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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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마감일을 하루 앞둔 12월30일. 김아무개씨는 일반음식점으로 인가받아 2년간 서울 성북구에서 경영해온 호프·통닭 가게의 폐업 신고를 했다. 구청과 세무서에 따로 해야 하는 폐업 신고를 국세청 홈택스에서 통합 신고하는 데는 채 몇분이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개업하느라 그렇게 손이 많이 간 가게가 단 몇분 만에 폐업 처리가 되는 걸 보고 허탈했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신설동 ㄷ보쌈도 폐업 신고를 했다. 문을 연 지 1년3개월 만이었다. 인터넷에는 아직 이 식당의 보쌈을 호평한 누리꾼들의 후기가 많이 남아 있다. 1월20일 찾아간 업소 자리는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임대를 알리는 펼침막이 통유리창에 나붙어 있었다. 중개업소 직원은 “요즘은 상가 임대 문의가 거의 없다”고 했다.

1995년 인가를 받아 30년 가까이 영업해온 서울 홍은동 ㅇ생삼겹도 이날 폐업했다. 공간을 비우고 간판을 떼자, 그 자리에 오래된 식당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사라졌다.
이 세 곳을 포함해 12월30일 하루 동안 서울의 일반음식점 113곳이 문을 닫았다. 이날 신고 건수가 12월 하루 평균 건수50건의 갑절을 크게 넘은 것은 “해를 넘기고 싶지 않다”는 뜻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해 동안 일반음식점7만2512곳과 휴게음식점3만5014곳을 합해 전국 음식점 10만7526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다.

폐업률은 4년 연속 상승하며, 일반음식점의 경우 10.4%로 ‘신용카드 대란, 신용불량자 급증’ 때인 2005년11.2% 이후 가장 높았다. 휴게음식점의 폐업률도 17.3%로 2005년17.9% 이후 최고였다. 폐업률은 전년도 말 기준 영업 중인 전체 음식점 수에 이후 1년간 폐업한 음식점을 비교한 수치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17개 시도, 228개 시군구의 인허가 자료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통해 날마다 수집해 공개하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서 한겨레가 278만개의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사업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휴게음식점은 술을 함께 팔 수 없는 점이 일반음식점과 다르다. 김밥·분식 등을 파는 일반조리판매 업소, 편의점 내 휴게음식점, 커피숍, 푸드트럭 등이 휴게음식점 인가를 받는다. 한겨레는 199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0년치 인허가·폐업 자료를 분석해 매년 말 영업 업소 수와 연도별 폐업률을 산출했다.
분석 결과, 일반음식점 폐업률은 2021년 8.3%에서 2022년 8.7%, 2023년 9.8%로 높아졌고, 지난해 10.4%에 이르렀다.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14.6%로 가장 높았고, 서울은 13.0%였다. 음식점은 폐업하기 무섭게 새 업소가 또 문을 연다. 2019~2023년 5년간 해마다 인허가가 10만건을 넘으며 폐업 건수를 웃돌았다. 그런데 지난해엔 달랐다. 인허가 수보다 폐업 수가 5374곳이나 더 많았다. 음식점 수가 감소한 것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음식점 경영 사정은 코로나 대유행 첫해인 2020년을 분기점으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2월 말 공표한 ‘2023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3천개 표본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9년 15.0%에서 2020년 12.1%, 2022년 11.6%로 하락해왔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2019~2022년간 4.2%인데, 영업비용 증가율은 5.6%였다. 비용 증가 폭이 더 커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며 “2023년 이후에도 그런 추세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점의 영업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식재료다. 2022년 기준 42.4%에 이른다. 그 이후에도 식재료 물가는 급등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소비자물가는 3.6% 올랐는데, 농산물곡물, 채소, 과일 등 물가는 6.0% 뛰었다. 지난해에도 소비자물가가 2.3% 오르는 동안 농산물 물가는 10.4%나 뛰었다.
재료비 상승에 음식점들은 판매 가격을 올렸다. 외식 물가는 2022년 7.7% 오른 데 이어 2023년 6.0%, 지난해 3.1% 올랐다. 재료비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음에도 가격 인상은 음식점들에 ‘소비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지난해 배달 외식 매출은 전년에 견줘 1.54% 감소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외식을 절제한 흔적이다. 서비스업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통계청의 서비스업 생산불변가격 기준 흐름을 보면 음식점업은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짜 소상공인들에게 최대 1천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한 2022년엔 13.9% 증가했으나, 2023년엔 0.6%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1.9% 줄었다.
지난해 12월 소비는 더욱 급격히 얼어붙었다. 음식점업의 판매량불변 생산지수은 전년 같은 달에 견줘 3.3%나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1월2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 뒤, 올해 소비 등 내수 위축이 훨씬 심할 것이라며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낮췄다. 지난해 2.0% 성장에서 더 위축된다는 것이다.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음식점 업주들에게 2024년은 ‘최악의 한해’가 아니라,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든 첫해’로 기록될 수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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