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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쟁사 주80시간 일하며 질주하는데"…예견된 韓반도체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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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4-12-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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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이크론 HBM 개발자들
하루 3~4시간 자고 연구 몰두

고사양 반도체 개발 위해선
하루 13시간 고강도 근무 필수
삼성전자 개발 18개월씩 지연

반도체 핵심인력 유출도 심각
이대로면 기술격차 더 벌어져



quot;해외 경쟁사 주80시간 일하며 질주하는데quot;…예견된 韓반도체 추락


삼성전자에서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개발자 A씨는 “마이크론 직원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자들은 하루 3~4시간 자면서 개발에 몰두했다”면서 “HBM 기술을 추월한 것은 이런 연구개발Ramp;D의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절실하다는 내용을 담아 국회에 배포한 문서에는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담겼다.

24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삼성전자의 국회 보고 자료는 엔비디아·TSMC·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의 노동 유연성 사례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삼성에서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11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삼성으로 옮겨온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 출신 직원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

TSMC 출신 삼성 직원은 “한국에서 가장 놀란 것은 개발자들이 제조 직군과 유사한 형태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주 52시간까지만 일하니 성과도 딱 그만큼만 나온다”고 했다. 다른 TSMC 출신 직원은 “삼성이 파운드리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면서도 압도적으로 선두인 TSMC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 있으니, 어떻게 격차를 좁히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근로 시간 제한으로 강제 퇴근을 하거나, 근로 시간을 일별로 나눠 일하다 보니 하루면 끝나던 테스트도 3일 이상 소요돼 개발 기간이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로 옮긴 삼성 출신 개발자 B씨는 “주 80시간 초과 근무가 일상이지만, 회사 실적이 오르면 개인에 대한 높은 보상으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있다”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하는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마이크론의 개발자 C씨는 “마이크론 직원들은 HBM 기술력도 우수하지만 절대적인 노동 투입 시간이 많아, 삼성과 격차가 더욱 확대되면 됐지 역전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이 해외에서 영입한 석박사 출신 엔지니어들은 일을 더 해서 성과를 내고 싶어도 회사에서 주 52시간이 넘었다고 퇴근하라고 독촉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근무제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 고위 임원들이 국회에 반도체 연구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나선 배경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고사양 최신 반도체의 경우 개발 계획부터 양산까지 2~3년이 소요된다. 전체 개발 기간 중 최소 6개월~1년 이상 집중근무 기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낸드플래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100층씩 쌓인 3~4개 기판을 동시 다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때 근로자 개인당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의 고강도 근무가 불가피하다.

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사가 반도체 기업 신뢰도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납기’다. 하지만 삼성은 근로 시간 규제가 핵심 과제 개발 기간에 영향을 미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후 개발 납기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D램 메모리 반도체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 휴일에도 출근하려 했지만 근로 시간 한도에 도달해 사업장 출근 자체가 차단됐다”며 “2023년 6월 개발 완료가 목표였던 반도체 개발이 올해 12월까지 18개월 지연됐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현행 유연근로제를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항변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통해 최대 6개월 동안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는 있지만 주별로 근무 시간을 사전에 합의해야 하고, 한번 근무하면 11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특히 Ramp;D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 근로 시간 자체를 예측할 수 없어 적용이 힘들다. 이번 주에 40시간을 근무하기로 미리 확정했는데, 예상치 못한 개발 차질이나 고객 응대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추가 근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반도체 개발 및 생산 현장에서 탄력근로제를 적용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11시간 의무 휴식 규정 때문에 3~4일 집중근무를 해야 하거나 협업을 해야 해서 퇴근 후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

업무 수행 방식을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위임하는 재량근로제도 전 직원의 0.5%가 활용했을 뿐이다. 관리자가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 경쟁국인 미국은 정보기술IT 개발자와 같은 고소득자에 한해 근로 시간 제한이 없다. 올 8월 블룸버그는 “엔비디아 직원들은 주 7일, 심지어 새벽 2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어야 하지만, 회사의 높은 급여와 보상 덕분에 퇴근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대만도 Ramp;D 인력은 법 기준을 초과해 근무해도 반도체가 국가의 핵심 산업인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다. 마크 리우 TSMC 전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장시간 교대 근무를 할 생각이 없으면 이 업계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은 법정 근로 시간 규정이 존재하지만 생존을 위한 기업의 혁신 몸부림을 고려해 현장에서는 근로 시간이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법정 근로 시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기업의 충분한 보상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996’ 문화에서 더 나아가, ‘24시간 주 7일 근무’를 의미하는 ‘007’ 근무가 등장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반도체 핵심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 전체 직원 3만명 중 500여 명이 삼성전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하더라도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다양한 건강 보호 선택지를 둬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건강권도 보호하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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