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연말 잦은 술자리, 간 뿐 아니라 눈 건강에도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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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오랜만에 얼굴 보자는 연락이 여느 때보다 많은 연말이다. 개인 약속이든 직장 회식이든 연말연시 모임에는 어디를 가나 술이 빠지지 않는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때문일까,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 때문일까. 절주하겠다던 이들도 무르익은 분위기에 취해 한 잔, 두 잔 기울이다 보면 평소보다 과음을 하기 십상이다.
29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4년 알코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20세 이상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8.44L에 달한다. 1.5L 페트병 기준으로 연간 5.6병 가량을 마시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회 평균 음주량소주 기준은 남성 7잔, 여성 5잔은 이상이고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음주 비율은 13.8%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음주는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과음은 알코올을 해독하는 간에 무리를 준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알코올 대사 속도가 느려져 혈액 내 알코올 분해 산물이 오래 남게 된다. 이에 따라 알코올 냄새가 오래 지속되는데 이는 간 기능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
문제는 간이 초기에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만약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위험한 상태로 진행된 경우일 수 있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과음하게 되면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많이 쌓이는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는데 이를 무시한 채 계속 과음하면 알코올 간염으로 이어지고, 간경변증까지 생기게 된다. 간경변증이 생기면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복부 팽만감, 정맥류 출혈 등이 나타난다.
원샷을 여러 번 하는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급성 알코올중독의 위험성도 높아지는데 지방간이 있는 경우 젊은 연령에서도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술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독소가 장 내막을 손상하는 등 식도, 위, 췌장 등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혈관이 확장되며 심장에 무리를 줘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유발한다. 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은 "음주는 위장관 운동 이상, 위산 분비 증가 등 각종 소화기 질환을 일으킨다"며 "특히 지나친 음주는 몸의 신진대사에 이상을 가져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잦은 음주는 눈에도 치명적이다. 눈은 특히 알코올에 가장 취약한 신체 부위 중 하나다. 과음 시 눈의 모세혈관이 팽창해 충혈되면 체내 수분을 감소시켜 각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게 된다. 또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 성분은 안구에 흐르는 혈액 순환을 감소시키고 안구 내 영양소 공급을 원활하지 못하게 해 백내장이나 녹내장, 황반변성과 같은 질환을 일으킨다.
김용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뻑뻑한 이물감은 물론 작은 충격에도 상처를 입을 정도로 각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막염과 같은 2차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음주 후 결막이 쉽게 붓고 눈물이 나오지 않는지, 또 설령 눈물이 나온다고 해도 금세 증발한다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물론 술을 먹는다고 시력이 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잦은 술자리가 반복되면 결국 각막과 시신경, 망막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충혈, 안구건조증과 같은 가벼운 증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지만 증세가 반복되면 노안을 앞당긴다거나 백내장, 녹내장과 같은 실명 질환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각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자리를 멀리하는 게 좋겠지만 사회생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음주해야 하는 경우에는 음주량을 조절해야 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적정 음주량소주 기준은 1일 4잔 이내, 일주일에 2번 이내, 65세 이하의 남성의 경우 소주 반병, 여성 전체와 65세 이상 남성은 소주 2잔 이하다. 술을 한 잔 마실 때마다 같은 양의 물을 마셔 수분을 함께 보충해 주는 게 좋다. 체내 흡수가 지연되고 알코올 분해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술집의 경우 환기가 잘되지 않고 건조한 데다 음식 연기 등으로 눈 건강에 좋지 않다. 수분 보충과 함께 1시간에 한 번은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쐬어줘 축적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게 좋다"며 "인공눈물이나 안약을 휴대해 수시로 각막 표면의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도 눈 건강에 도움 된다"고 조언했다.
술을 마시기 전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안주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생선, 해산물 등을 섭취해 주는 것도 과음으로부터 그나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손 부원장은 "술을 마신 후 체내에서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 번 음주 후에는 2~3일은 금주를 해야 한다"며 "간 질환 같은 경우는 초기에 증상이 없어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병증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음주를 즐긴다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술자리에서 지키는 예방법도 필요하지만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대사 기능을 원활히 해주는 게 중요하다. 다만 과음한 다음 날 무리한 운동은 대사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운동을 해야 할 경우라면 근력 운동보다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부담이 적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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