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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우디 50년 밀약 페트로 달러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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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회 작성일 24-08-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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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트로 달러 체제가 막을 내렸다’는 소셜미디어 글과 일부 외신 보도가 퍼지며 페트로 달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22년 7월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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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달러’석유와 달러의 영어 합성어 체제가 무너질 거란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부쩍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미국의 50년짜리 페트로 달러 협정이 만료됐다. 이제 사우디는 미 달러로만 석유를 판매하는 대신 위안화나 유로화, 엔화 등 다른 통화로도 석유를 판매할 예정이다.”




그럴듯해서 그런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던 이 같은 주장이 이제는 외신 보도로까지 이어진다. 페트로 달러 협정 또는 체제가 뭐길래 이처럼 요란할까? 사우디는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 안보를 보장해준다는 게 골자다. 사실 협정이란 용어는 적합하지 않다. 협정 자체가 공식 문건으로 공개된 적이 없어서다. 협정이 있더라도 계약 기간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50년이 맞는지 등도 불확실하다. 일부에서는 ‘신사협정’ 수준이었을 거란 얘기도 있다. 공식 문건이 공개되지 않는 한 체제라 하는 게 옳다. 서로의 필요와 쌍방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최강 대국과 오일 패권국이 자연스레 구축한 체제라 봐야 한다.



어떤 체제도 영원할 수 없다. 페트로 달러 체제에도 균열이 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것을 지속할 쌍방의 필요성이 엷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긴밀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오일 협력국에서 경쟁국으로 바뀌면서부터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최대 산유국이 되자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믿음도 흐려졌다. 사우디와 중동 패권을 다투는 이란은 자체 핵무장을 하고 있고 미국의 관심은 아시아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했다. 필요성으로 굳건했던 체제는 그것이 흐려지자 무너지고 있다.



핵심은 그로 인해 ‘페트로 달러로 유지하던 달러 패권에 과연 종말이 올 것이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패권도 언젠간 무너진다. 달러 패권 역시 그럴 것이다. 다만, 지금 혹은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이다.





페트로 달러는 왜 필요했나?





페트로 달러는 원래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방편은 아니었다. 오일과 달러를 묶음으로써 달러 패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확실하다. 이로써 미국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의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 정책 정지 선언으로 발생한 달러 위상 추락을 막을 수 있었다. 다만, 이는 부차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1973년 중동의 긴장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전쟁으로 치달았다. 당시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석유 금수 조치를 개시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했다. 오일 가격은 4배 정도 치솟는다.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며 경제가 악화하자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난관을 벗어나야 했다. 미국의 대안은 사우디와 손잡는 것이었다. 사우디산 오일이 절실했다.



이유는 또 있다. 당시 미국은 20년 가까이 이어진 베트남전쟁으로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전비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재정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그런대로 균형재정을 유지했던 미국은 1970년대 들어 적자를 기록한다. 한 해 500억달러에서 600억달러의 적자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하찮은 수준이지만 당시로서는 놀라운 것이었다. 1975년 전쟁은 끝났지만, 그 이후 이어진 적자는 제2차 세계대전 때보다 더 컸다. 미국은 적자를 처리할 상대방 즉 정부 채권에 대한 매수자가 필요했다. 흑자가 넘쳐나던 사우디만 한 국가가 없었다.



다행히 사우디도 미국이 필요했다. 천문학적인 흑자를 처리해야 했다. 유동성과 안전성을 고려할 때 미국 국채만 한 투자처는 없었다. 사우디가 미국과 손잡고 오일 수입국들에게 달러 결제를 요구한 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안보 우산 역시 절실했다. 미국은 오일이, 사우디는 안전하면서도 수익률 높은 투자처와 안보가 필요했다. 양국의 필요가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켰다.





왜 페트로 달러 체제는 저무는가?





미국을 제외한 타국 입장에선 오일을 달러로만 결제해야 한다는 건 성가신 일이다. 반드시 달러가 있어야 하니 달러 패권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종속돼야 한다. 이 때문에 페트로 달러 체제를 깨기 위한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도 그 체제는 굳건했다. 체제 구축의 주역인 쌍방의 필요성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어떤가?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예전만 못하다. 앞에서 언급했듯 미국은 과거처럼 수입산 오일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 굳이 자국 채권을 석유수출국에 팔지 않아도 된다. 급할 땐 연준이 매입하면 된다. 정치·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사우디의 밀월이 과거처럼 돈독하지 않다. 사우디는 미국의 안보 우산을 믿지 못하고, 미국은 사우디 정치체제를 불신한다. 사우디가 중국, 러시아 등과의 협력 강화를 꾀하는 건 당연하다. 대미 외교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거다.



페트로 달러의 핵심 축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몇 년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12월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아랍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REUTERS

필요성 감소는 달러와 오일의 디커플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걸프 지역 지도자들을 만나 위안화를 석유와 가스 무역의 결제 수단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원유수입국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달러가 아닌 위안화, 인도 루피 등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페트로 달러 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더 핵심적인 이유도 있다. 사우디는 미국 채권을 살 흑자가 없다. 이 같은 상황은 2024년 6월27일치 〈블룸버그〉 기사에 잘 표현돼 있다.



“오늘날 사우디는 리사이클할 흑자잉여금이 전혀 없다. 대신 국채 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자산을 팔고 있다. 매각 자산 중에는 국영 오일 기업의 지분까지 포함된다. 거대한 경제계획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사실, 리야드는 여전히 상당한 경화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미 국채에 투자돼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더 이상 미 국채를 축적하지는 않고 있다. 외려 중국과 일본이 사우디보다 더 많은 자금을 미 국채 시장에 묶어두고 있다.”



페트로 달러 체제는 오일을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미 국채를 사들이는 순환 구조를 통해 완성됐다. 현재 이 순환 구조가 깨지고 있다. 사우디는 개발 및 경제 구조 전환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일로 벌어들이는 돈은 예전 같지 않다. 미 국채에 투자하려 해도 여력이 없다. 반면 미국은 사우디산 원유가 절실하지 않다. 페트로 달러에 대한 쌍방의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했다.





달러 패권의 붕괴?





대중은 음모론을 즐긴다. 달러 패권이 강요로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다. 달러 패권 이탈에 대한 미국 정치인의 강한 반발, 언론의 호들갑은 이를 증명한다. 다만 강요나 강권이 ‘필요성’보다 그 생명력이 길다고 할 수는 없다. 힘으로 통제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중요한 건 필요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달러와 경쟁할 수 있는 대체재는 없다.



미국은 법치에 기초한 민주국가다. 세계 최고의 유동성을 자랑하는 금융시장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 통화가 달러를 대체하려면 최소한 이 두 조건은 갖춰야 한다. 중국에 투자한 돈이 어느 날 정부 통제로 묶일 수 있다는 불안은 가볍지 않다.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세계의 돈을 움직일 유동성도 부족하다. 무역 결제 통화로 달러가 선호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는 누군가의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필요로 탄생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군사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현재 80여 개국에 750여 곳의 미군 기지를 운영한다. 그 우산 아래 있는 국가는 국방비를 덜 쓸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생산적인 곳에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런 국가들이 달러에서 쉽게 이탈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천문학적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달러 체제에서 이탈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당장 지원이 끊길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 문서로 합의된 것은 없지만 미국의 우산이 필요한 국가가 달러 체제에서 이탈하는 건 매우 어렵다. 이 역시 강압은 아니다. 쌍방의 필요가 부합했기 때문이다.



공식 문서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페트로 달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우디 등 중동 국가가 오일을 달러 이외의 통화로 거래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그 돈 대부분은 다시 달러로 환전될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에 페그고정시키고 있고 여전히 약 1350억달러186조2700억원에 이르는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는 달러 시스템 속에 있다.



페트로 달러, 달러 패권 종말에 관한 얘기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올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이 오려면 미국의 힘이 빠져야 한다. 그런 징후가 있는가? 중국이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은 열세다. 최소한 미국만큼 신뢰할 수 있는 국가는 아직 없다. 근접한 국가도 없다. 달러 패권의 붕괴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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