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서 공개된 3급 비밀…외교부 "사안 엄중, 조치 취할 것" > 정치기사 | politics

서울=뉴스1 노민호 구교운 정윤영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확보한 외교부 기밀문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7일 국감 질의 과정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판세 메시지 내용을 3급 비밀이라는 이미지까지 넣어 국감장 내 스크린을 통해 공개했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기밀문서 내용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외교부가 BIE 회원국 주재 공관에 보낸 판세 분석 전문이다.

해당 자료엔 사우디아라비아가 120표 이상 확보하는 건 절대 실현 불가능하다 2차 투표에서 한국이 과반 득표로 유치에 성공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 사우디는 119표, 부산은 29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로 사우디가 압승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판세 분석이 틀린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우선 답변하기 전에 저 문건을 어디서 입수했느냐"라며 3급 기밀문서가 국감장에서 사전 예고 없이 공개되고 이 내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노출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출처는 말할 수 없다. 지금 누구한테 질문을 하는 것이냐"라며 "진실성 여부를 답하면 된다"라고 재반박했다.

이에 조 장관도 "진실성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기밀문서 유출은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후 이와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공방도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급 비밀로 분류됐던 문서가 비밀취급 절차를 통해 비공개 상태에서 열람된 것이 아닌 이렇게 공개된 석상에서 전 세계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의 김건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기를 흔드는 것이고 범죄 행위"라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역시 외교관 출신의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식 논리로 갈 게 아니라 뭐가 국익인지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문서가 작성된 시점에는 보안을 지키는 것이 실익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문서 공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도 "출처 조사는 정부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며 "국회는, 특히 국감에서는 자료를 확보하면 뭐든지 질문할 수 있다"라며 김준형 의원에 질의에 어디서 입수했느냐라고 되물은 조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관과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장관이 말한 것처럼 비밀문서이기 때문에 사안이 간단치는 않은 것 같다.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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