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 60번의 협박 전화…목소리만 남은 그놈[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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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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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한 영화 그놈목소리 스틸사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
1991년 1월 29일 화요일 오후 11시. 유괴범의 첫 번째 전화가 걸려 왔다. 단서는 3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되는 목소리 하나뿐. 유괴범은 서울 곳곳의 공중전화를 옮겨 다니며 60차례 협박했다. 경찰이 공개수사를 벌이고 28만장의 전단과 음성 테이프 1000여개를 뿌렸지만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으로 남겨졌고, 영화 그놈 목소리로도 조명된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 얘기다.
사건 당일 저녁까지만 해도 평범한 하루였다. 겨울 방학 기간 중이었고 피해자 이 군은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놀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 6시쯤부터 이 군이 보이지 않았고 늦은 밤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 군의 시체가 발견되고 나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유괴범은 납치하고 난 직후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자아냈다.
유괴범은 매우 치밀했다. 돈과 함께 요구한 카폰이 달린 자동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이었다. 유괴범은 카폰을 통해 돈을 건네받을 장소를 수시로 바꾸면서 이 군의 부모와 경찰들을 흔들어놨다. 스마트폰과 같은 이동 통신 장비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카폰을 쉽게 구하기도 어려웠는데, 범인은 이를 악용했다.
범인은 이 군의 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범행 직후 형사인 척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침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론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범인은 이 군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거기 있는 형사를 바꿔 달라"고 얘기했다. 돈을 전달받기 위해 접선하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경찰에 협조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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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호군 유괴살인 사건 범인 몽타주./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절호의 순간도 있었다. 유괴 3일째인 2월1일, 범인은 이 군의 부모가 준비한 돈 가방을 가지러 가는 중 잠복하고 있던 경찰을 보고 달아났다. 경찰이 머뭇거리면서 검거하지 못했다. 이후 화가 난 범인은 "형호가 죽기를 바라나?"며 협박했다. 돈을 받기로 한 장소에 메모지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지문은 남아있지 않았다.
메모지에는 양화대교 남단 올림픽대로 첫 번째 교각 철제 배전반 위에 돈 가방을 놓고 가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군의 아버지는 현금 10만원과 신문지를 섞은 돈뭉치를 가방에 넣어 전달했다. 경찰이 잠복하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혼선을 빚으면서 검거는 하지 못했다. 이날 이후 범인은 "가짜 돈이 잔뜩 섞여 있다. 형호를 되찾길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며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 통화 이후 44일이 지난 3월 13일. 서울 한강공원 잠실지구 인근에서 이 군의 시체가 발견됐다. 조사 결과 범인은 범행 직후 이 군의 입과 코를 막았고 손발을 결박했다. 경찰이 사망 추정 시간을 분석한 결과, 유괴 당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날부터 비공개로 진행되던 수사가 공개로 전환됐다. 목소리성문와 주변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어 범인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범인을 잡아내진 못했다.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이 사건은 영원히 미제로 남겨지게 됐다. 2006년 1월29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이 생겼지만 이 사건의 경우 적용받지 못했다. 이듬해 2월 이 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가 개봉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2019년 붙잡히면서 이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았고,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범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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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호군 유괴살인 사건 관련보도./사진=KBS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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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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