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퇴짜 맞은 그녀, 신약 개발의 역사를 바꾸다[홀오브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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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케나드·1924~2023
데이터의 중요성을 일깨운 선구자 전세계 과학자들의 백과사전 만들어 <홀 오브 페임hall of fame> 지구와 우리 삶을 바꾼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발자취를 다룹니다. 이들의 한 걸음이 인류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박건형의 홀오브페임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48516 올가 케나드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케나드는 현대 생화학과 신약 개발의 산파로 평가받습니다. 200여편이 넘는 논문을 낼 정도로 연구 업적도 훌륭했지만, 그가 설립한 CSD가 이들 분야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입니다. ◇나치 독일의 탄압을 극적으로 피하다 올가 케나드. /케임브리지대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촬영한 51번 사진. /위키미디어 ◇”데이터 모으면 개별 실험 결과 초월” 당시의 다른 여성들처럼 케나드가 과학계에서 일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케임브리지 박사 학위 과정에 지원했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습니다. 안과학 연구소, 국립의학연구소 등에서 일하다 1962년 케임브리지 화학과 과장이었던 알렉산더 토드 교수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결정학 그룹을 맡아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다만 대학의 직책은 주지 않았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케임브리지 규칙이 경직돼 있었기 때문에, 케나드는 다른 교직원의 감독 아래에서만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1965년 케나드는 동료 직원들을 “데이터의 집합적 사용은 개별 실험의 결과를 초월하는 새로운 지식의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면 획기적인 발견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케나드는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모든 유기 및 금속 분자 결정 구조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모으는 케임브리지 결정학 데이터베이스Cambridge Structural Database·CSD를 만들고 아예 센터CCDC까지 설립했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모든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비영리 단체로 설립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케나드 팀의 자원봉사와 마찬가지인 노력으로 이뤄졌습니다. 출범 초기 케나드와 팀원들은 당시까지 알려졌던 3000개의 3차원 분자 결정 구조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출판된 논문에서 X선 회절과 분자 결정 구조를 있는 대로 긁어모았습니다. 이를 전자적으로 인코딩하고 주제별로 분류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습니다. 케임브리지 결정학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분자 구조. /CSD 시간이 지나면서 CCDC는 다양한 분자 구조를 그래픽으로 표시해주거나,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도구까지 개발했습니다. 케임브리지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던 CCDC는 라이선스 모델을 통해 수익원을 확보했고 1992년 센터 독립 건물까지 지었습니다. 덴마크 건축가 에릭 크리스티안 소렌손 교수가 설계한 이 건물은 1993년 선데이타임스 올해의 건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CCDC 내부의 결정 조형물. /CCDC 케나드는 그 자신도 수많은 연구성과를 발표했습니다. 1971년에는 생명체에서 근육의 수축과 혈액 순환, 신경계 활동에 관여하는 분자인 ATP아데노신 3인산의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가디언은 “하지만 케나드의 최우선 순위는 항상 CSD와 CCDC였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연구보다 전세계 연구자들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우선시했다는 겁니다. 케임브리지대는 1973년 케나드에게 이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습니다. 그의 나이 49살에야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된 겁니다. 가디언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케나드 박사로 부르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부끄러움을 덜어준 학위”라고 했습니다. 1987년에는 왕립학회 펠로가 됐고, 1988년에는 영국제국훈장OBE을 받았습니다. 젊은 시절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차별을 오롯이 자신의 실력과 철학으로 극복하고 명예까지 거머쥔 것이죠. 박건형의 홀오브페임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48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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