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반도체밖에 없다"…불황에도 투자나선 소부장 > 경제기사 | economics

에스앤에스텍, 용인에 공장 건설
AI 반도체용 블랭크마스크 생산
디케이락, 피팅·밸브 공급 확대
김해 이어 평택사업장 연내 완공
"반도체 수요 증가 대비해 투자"

에스앤에스텍 용인사업장 조감도 에스앤에스텍 제공

경기 침체와 탄핵 정국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잇달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그렇다. 이들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방산업 대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스앤에스텍이 최근 경기 용인반도체산업단지에 공장용인사업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이 회사는 유보자금 417억원을 들여 용인 사업장에 블랭크마스크 양산을 위한 공간 마련과 함께 생산을 위한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회로를 형성하는 노광공정에 쓰이는 소재다.


특히 에스앤애스텍은 용인사업장에서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회로선폭 공정에 적용되는 극자외선EUV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할 예정이다. 10㎚ 이하 공정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데 쓰인다. 에스앤애스텍은 지난 2020년부터 4년 이상 EUV 블랭크마스크 연구·개발Ramp;D을 진행한 결과 최근 상용화를 일궜다.

에스앤에스텍 관계자는 "용인 사업장을 연내 준공하기 전까지 EUV 블랭크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기존 대구 사업장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며 "용인사업장은 향후 늘어날 시장 수요에 대응해 양산 라인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케이락은 반도체 피팅·밸브 생산을 위해 경기 평택에 사업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총 162억원을 들여 연면적 4876㎡ 규모로 평택사업장을 2025년 중 완공할 예정이다. 피팅관이음쇠은 배관을 수평·수직으로 연결하는 부품이다. 밸브는 유체 양이나 압력,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디케이락 피팅·밸브는 △조선 △해양플랜트 △원자력발전 △화력발전 △수력발전 △압축천연가스 △수소자동차 △반도체 △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 그동안 만들어낸 피팅·밸브 제품은 2만종 이상이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초고순도UHP 피팅·밸브가 필요하다.

디케이락 관계자는 "지난 2018년부터 반도체 피팅·밸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Ramp;D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김해 본사 반도체 전용 2공장과 더불어 평택사업장을 추가하면 UHP 피팅·밸브 등 반도체 관련 제품 생산과 공급 능력이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메스는 경기 기흥에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 장비 기술개발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메스는 세정장비와 검사장비, 이송장비 등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며 지난 2023년 매출액 2조5155억원을 올렸다. 세메스 기술개발센터는 기흥미래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같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불황과 국내 정치 불안 등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잇달아 경기 지역에 공장 건설을 확정하는 이유는 "그래도 반도체밖에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용인·평택·기흥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향후 공장 투자가 예정된 지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 이후 반도체 관세를 올리는 등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기에 탄핵 정국 등 안팎으로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경기 회복과 함께 반도체 수요 증가 등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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