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 실력자? 정치 브로커?…명태균 의혹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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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 20여명 얽혀… 의혹 눈덩이
공천 개입·여론조사 제공 등 尹부부도 거론
정황·전언은 넘치는데 구체적 근거는 부족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낯선 이름 하나가 여권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여론조사 업체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씨다.
명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명씨 관련 의혹의 큰 줄기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활용해 여당 공천에도 관여할 수 있는 ‘막후 실력자’인지, 그저 선거 때마다 등장해 후보에게 조언을 건네는 ‘정치 브로커’들 중 한 명일 뿐인지가 이번 의혹의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명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여야 정치인이 20여명에 달하고, 이들을 둘러싼 의혹들도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온통 ‘명태균 의혹’으로 뒤덮여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의 내용과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尹부부-명태균, 얼마나 긴밀했나
우선 명씨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를 따지기 위해선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였는지부터 규명돼야 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통화 녹취나 메신저 내용 등 물증은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나마 구체적으로 나타난 건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남 횟수다.
이는 윤 대통령과 명씨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지점이기도 한데, 대통령실이 자초한 면이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즈음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 등의 소개로 명씨를 자택에서 두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밝혔는데, 당사자로 추측된 인사들이 즉각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거짓 해명이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남 횟수는 최소 4차례다. 김영선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박완수 경남지사,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명씨와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인사들은 자신들이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게 아니라 명씨의 주선으로 윤 대통령과 만났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경선 막바지쯤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도 했지만,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는 메신저를 통해 계속 연락했다는 주장이 의원도 나왔다. JTBC는 4·10 총선 공천 발표를 앞둔 지난 2월 명씨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이 드러나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관계에 대한 정치권의 의구심은 더 커졌다.
◆尹, 무엇을 얻었나 ①이준석·김종인과 접점?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와 친밀했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야 정치적·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아직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치 않은 상태다. 정황과 전언에 기초한 의혹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거래 관계가 성립하려면 쌍방이 서로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명씨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우선 거론되는 건 윤 대통령이 명씨를 통해 이 의원, 김 전 위원장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윤 대통령이 2021년 7월 이 의원, 김 전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 명씨가 배석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당시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을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고, 김 전 위원장은 직전 비대위원장으로 4·7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 승장勝將이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위해선 두 사람과의 컨택 포인트가 필요했는데, 그때 명씨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선 전 의원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명씨의 공이라면 연합해본 적 없는 우파 진영에서 처음으로 연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입당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이 갈등을 잠시 봉합했던 ‘치맥 회동’도 자신이 마련했다고 명씨는 주장한다. 이에 이 의원은 “당대표 비서실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해 입장이 엇갈린다. 명씨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尹, 무엇을 얻었나 ②미공표 여론조사?
명씨가 대선 경선 기간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윤 대통령에게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지난 10일 공개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경선 기간이던 2021년 10월 국민의힘 당원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 2차 경선을 통해 추려진 최종 후보 4명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의 본선 경쟁력을 비교했고, 각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일대일 가상대결 조사도 했는데 결과는 윤 대통령의 압도적인 우위였다고 노 의원은 밝혔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회장 직함을 달고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대선 기간에도 미공표 여론조사를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명씨와 함께 일했던 강혜경씨는 명씨가 윤 대통령 측에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후보에게 적법한 대가 없이 제공하는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다만 이 역시 정황과 주장만 있을 뿐 객관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명씨는 “윤 대통령한테 공표되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자체 조사는 내가 필요해서 한 거다. 비용 관련된 거 그분들한테 청구한 적도 없다”CBS 인터뷰고 정면 반박했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는 제 소유의 회사가 아닌데, 실질적인 운영 등 포함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유포·보도하면 법적 대응 하겠다”고도 했다.
◆명태균, 무엇을 얻었나 ①김영선 공천?
다음 쟁점은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고, 실제로 얻었느냐다. 이 부분도 전언과 주장뿐인 의혹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김 전 의원의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이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을 수 있도록 윤 대통령 부부에게 부탁했고, 실제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19일 명씨가 2022년 5월 9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대통령 전화한 것 아나. 사모하고 전화해가지고.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고 했는데’ 이라대”라며 “내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녹취 파일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2022년 5월 10일 국민의힘 창원의창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후 김 전 의원이 2022년 8월부터 명씨에게 60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천 개입 의혹은 더 커졌다.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은 대가로 명씨에게 돈을 지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의원과 명씨를 대상으로 돈이 오가게 된 경위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지난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내사 종결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과 명씨는 김 전 의원이 명씨로부터 빌린 돈을 갚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명씨가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의 경남 김해갑 출마를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역시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JTBC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의 단수공천을 요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자, 김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다”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명씨의 텔레그램 캡처본을 인용해 보도했다.
◆명태균, 무엇을 얻었나 ②국정에 입김?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공천의 배후에도 명씨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뉴스토마토는 11일 명씨의 과거 측근 등의 주장을 인용해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활용해 박 지사와 김 지사의 공천을 도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박 지사 측은 이에 “사실관계와 다르므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57.89% 지지를 받고 공천을 획득한 후 본선에서 65%의 득표율로 도지사에 당선됐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 측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단식투쟁해서 경선한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고 했다.
명씨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를 구속하면 한 달이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느냐고 검사에게 말할 것”,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면 세상이 뒤집힌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진의가 무엇인지도 논란이다.
◆여야 20여명 명태균과 얽혀… 의혹 ‘눈덩이’
위에 언급한 인사들을 포함해 명씨와 접촉한 적 있는 정치인은 여야를 걸쳐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의혹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11일 이 의원이 대표로 선출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조작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2021년 5월 15일 “내일 저녁 7시에 인터넷 커뮤니티 멸망할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이 의원은 명씨와 미리 여론조사 관련 얘기를 나눈 적 있나, 없나. 도움받았나, 안 받았나”라고 물었다. 2021년 5월 16일 오후 7시에는 이 의원이 1위를 한 미래한국연구소 의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 기간을 통틀어 첫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였다.
이 의원은 이에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증세”라며 “제가 1등 하는 조사가 수두룩했고 전당대회 기간 동안 40회 넘는 조사가 이뤄졌는데 추세에서 벗어난 ‘조작된’ 조사 하나만 찍어서 대보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은 또 “여론조사 보도시점 이전에 조사 완료되면 통계처리 되면 대충 흘러나와서 많이 전해 듣는다”며 “정치 하루 이틀 해보느냐”고 반박했다.
명씨는 채널A 인터뷰에서 “오세훈을 만든 것, 그게 내가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시장 측은 “김 전 의원이 명씨를 오 시장에게 소개했고, 관계 유지를 조언했지만 이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씨는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 의원과도 만난 것으로 드러났고,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1일 경남 하동 칠불사에서 이 의원과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명씨, 김 전 의원과 만난 것을 두고 김 전 의원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하는 대가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는 모종의 거래가 시도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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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개입·여론조사 제공 등 尹부부도 거론
정황·전언은 넘치는데 구체적 근거는 부족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낯선 이름 하나가 여권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여론조사 업체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씨다.
명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명씨 관련 의혹의 큰 줄기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활용해 여당 공천에도 관여할 수 있는 ‘막후 실력자’인지, 그저 선거 때마다 등장해 후보에게 조언을 건네는 ‘정치 브로커’들 중 한 명일 뿐인지가 이번 의혹의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명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여야 정치인이 20여명에 달하고, 이들을 둘러싼 의혹들도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온통 ‘명태균 의혹’으로 뒤덮여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의 내용과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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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명태균씨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명태균씨 페이스북 캡처 |
우선 명씨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를 따지기 위해선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였는지부터 규명돼야 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통화 녹취나 메신저 내용 등 물증은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나마 구체적으로 나타난 건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남 횟수다.
이는 윤 대통령과 명씨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지점이기도 한데, 대통령실이 자초한 면이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즈음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 등의 소개로 명씨를 자택에서 두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밝혔는데, 당사자로 추측된 인사들이 즉각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거짓 해명이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남 횟수는 최소 4차례다. 김영선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박완수 경남지사,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명씨와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인사들은 자신들이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게 아니라 명씨의 주선으로 윤 대통령과 만났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경선 막바지쯤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도 했지만,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는 메신저를 통해 계속 연락했다는 주장이 의원도 나왔다. JTBC는 4·10 총선 공천 발표를 앞둔 지난 2월 명씨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이 드러나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관계에 대한 정치권의 의구심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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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관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명태균 씨의 여론 조사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와 친밀했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야 정치적·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아직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치 않은 상태다. 정황과 전언에 기초한 의혹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거래 관계가 성립하려면 쌍방이 서로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명씨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우선 거론되는 건 윤 대통령이 명씨를 통해 이 의원, 김 전 위원장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윤 대통령이 2021년 7월 이 의원, 김 전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 명씨가 배석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당시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을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고, 김 전 위원장은 직전 비대위원장으로 4·7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 승장勝將이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위해선 두 사람과의 컨택 포인트가 필요했는데, 그때 명씨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선 전 의원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명씨의 공이라면 연합해본 적 없는 우파 진영에서 처음으로 연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입당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이 갈등을 잠시 봉합했던 ‘치맥 회동’도 자신이 마련했다고 명씨는 주장한다. 이에 이 의원은 “당대표 비서실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해 입장이 엇갈린다. 명씨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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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조사관이 동행명령을 집행하러 경남 창원 명태균 씨 자택을 방문, 명 씨 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명씨가 대선 경선 기간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윤 대통령에게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지난 10일 공개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경선 기간이던 2021년 10월 국민의힘 당원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 2차 경선을 통해 추려진 최종 후보 4명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의 본선 경쟁력을 비교했고, 각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일대일 가상대결 조사도 했는데 결과는 윤 대통령의 압도적인 우위였다고 노 의원은 밝혔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회장 직함을 달고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대선 기간에도 미공표 여론조사를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명씨와 함께 일했던 강혜경씨는 명씨가 윤 대통령 측에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후보에게 적법한 대가 없이 제공하는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다만 이 역시 정황과 주장만 있을 뿐 객관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명씨는 “윤 대통령한테 공표되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자체 조사는 내가 필요해서 한 거다. 비용 관련된 거 그분들한테 청구한 적도 없다”CBS 인터뷰고 정면 반박했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는 제 소유의 회사가 아닌데, 실질적인 운영 등 포함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유포·보도하면 법적 대응 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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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뉴시스 |
다음 쟁점은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고, 실제로 얻었느냐다. 이 부분도 전언과 주장뿐인 의혹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김 전 의원의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이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을 수 있도록 윤 대통령 부부에게 부탁했고, 실제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19일 명씨가 2022년 5월 9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대통령 전화한 것 아나. 사모하고 전화해가지고.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고 했는데’ 이라대”라며 “내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녹취 파일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2022년 5월 10일 국민의힘 창원의창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후 김 전 의원이 2022년 8월부터 명씨에게 60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천 개입 의혹은 더 커졌다.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은 대가로 명씨에게 돈을 지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의원과 명씨를 대상으로 돈이 오가게 된 경위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지난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내사 종결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과 명씨는 김 전 의원이 명씨로부터 빌린 돈을 갚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명씨가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의 경남 김해갑 출마를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역시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JTBC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의 단수공천을 요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자, 김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다”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명씨의 텔레그램 캡처본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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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주장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뉴스1 |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공천의 배후에도 명씨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뉴스토마토는 11일 명씨의 과거 측근 등의 주장을 인용해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활용해 박 지사와 김 지사의 공천을 도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박 지사 측은 이에 “사실관계와 다르므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57.89% 지지를 받고 공천을 획득한 후 본선에서 65%의 득표율로 도지사에 당선됐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 측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단식투쟁해서 경선한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고 했다.
명씨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를 구속하면 한 달이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느냐고 검사에게 말할 것”,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면 세상이 뒤집힌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진의가 무엇인지도 논란이다.
◆여야 20여명 명태균과 얽혀… 의혹 ‘눈덩이’
위에 언급한 인사들을 포함해 명씨와 접촉한 적 있는 정치인은 여야를 걸쳐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의혹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11일 이 의원이 대표로 선출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조작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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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명태균씨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왼쪽은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시사경남’에서 편집국장으로 근무했던 강혜경씨다. 명태균씨 페이스북 캡처 |
이 의원은 이에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증세”라며 “제가 1등 하는 조사가 수두룩했고 전당대회 기간 동안 40회 넘는 조사가 이뤄졌는데 추세에서 벗어난 ‘조작된’ 조사 하나만 찍어서 대보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은 또 “여론조사 보도시점 이전에 조사 완료되면 통계처리 되면 대충 흘러나와서 많이 전해 듣는다”며 “정치 하루 이틀 해보느냐”고 반박했다.
명씨는 채널A 인터뷰에서 “오세훈을 만든 것, 그게 내가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시장 측은 “김 전 의원이 명씨를 오 시장에게 소개했고, 관계 유지를 조언했지만 이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씨는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 의원과도 만난 것으로 드러났고,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1일 경남 하동 칠불사에서 이 의원과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명씨, 김 전 의원과 만난 것을 두고 김 전 의원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하는 대가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는 모종의 거래가 시도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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