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KG 등 한국 중견 車업체, 중국에 손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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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타개 위해 잇단 러브콜
일러스트=박상훈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 KG모빌리티옛 쌍용차는 지난달 21일 중국 체리자동차와 협력해 SUV 신차를 내놓기로 했다. 체리자동차가 개발한 플랫폼을 KG모빌리티가 돈을 내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은 차체, 엔진, 서스펜션 등 자동차 주요 부품의 기초 설계를 가리키는데, 개발에 최소 수천억원이 든다. 이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중국 업체의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작년 11월 KG모빌리티는 중국 BYD비야디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신차에 탑재하고, 국내에 비야디의 전기차 배터리 조립 공장도 짓기로 했다. 르노코리아도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협력해 올 하반기 신차를 출시했다.
그래픽=박상훈
미래차 전환기 글로벌 자동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견 업체들이 중국차의 힘을 빌려 반전을 모색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완성차 5사 중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중견 3사KG모빌리티·르노코리아·GM한국사업장는 최근 수년 사이 실적이 악화일로였다. 자동차 시장 정보 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중견 3사의 국산차 시장점유율은 5년 전 20% 안팎에서 작년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올 1~3분기1~9월에는 8.3%로 처음 10% 아래를 기록했다. 수출이 대부분인 GM한국사업장과 달리, 내수 판매 비율이 50% 안팎인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의 어려움이 더 크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3분기 10년 만에 실적이 흑자로 전환됐지만, 올 3분기 400억원 안팎 영업 손실을 내며 다시 적자를 냈다.
고금리·고물가 기조 속에 내수 침체도 가중되면서, 자체적으로 신차를 내놓기 어려워졌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같은 기술에서도 선두 업체를 따라가기엔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다. 시장 불확실성도 겹쳤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몇 년 사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다, 최근엔 전기 충전 불편을 이유로 하이브리드차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중견 업체들은 자체 연구·개발만으로는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저렴한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지닌 중국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중국과 협력하는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작년 11월 창원 공장 부지에 비야디의 배터리 조립 공장을 짓기로 계약했다. 이미 전기차 ‘토레스 EVX’에 비야디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제는 비야디의 배터리를 국내에서 조립해 이용하겠단 것이다.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선 내년부터 지리차그룹 산하 브랜드 폴스타의 전기차가 위탁 생산된다.
◇“가격 경쟁력 위해 中과 협력 늘어날 것”
과거 국내에선 중국과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했지만, 최근 상황은 다소 다르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5385대 판매됐다. 지난 9월 대비 판매량이 38% 증가하며 경쟁 차종인 쏘렌토7962대·싼타페7294대의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에 힘입어 르노코리아의 1~10월 내수 누적 판매량2만5437대은 작년 동기 대비 37% 안팎 올랐다.
결국 차량 가격이 중요하단 지적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시작 가격이 3495만원으로, 쏘렌토와 싼타페 하이브리드3900만원 안팎에 비해 저렴하다. 출시되기 전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중국과 함께 만든 차란 인식 때문에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에 표를 준 것이다.
이미 올 상반기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가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을 앞지른 것도 중국산 차량을 들여오는 대신, 가격을 낮춘 까닭이었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 기존 미국산 대비 2500만원 안팎 저렴한 ‘모델Y’를 출시했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국내 중견 업체들이 중국과 협력해 기술을 배우면서도 관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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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기자 ykw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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