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서 싸울 바엔…" 거짓말하며 귀성 안 하는 MZ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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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봤자 지겨운 정치·사회 얘기만”
“설 아르바이트·당직·교통편 못 구했다며 고향 안 가요”
“설 아르바이트·당직·교통편 못 구했다며 고향 안 가요”
24일 오후 서울역이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박성원 기자
온라인 조사업체 피앰아이가 올해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1.6%가 “집에서 쉴 예정”이라고 답했다. 고향본가 방문 예정은 35.3%에 불과했다. 특히 20대는 설 연휴 기간 “여행을 가겠다”는 비율이, 30대는 “연휴 기간에도 출근하거나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답한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와, 본지가 실제로 들어본 MZ세대들의 목소리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구가 고향인 대학생 임재석21씨는 “설에 가족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해졌다”며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보수고, 부산에 사는 삼촌 가족은 민주당 지지자라 설에 얼마나 고성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임씨는 부모님께 “이번 설에 급하게 친구 아르바이트를 대신 서게 됐다”며 말했다고 한다. 임씨는 “부모님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차라리 한 소리 듣고 설에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설 이후 계엄·탄핵 정국이 잠잠해지면 고향을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설 연휴 앞두고… 與는 서울역으로 - 설 연휴 시작을 앞둔 24일 여야는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서울역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강원 춘천이 고향인 직장인 유승혜31씨는 “친척들에게 불가피하게 설 연휴 기간 당직을 서게 됐다고 거짓말했다”고 했고,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정윤상28씨는 “기차와 버스 등 교통편을 구하지 못했다고 둘러대 고향인 전남 목포를 이번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인천 부평에 거주하는 신모27씨는 “계엄 이후 친척들끼리 너무 싸워서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어 대화도 시도해봤지만 결국 또 싸우기 일수였다”며 “서로 명절에 만나지 말자고 합의를 봤다. 가족들끼리 집에서 조촐히 음식이나 만들어 먹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MZ들의 ‘고향 안 찾기’ 현상에는 ‘설 밥상 민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정치권 동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의도 정치권에는 ‘설 밥상 설說‘이 있다. ’설 밥상 자리에 나오는 여론’이 앞으로의 정국 행방을 좌우한다는 설이다. 이 때문에 설을 앞두고 여의도에서 나오는 많은 정치 어젠다가 부정적인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에 일찍 귀성한 가족을 마중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녀를 반기며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가족은 모든 사회의 시작”이라며 “가정 내에서 정치같은 불편한 얘기를 하면 그런 불만이 자라서 세대에 대한 반발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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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01052803806@chosun.com 안태민 기자 atm1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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