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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혀 안 깨물었냐"…피해자 2차 가해한 수사기관·재판부들 걸림돌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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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1-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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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가 지난 24일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인권 보장의 ‘디딤돌’과 ‘걸림돌’이 된 수사, 판결을 선정해 발표했다. 걸림돌 선정 사례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왜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냐”고 물은 수사기관 등 가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거나 피해자 인격을 침해한 것들이다. 디딤돌로는 가해자 혀를 깨물어 옥살이한 최말자씨에게 60년 만에 재심의 길을 열어준 재판부 등 9개 사례가 선정됐다. 특별 디딤돌에는 성폭력 피해자에 연대한 ‘곡성군 죽곡면 삼태마을’이 뽑혔다.

“강제 키스에 왜 혀 깨물지 않았냐”는 재판부 등 ‘걸림돌’ 선정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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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게 “왜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냐”고 한 검찰과 재판부는 걸림돌로 선정됐다.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사의 저항’을 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직장 상사로부터 주거침입 후 강간을 당한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로부터 “강제로 키스했을 때 왜 혀를 깨물지 않았냐” 같은 질문을 들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도 강간 사건과 관련해 “극도로 거부하며 격렬히 저항했다면 피해자의 몸에 반항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합의1부도 가해자의 집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두고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관계를 시도하면서 행사한 유형력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가슴 부위를 손으로 밀쳐 바닥에 눕히고 한 손으로 어깨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는 것이 전부”라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수사기관이 가해자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봐 걸림돌로 선정된 사건들도 있었다. 영등포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2팀은 피해자가 약 반년간 교제한 남성으로부터 강간, 폭행, 폭언 등을 겪은 사건과 관련해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성폭력을 당한 후 자살로 피해자가 죽음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을 심문하면서 사망한 피해자가 유혹했다는 식으로 발언을 해 걸림돌로 뽑혔다. 검사는 피고인을 심문하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오빠’라고 부르며 적극적으로 신체 접촉을 했기 때문에 성관계를 하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도 걸림돌로 선정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1부는 아동 및 장애인 진술 분석 의견서, 담당 수사관 등이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평가했는데도 피해자의 진술이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 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해치는 증거만을 채택한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1-3부도 걸림돌로 선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재판부도 걸림돌이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 재판 증거 조사 중 방청객을 퇴정 조치하지 않은 채 피해 영상물을 재생해 2차 피해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법원 3부는 휴대전화로 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나체를 휴대전화 녹화 기능으로 촬영, 저장해 유포·협박한 사건을 무죄로 봤다. ‘촬영’을 물리적인 신체를 대면하여 직접 촬영한 것으로 한정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를 퇴색시킨 판결도 선정됐다. 대법원 2부는 자폐성 장애인이 저지른 강제추행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나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해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전성협은 “해당 판결로 인해 마치 2018년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가 깨진 것으로 오독하여 이미 여러 하급심 판결에 인용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60년 만에 최말자씨 재심 길 열어준 재판부 등 ‘디딤돌’


성폭력 피해자인 최말자씨가 20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56년 만의 미투, 60년 만의 정의’ 기자회견 중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최씨는 10대 때인 1954년 자신을 성폭력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받은 후 70살이 넘어서야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청구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정지윤 선임기자

성폭력 피해자인 최말자씨가 20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56년 만의 미투, 60년 만의 정의’ 기자회견 중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최씨는 10대 때인 1954년 자신을 성폭력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받은 후 70살이 넘어서야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청구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적극적인 수사로 범죄를 밝혀낸 수사기관은 디딤돌로 선정됐다. 3년간 중·고등학교 동창인 장애인 피해자를 성 착취한 가해자의 범행을 집요한 수사로 밝혀낸 대전경찰청 여성대상범죄 특별수사팀이 디딤돌로 선정됐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장애인인 피해자와 교제하면서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시키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지만 피해자가 범행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주범과 범행에 연루된 남성 3명의 휴대전화 7개를 압수해 1000여 개에 달하는 휴대전화 분석기록을 꼼꼼히 살폈다. 이를 바탕으로 범행을 부인하던 가해 남성 3명으로부터 주범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공소장 내용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을 수사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한 사례도 디딤돌로 선정됐다. 의정부지방검찰청은 국가대표 코치가 미성년자 선수를 강간한 것과 관련해 가해자의 죄명을 ‘의제 강간’에서 ‘아동 청소년의 위계 등 간음’으로 변경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코치와 선수로 위계 관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는 성인 대상 그루밍 성폭력 범죄를 인정해 디딤돌로 뽑혔다. 재판부는 성인 여성 피해자를 강간하고 범행 장면을 촬영한 교회 목사에게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 취업제한 7년을 선고했다. 전성협은 “교회 내 성폭력 사건에서 성인이 피해자면 아동 청소년과 달리 위력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선례를 깨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성폭력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는 이유로 성폭력을 입증하지 못 할 뻔한 사건에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도 디딤돌로 선정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향사합의2-3부는 탈의한 피해자를 촬영한 홈캠의 SD카드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본 1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SD카드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하더라도, 이로 인한 피고인의 인격적 이익의 침해 정도가 성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했을 때 사회 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할 정도로 현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강조한 재판부도 디딤돌에 선정됐다. 전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는 술에 만취한 직장 동료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성관계에 대한 동의는 맨정신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디딤돌에 선정된 사례도 있었다. 전주지방법원 형사3단독은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한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지원단체를 통해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피해자를 배려했다.

그 밖에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3부는 군인인 가해자 2명이 군인인 피해자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질렀지만 군인등강간치상의 법적 판단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해 원고에 대한 손해 배상을 인정해 디딤돌로 선정됐다. 대법원 1부는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무고죄로 피해자를 고소한 것과 관련해 원심을 파기환송해 디딤돌로 선정됐다.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최말자씨의 재심청구의 길을 열어 준 대법원 2부도 디딤돌로 뽑혔다.

전성협은 ‘곡성군 죽곡면 삼태마을’을 ‘특별디딤돌’로 선정했다. 이 마을에서는 사돈지간이자 이웃 주민인 가해자에게 강제추행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동네 지인들에게 이를 알렸다. 그러자 마을 이장이 피해자를 관련 상담소에 연계해 주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했을 때도 마을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변호해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 피해자에게 일자리를 지원해주는 등 경제적 지원도 해 주었다. 전성협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 공동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었다”며 특별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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