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결혼 잔소리에 잠으로 도망…스트레스 슬리퍼 뭐길래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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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잠으로 해결 스트레스 슬리퍼
과도한 코르티솔 분비 극심한 피로 유발
적당한 운동과 움직임·전문가 상담 큰 도움
과도한 코르티솔 분비 극심한 피로 유발
적당한 운동과 움직임·전문가 상담 큰 도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갈아 결혼은 언제 하냐는 전화를 하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요즘 계속 잠만 자네요."
올해 40대에 접어든 공기업 직장인 홍모 씨40는 "이번 설에도 고향에 내려가면 분명 결혼 압박을 하실 게 분명한데 결혼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회피하고 싶어 그냥 잠을 자버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잠이 너무 길어져 늦잠으로 회사에 지각하기도 했는데 오래 잔다고 해서 몸이 풀리는 거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홍 씨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있으면 잠을 자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스트레스 슬리퍼Stress sleeper라 부르는데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스트레스와 잠을 연관 지을 때 많이 쓰인다.
2007년 발표된 긴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사망률 관계에 대한 이해Who are the long sleepers? Towards an understanding of the mortality relationship에 따르면 실제로 좋은 일을 겪은 사람보다 나쁜 일을 겪은 사람이 잠을 늘이는 경향이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잠을 방해한다고 알려졌지만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스트레스는 잠을 늘이기도 한다. 수면 시간이 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단명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잠으로 회피해야 할 만큼 삶이 스트레스로 가득해 명이 짧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원래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하고 대처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염증 감소, 혈압 조절 등이다.
그러나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 에너지를 높여주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신체가 극심한 피로감을 주고 잠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려는 반응이 나타난다.
이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상황에 놓인 뇌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과부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때 잠은 뇌가 과부하를 해소하고 쉼을 제공하는 방법 중 하나다. 뇌는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일종의 도피 메커니즘을 발동한다.
잠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긴장된 신체를 이완시킨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이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회피로 인한 과다수면은 우울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비정형 우울증이라고 한다. 수면이 많아질수록 활동 시간이 줄고,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생산적인 활동이 감소하면서 기분이 더 저하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뿐만 아니라 오래 자면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칼로리 소모가 감소하고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대사 속도가 느려지면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 또한 증가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고,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이나 심호흡 같은 이완 기술을 통해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즉각적인 수면 대신 대화나 산책 등으로 감정을 표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과수면이 지속되거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용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는 "스트레스 상황에 현실을 회피하는 방편으로 과도한 수면을 선택하게 되면 수면 사이클을 깨지고 일상이 무너져 마음 상태와 감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진단이 가능할 정도의 무기력, 우울, 스트레스 과잉 상태가 될 경우 혼자서 이를 해결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약물 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는게 좋은데 이에앞서 가벼운 운동과 움직임을 매일 하는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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