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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덫에 빠진 내수 백약이 무효…정부는 "회복조짐" 낙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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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4-08-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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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경기부진 경고 ◆

고금리 덫에 빠진 내수 백약이 무효…정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에 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나오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1분기 깜짝 성장에 취해 정부가 너무 낙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수 침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또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면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를 가속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도 서서히 나오는 모습이다.


실제로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결정적 이유로 고금리를 꼽았다. 높은 금리 수준이 소비와 투자 관련 지표의 개선을 막으면서 전체 경기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경기가 크게 살아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2.5%보다 0.4%포인트나 낮은 2.1%로 예측한 것에도 고금리 장기화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KDI는 소비·투자를 주요 축으로 하는 내수 부진의 핵심 원인이 고금리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앞서 KDI는 7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데 이어, 전날 발표한 8월 경제동향에서도 "고금리 기조 속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한 2024년 경제전망 수정에서도 KDI는 고금리의 위험성을 내세웠다. 이번엔 "국내 물가 및 경기 상황에 비해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내수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가 눈에 띄는 만큼 한국은행이 더 이상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소비자물가를 보면,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올해 2월 3.1%에서 4월 2.9%로 내린 데 이어 6월에는 2.4%까지 떨어졌다. 7월에 농산물 가격이 튀어오르면서 2.6%로 소폭 높아졌지만, 집중호우 영향이 사라지면 상승률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치솟을 때 통화당국이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근의 물가 상승률 안정세는 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낮췄다. 지난 5월에 발표한 직전 전망에서는 2.6%를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0.2%포인트 내려 잡은 2.4%로 예측했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종전2.3%보다 낮은 2.2%로 내다봤다. 내수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을 모두 반영했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내수 부진을 감안해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도 낮췄다. 직전에는 24만명으로 내다봤는데, 20만명으로 줄였다.

KDI는 최근 발표된 올해 2분기 GDP가 1분기와 비교해 역성장한 배경에도 고금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 분기 대비 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3%를 기록하며 깜짝 성장으로 평가받았지만, 2분기에는 마이너스인 -0.2%로 집계됐다.

KDI는 내수 부진을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나랏빚 걱정이 많은 재정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지출을 할 필요도 없다고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수가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다면 이미 재정지출이 많은 만큼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해 대조를 이뤘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시도 경제협의회에서 "제조업·수출 호조세가 견조한 가운데 내수 회복 조짐이 관측되고 있으나 아직 부문별 온도 차가 상존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도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해 KDI와는 온도 차가 컸다.

KDI는 향후 경기를 내다보는 데 있어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거나 미·중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경우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경기 급락은 국내 수출지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정규철 KDI 경제전망 실장은 "아직 미국 경제의 급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주식시장 이외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민생회복지원금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이번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 KDI는 민생회복지원금이 실제로 지급된다면 GDP 성장률을 0.1%포인트가량 높이는 정도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분석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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