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8만원이면 아이들 봐줘요"…인기 끌던 태권도장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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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에 폐업 속출…청소년·어른도 안 찾은 지 오래
도장 대부분 학원 뺑뺑이 코스 저렴한 비용 … 학부모들에 인기 10세 넘으면 공부 등 위해 그만둬 기술 수련보다는 생활체육 중심 유소년 선수 발굴·육성과 멀어져 韓 태 10세 전후 아이들의 대표 보육시설로 자리잡은 태권도장의 폐업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신규 수련생이 급감한 데다 줄넘기, 영어 등 사교육 위주 수업으로 운영되다 보니 청소년·성인에게 외면받고 있어서다. 다양한 연령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실패한 탓에 태권도 관련 시장 위축과 함께 스포츠 본연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생 흐름에…문 닫는 태권도장 급증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국내 태권도장은 244곳이다. 3곳에 그친 2013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폐업 규모가 약 81배 커졌다. 연간 폐업 도장은 2016년 122곳으로 처음 100개를 넘어선 후 매년 165~322곳씩 폐업하는 실정이다.
![]() 그동안 태권도장은 맞벌이 부부에게 단비 같은 존재였다. 사범들이 유치원·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차량으로 도장까지 데려가고 보호자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까지 관리해주고 있어서다. 태권도장은 태권도 이외 줄넘기와 피구 등 각종 체육활동, 영어 수업, 예의범절 교육 등까지 한다고 홍보했다. 저렴한 비용에 효과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대중 보육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워킹맘 유희민 씨44·경기 남양주는 “인당 월 18만원을 내면 주 5회 아이들을 맡아 준다”며 “방학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관리해 주고 밥까지 챙겨주는 ‘종합육아센터’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유소년 인재 육성 어렵고 성인은 무관심
대다수 태권도장이 10세 전후 위주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다 보니 청소년과 성인들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태권도 수련생 중 성인 비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태권도 사범인 40대 최모씨서울 마포구는 “‘태권도=어린이’란 인식이 굳어져 엘리트 교육을 받으려는 청소년이 오지 않으면서 생활 스포츠로서 성인이 배울 공간이 자연스럽게 소멸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형적 구조가 태권도 종주국의 국제 경쟁력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도장 운영 목적이 수련이 아니라 보육이다 보니 유능한 유소년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게 여의찮은 실정이다. 이와 맞물려 관련 학과 상위권인 용인대와 경희대 태권도학과는 매년 경쟁률이 하락하고 있다. 2·3년제 대학 태권도과는 경쟁률이 2 대 1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엘리트 체육인의 산실인 대학부와 실업팀의 비중은 쪼그라들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태권도단체 1만4987개 중 대학부는 594개4%, 실업팀인 일반부는 199개1.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수련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성균 경희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미국 등 태권도가 인기를 끄는 다른 국가에선 대부분 성인 수련생 위주로 도장을 운영한다”며 “한국도 인구 구조 변화에 대비해 성인을 대상으로 도장을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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