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넘는데 고급주택 아니라고? "면적 기준 삭제 등 현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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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9억 원, 연면적 245m² 넘으면… 표준세율 3%에 취득세 8% 중과
기준보다 0.1m² 작게 짓는 등, 고급주택 분류 피하려 꼼수 횡행
지자체 “기준 불합리, 조세 어려워”… 가격 기준 상향-과표 세분화 필요
서울시, 제도 개선 연구 용역 시행… 건설업계에선 “규제 철폐” 의견도

2019년 준공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은 지드래곤, BTS 멤버인 RM, 지민 등이 이웃인 아파트다. 가구 수는 341채인 소규모 단지다. 가장 작은 평형이 206㎡에 이르는 초대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지난해 7월 전용면적 273.41㎡복층형가 무려 220억 원에 팔렸다. 그런데 최근 조세심판원이 현행 세법상 이 단지는 ‘고급주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인원한남 길 건너에 있는 ‘한남더힐’도 국내 재벌가와 연예인, 자산가 등이 사는 부자 아파트다. 지난해 4월 전용면적 244.75㎡가 120억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나인원한남과 마찬가지로 이 단지도 고급주택이 아니다. 급기야 서울시가 지난달 “현행 고급주택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며 지금 세법을 공개 비판했다.
● A4 용지 차이로 중과세 피해

고급주택은 1975년 1월 사치성 재산 소비를 억제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현행법상 시가표준액주택공시가격이 있다면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서 연면적이 245㎡를 넘는 공동주택은 고급주택으로 분류된다. 복층 구조인 공동주택이라면 연면적 기준이 274㎡로 완화된다.
단독주택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시가표준액 기준은 9억 원으로 같지만, 전체 면적이 331㎡를 넘거나 대지면적이 662㎡를 초과해야 한다. 면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200kg을 초과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면 고급주택으로 분류된다. 만약 에스컬레이터 또는 67㎡ 이상 수영장이 설치되었다면 면적과 가격과 상관없이 고급주택으로 본다.
이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취득세 중과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고급주택으로 분류되면 표준세율3%에 중과기준세율2%의 4배인 8%를 추가한 취득세율11%을 적용받는다. 100억 원짜리 주택을 샀다면 고급주택 여부에 따라 취득세로만 8억 원이 오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값비싼 주택을 지을 때 고급주택 면적 기준보다 근소하게 작게 짓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면적 기준에 미달하면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문턱 효과’를 노린 것이다.

초고가 단지에서 전용 244㎡와 273㎡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41㎡는 복층형이라 기준보다 0.59㎡ 작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PH129는 공시가격 기준 국내 최고가 단지다. 2020년 8월에 입주했는데 29채 모두 복층형이고 이 가운데 27채 전용면적이 273.96㎡였다. A4용지 면적0.06㎡보다 작은 차이로 고급주택 중과세를 피했다.
128채 규모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 한강’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1억1500만 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단지에서 평형이 가장 큰 펜트하우스 2채는 전용 244.76㎡다. 가수 아이유가 분양받아 화제가 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은 단층형 22채 전용면적이 243.17∼244.85㎡였다.
전용면적은 245㎡ 이하로 짓는 대신 공용면적을 전용면적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 벽체를 건물 본체와 일체로 세운 후 창호를 설치해 발코니를 거실처럼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발코니 면적은 건축물 연면적 계산 시 제외하는 서비스면적이다. 건설업계에선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게 설계자의 능력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 조세 정의 뒤흔든다는 지적
문제는 단 0.1㎡ 차이로 조세 부담이 극명하게 달라져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거래된 공동주택 중 245㎡ 이상 평균 아파트값은 42억5030만 원으로 240㎡ 이상∼245㎡ 미만 평균 아파트값36억5875만 원 대비 약 16% 높았다. 하지만 245㎡ 이상 거래로 발생한 취득세는 4억6753만 원이었지만 240㎡ 이상∼245㎡ 미만 거래에서는 취득세가 1억976만 원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가격 차이는 16%였지만 세액 차이는 325.9%까지 벌어진 것이다.
취득세 업무를 맡은 지자체에서는 “불합리한 기준”이라는 불만이 크다. 지난해 서울시는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 전용 244㎡ 124채와 복층형 전용 273㎡ 43채를 고급주택으로 분류해 과세했다. 차단문이 설치된 지하 주차장, 창고 등은 공용 공간이 아닌 전용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대로라면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800억 원,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총 1200억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시행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중과 불복 조세심판 청구에서 취득세 중과 취소 결정을 내렸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에서도 같은 이유로 서울시가 취득세를 중과했으나 조세심판원이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대변인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조세심판원은 주택에 대한 현장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며 “1975년 도입돼 50년 전 주택 상황을 반영해 마련된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 단독주택 소유주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국민평형인 전용 84㎡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 면적이 넓다는 이유만으로 고급주택으로 분류되는 건 억울하다는 이유에서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이지만 중과세 대상이 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토지 규모나 해당 지역 지형에 따라 다양한 건축 설계를 구상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지방 프로젝트라면 건축주 요청을 따를 때 고급주택으로 분류되는지를 필수적으로 따지고 있다”고 했다.
● “면적 삭제하고 세율 체계 개편해야”
불합리한 고급주택 기준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여러 대안이 거론된다. 먼저 고급주택 기준에서 면적 기준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A4용지, 아이 손바닥만큼의 차이로 수억 원 세금이 달라지는 데다가 ‘꼼수 설계’를 잡아내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야 하는 ‘행정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격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중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곳은 39만6000채로 전체 14%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1채가 고급주택 중과세 대상인 상황이다.
과세표준을 세분화하고 세율 체계를 ‘초과누진세율’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초과누진세율은 세금 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이 오를수록 세율을 올리되 과표 구간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정하는 구조를 말한다. 국내에선 종합소득세가 바로 이런 구조로 부과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급주택 중과세라는 제도 자체가 징벌적인 성격을 띤다”며 “과거에 도입된 만큼 이를 삭제하고 현행 취득세 제도에 어우러지게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개편 과정을 참고해 관련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는 취득세와 같이 면적 기준이 있었으나 2002년 폐지됐다. 가격 기준은 2008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랐고 이후 2022년 2월 물가, 주택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다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서울시는 올해 6월까지 행정안전부, 한국지방세연구원 등과 함께 고급주택 기준 현실화 연구 용역을 끝마쳐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국회에는 고급주택 기준에서 면적을 삭제하고 가격으로 기준을 통일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서울시 측은 “입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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