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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메달 손에 쥔 한강…스톡홀름 시상식 현장 르포 [2024 노벨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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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4-12-1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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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24 노벨문학상 시상식 현장 르포


“디어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곳은 스톡홀름의 콘서트홀. 1926년 세워진 스웨덴의 이 역사적인 건물에서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이름이 불러졌다.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국인 작가 이름이 불려진 건 이번이 1901년 시작된 노벨문학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노벨문학상 메달 손에 쥔 한강…스톡홀름 시상식 현장 르포 [2024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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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올해 노벨상 수상식이 개최됐다. ‘노벨의 부름’을 받은 한강 작가는 콘서트홀 연단의 왼쪽에서 차분히 걸어 나와 미소를 지은 채 지름 약 7cm의 작은 황금빛 메달을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 메달’을 받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강이 연단의 중심에 섰을 때 홀에 가득히 울린 웅장한 팡파르 소리는, 한강 작가 개인의 문학적 여정과 헌신에 대한 예술적 보상이자, 한국문학사의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로 기록될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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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우측 2층 발코니 좌석에서 ‘직관’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시상은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노벨의학상, 노벨경제학상 등 다른 노벨상 분야와 함께 진행됐다. 노벨평화상은 스톡홀름이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같은 시간에 별도로 열린다.

한강 작가의 이름을 호명한 이는 스웨덴한림원 종신회원이자 노벨위원회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맡았다. 그는 노벨위원회위원장 안데르스 올손를 대표해 한강 작가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는 ‘이유’를 스웨덴 국왕과 세계 시민들에게 약 5분간 스웨덴어로 상세히 설명했다. 이 연설은 ‘노벨 스피치Nobel Speech로 불리며, 이를테면 노벨문학상 심사평이다. 2019년 노벨위원장에 오른 안데르스 올손이 2년, 엘렌 맛손이 다음 1년을 연설하는 등 노벨 스피치를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진행 중이다.

11명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8번째로 소개된 한강은 자신에 대한 노벨 스피치가 시작되자 원고가 적힌 소책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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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맛손 심사위원은 “한강 작품에는 두 가지 색이 만난다. 흰색과 빨간색”이라며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눈雪을 의미하며, 이는 화자와 세상 사이에 보호막을 드리우는 역할을 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한강의 빨간색은 생명을 상징하면서도 고통, 피, 칼날의 깊은 상처를 상징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그 목소리는 설명할 수 없는 잔혹함과 치유할 수 없는 상실을 말한다”고 말했다.

또 맛손 심사위원은 “학살 후 쌓여 있는 시체들에서 흐르는 피는 어두워지고, 그것은 응답할 수 없으며 무시할 수도 없는 호소, 질문이 된다”면서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자신의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 보는 노벨위원회의 깊이감 있는 시선으로 이해된다. 이번 노벨위원회 심사위원의 ‘노벨 스피치’는 노벨상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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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맛손 심사위원은 또 “이 소설은 전체가 눈보라 속에서 전개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술자는 죽은 자들의 그림자와 연결된다”면서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 입고 연약하며 어느 면에서는 약한 존재들이지만 그들은 또 한 걸음을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강의 작품 세계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이제 앞으로 나와 ‘국왕 폐하’에게 노벨 메달을 받으시라”며 웃었다.

노벨 시상식에선 한강의 수상소감 연설이 없었으며, 시상식에 이어 진행되는 ‘노벨 만찬’한국시간 11일 새벽 3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진행에서 한강은 수상소감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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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강 작가에게 수여된 금빛의 ‘노벨 메달’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얼굴 옆모습, 월계수 아래에 앉아 ‘예술의 여신’ 뮤즈의 노래를 기록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앞면과 뒷면에 각각 새겨져 있다. 메달 측면에는 수상자 이름이 새겨지는데 한강 작가의 이름이 영문으로 새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벨 메달에 새겨진 글귀는 ‘Inventas vitam iuvat excoluisse per artes’로 ‘예술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의 기쁨’이란 뜻인데,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시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노벨 재단에 따르면, 메달의 재료와 무게는 과거 ‘순금 200g’이었으나 현재는 ‘순금과 합금 185g’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영롱한 황금빛은 그대로여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메달 지름은 66mm, 두께는 3mm 정도이며 스웨덴 조폐국에서 제작한다.

이날 한강이 입은 드레스는 철저히 비공개였다. 한강은 이날 연단에서 검은색의 끝단이 살짝 끌리는 긴 드레스를 입고 검은 구두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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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노벨상 시상식은 약 1시간 10분간 진행됐으며, 이어 오후 7시부터 약 4시간 동안 노벨상 시상식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노벨 만찬’과 ‘노벨 무도회’가 진행된다.

시상식 참석자들은 스톡홀름 콘서트홀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5~10분 거리인 스톡홀름 시청으로 이동한다. 올해 노벨 만찬의 참석 비용은 3600크로나약 48만원으로 책정됐다. 참석 인원은 1300명이며 국내 언론사도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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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명이 동시에 식사하는 노벨 만찬에서 제공될 매뉴는, 만찬 이후 스톡홀름의 인기 관광상품이 될 만큼 매년 큰 관심을 모은다. 노벨 재단에 따르면, 1300명의 참석자들은 ‘밀리미터mm 단위’로 배치된 59개의 테이블에 안제 된다. 헤드 테이블의 길이는 25미터로 84명이 앉는다.

만찬에는 44명의 요리사가 4일 간 준비한 요리가 제공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빙 스탭만 190명이다. 서빙 직원들은 흰색 재킷과 진한 청색 견장, 은색 단추가 특징인 복장을 착용한다. 이번 만찬에 사용되는 식기와 도구들의 숫자도 놀랍다. 도자기 9240개, 유리잔 5230개, 식기류 9240개가 테이블을 가득 채워서다. 400병의 샴페인과 450병의 와인이 제공된다고도 노벨 재단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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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의 하이라이트는 ‘노벨 아이스크림 디저트’다. 1976년부터 2002년까지 제공됐던 ‘노벨 디저트’는 2002년부터는 매년 새로운 디저트를 제공하는데, 올해 어떤 디저트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한편, 한강 작가는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집을 방문하는 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린드그랜은 한국인에게는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세계적인 동화 거장이다. 그의 이름을 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아동문학계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한강 작가는 린드그린이 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어린 시절 읽고 큰 영향을 받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소년이 온다’와의 접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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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는 2017년 스웨덴 언론 ‘Svenska Dagbladet’에 보낸 기고글에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은 기억을 소회한 바 있다.

특히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번역한 김경희 번역가가 1982년 74세인 린드그렌의 자택을 방문했던 일을 기고글에서 자세히 서술하기도 했다. 김경희 번역가가 1982년 린드그렌의 자택을 방문했으니 한강 작가의 린드그렌 자택 방문은 42년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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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찾아가 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자택은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용감한 형 요나탄과 병약한 동생 카알이 사망한 뒤, 새로운 세계인 낭기열라에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폭력의 세계를 견디는 소년의 눈빛’이란 점에서 한강 대표작 ‘소년이 온다’ 속 동호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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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과 만찬을 마친 한강 작가는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 스톡홀름으로 파견된 한국 언론과 만나 별도의 회견을 열고, 12일에는 스웨덴왕립극장에서 스웨덴 독자들과 만난다. 한강 작가는 이날 직접 연단에 올라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 등과 대화한다. 이날 한강 작품의 작품 낭독도 이어진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여정’은 이로써 최종 마무리된다.

스톡홀름 김유태 기자·서울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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