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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주차말라" 갈등 고조…"배터리 제조사 어디" 문의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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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4-08-0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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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지 않는 인천 화재 사고 여파

“배터리 실명제는 소비자 알권리”
“완성차 기업 전력만 노출” 분분
정부 12일 회의… 내달 대책 발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조사관들이 지난 1일 청라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벤츠 측 관계자들도 찾아와 감식을 참관했다. 연합뉴스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사고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와 도심 상가 등에서는 ‘전기차 주차’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고객센터를 중심으로 “내가 타는 전기차 모델의 배터리 제조사를 알려 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화재의 폭발력을 키우는 게 배터리의 ‘열 폭주’ 때문이고, 인천 아파트 화재의 발화점이 된 메르세데스벤츠 EQE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른바 ‘배터리 제조사 실명제’가 관심의 중심에 섰다.


전기차에 얽힌 갈등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전기차 차주 양모36씨는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어느 배터리를 쓴 전기차냐’ ‘아파트에 주차하지 말아 달라’ ‘빨리 차 빼라’ 이런 연락을 계속 받고 있다”며 “배터리 제조사를 파악해 ‘중국산이 아니다’라고 차에 써서 붙여놨다”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정부는 배터리 원산지 또는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에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간담회’를 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와 자동차·배터리 전문가, 소방 전문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일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이 ‘전기차 화재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연다. 이날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다음 달 초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13일에는 국토부가 현대자동차그룹, 벤츠코리아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배터리 정보 공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논란을 키운 건 화재가 벤츠 EQE 차량에 글로벌 배터리업계 10위의 중국 파라시스에너지 제품이 탑재된 게 알려지면서다.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에 저가 중국산 배터리 셀이 사용됐다는 점, 벤츠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식적으로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비판을 받고 있다.

화재가 났던 차량을 포함해 국내 3000여대의 전기차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포비아’가 가중됐다. 중국에서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화재 위험으로 리콜 조치되기도 했다.

배터리 실명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갈린다. 배터리업계는 “대체로 동의한다”, 완성차업계는 “실명제 자체가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는 게 표면적인 입장이다.

다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업계 전반의 공감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적잖다. 국내외 완성차업체, 배터리 셀 제조사, 배터리 팩을 만드는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에 공감대가 없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데도 이유는 있다. 배터리를 포함해 주요 부품의 공급사를 결정할 때 입찰을 통해서 정하는데 협상력을 가지려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등 부품을 장착할 때 차량의 특성, 차체의 크기, 디자인, 가격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배터리 실명제’가 최적화된 부품 선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배터리 제조사가 어디냐에 따라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선택지가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 제공의 효과는 미미한데 완성차 기업의 전력이 노출되는 게 장점보다는 단점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는 국산 배터리를 선호하지 않겠냐”면서도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굳어지면 전체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벤츠 전기차 감식에 들어갔다. 배터리 충전 상태를 관리하고 온도, 용량 등을 모니터링하는 배터리관리장치BMU를 확보해 원인 규명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훼손 정도가 심해서 원인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수정 백재연 기자, 세종=박상은 김혜지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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