 경험과 인맥 없는 초보가 급하게 대선에 뛰어들면서 벌어진 일이다. 여권 인사들은 “당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드나든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저런 자들이 꼬이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였다”고 전한다. 정치인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옥석을 가려내고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 또한 필수 덕목이다. 브로커의 폭로전과 국정 농단 논란은 정치인이 잘못 처신한 결과다. 준비 안 된 ‘깜짝 스타’와 ‘센터 본능’ 강한 배우자가 초고속 집권한 후과를 국민들이 겪고 있다.
황준범 논설위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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