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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휩쓰는 K웨이브…관건은 건물주 할아버지?[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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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24-08-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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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랜드의 기세가 대단하다.’ ‘한국 패션이 일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요즘 일본에서 이런 기사가 연이어 쏟아집니다. 올해 3월 젠틀몬스터탬버린즈가 도쿄 아오야마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면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기 때문이죠.

MZ에 핫한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6월 도쿄 다이칸야마역 인근에 단독 매장을 열었고요. 4월 도쿄 시부야의 예전 맥도날드 자리엔 맘스터치가, 5월 오사카 난바 마루이 1층엔 할리스가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무신사는 올 하반기 롯데면세점 도큐플라자 긴자점에 첫 일본 오프라인 매장을 낼 계획입니다. 중저가 커피 브랜드 매머드커피, 화장품 브랜드 논픽션도 현지 정규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죠. 팝업스토어를 열어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확인한 브랜드는 너무나 많고요.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일본의 K컬처 열풍, 좋으면서도 얼떨떨합니다. 중요한 건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거죠. 앞으로 더 가속화될 한국 브랜드의 일본 진출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양승한 크로스보더팀 이사와 남신구 리테일임차자문팀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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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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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1순위, 일본

-올해 들어 패션·뷰티는 물론 토종 식음료 브랜드까지 연이어 일본에 1호점을 내며 진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지금 일본인 걸까요?

양승한 이사=“해외 진출할 때 일차적으로 보는 게 보통 이웃나라잖아요. 시차도 작고 문화적으로 가까우니까요. 불과 10년 전엔 해외 진출은 대부분 중국이었죠. 아모레퍼시픽을 시작으로, 이랜드 같은 패션브랜드들도 중국에 많이 진출했었는데요. 이제 중국에 들어가서 많은 돈 버는 시대가 지났습니다. 지금은 중국으로 나가겠단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홍콩조차 중국으로 보기 때문에, 들어가려는 신규 브랜드가 없고요. 대신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까운 일본이 해외 진출의 1순위로 떠올랐습니다. 인구가 1억2000만명이기 때문에 매우 큰 시장이에요.”

남신구 이사=“해외 진출에 대한 문의가 전보다 정말 많이 늘었는데요. 70~80%가 일본 진출입니다. 패션의 경우, 동남아시아는 계절 이슈가 있어요.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옷을 계속 만드는데, 동남아는 매출 높은 겨울옷 판매가 적잖아요.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리스크가 확인된 거고요. 유럽이나 미국으로 나가자니 물류 문제가 있고요. 한국 시장은 너무 작으니까 해외로 나가야 하겠다고 판단했을 때, 현재로선 일본이 가깝고 소비력도 좋고 여러모로 한국과 비슷하니까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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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한=“최근 1~2년 동안 급격하게 일본 진출이 늘어난 데는 당연히 엔저 영향도 있어요. 일본에서 매장 하나 오픈하는 데 4000만엔이 드는 경우, 과거 엔화가 비쌀 땐 5억원이었지만, 지금은 3억원대에 가능하니까요. 또 한국이 이제 일본과 소득수준이 똑같이 올라왔어요2023년 1인당 GNI 한국 3만6194달러, 일본 3만5793달러. 20년 전 한국이 국민소득 1만 달러대이던 땐 일본 가면 모든 게 너무 비쌌지만, 지금은 그 반대잖아요. 우리나라가 물가도, 국민소득도 다 올라왔단 말이죠. 일본에 진출하는 게 훨씬 부담이 없어졌어요.”

-일본이 이젠 비싼 선진국이란 느낌이 더는 아니로군요.

양승한=“게다가 일본엔 외국인 관광객이 밀려오고 있죠. 엔저뿐 아니라 소비세 10% 환급까지 해주니 웬만한 물건은 일본이 확실히 싸거든요. 관광객 쇼핑이 급증하니까 한국뿐 아니라 다른 외국 브랜드도 일본에 추가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출 비용이 전보다 낮아진 데다, 일본에 와서 볼 때마다 사람에 치일 정도로 쇼핑객이 많으니까요. 일본은 전통적으로 온라인 리테일보다는 오프라인 중심이거든요. 코로나 때도 일본 오프라인 리테일은 견조했어요.”

외국인 관광객 급증한 일본



OTT발 4차 한류붐

-지금 상황을 일본의 ‘4차 한류 붐’으로 설명하기도 하더군요.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OTT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 붐이 일고 있다는 거죠.

남신구=“예전에 면세점 쇼핑하고 명동 가던 관광객들 패턴이 달라졌어요. 본인이 열광하는 K컬처나 K팝 흐름을 따라가죠. 지난해부터 성수와 한남의 한국 패션·뷰티브랜드 매장에서 관광객 매출이 엄청나게 터지고 있거든요. 그 결과 한국 브랜드들이 ‘우리가 일본에 먹히는구나’라고 깨닫고 일본 진출을 생각하게 됐고요. 또 일본 유통사도 일본 젊은 세대가 한국 브랜드를 너무 좋아하니까, 지난해 여름부터 ‘같이 나가는 게 어떻겠니’라고 제안하기 시작했어요. 양쪽 니즈가 맞아떨어졌고, 먼저 ‘팝업스토어’로 즉각적으로 테스트하는 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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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의도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하는군요. 뜨는 한국 브랜드들이 거기 모여 있어서.

남신구=“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같은 유의 브랜드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MZ세대에 인기를 끌다가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도 터지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다 터졌으니 일본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점을 진행하는 거예요. 이건 처음 보는 패턴인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지금 콘텐츠가 부족하기는 해요. 옛날엔 해외를 안 나간 브랜드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유통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한국에 들어올 게 또 뭐 있어요?’였는데요. 이제 들어올 만한 브랜드 수가 줄어들었어요.”

-이미 들어올 브랜드는 다 들어왔군요.

남신구=“어느 나라이건 MD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마련인데, 마침 한국이 떠오른 거예요. 그래서 너도나도 이걸 받아들이고 싶어 하죠.”

-잘 실감이 안 나요.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을 ‘힙하다’고 생각한다더라고요.

양승한=“과거엔 한국이 일본 트렌드를 따라갔지만, 이제 완전히 역전됐죠. K팝과 함께 넷플릭스 같은 OTT 영향이 큽니다.”

남신구=“넷플릭스를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먹는 거, 저거 뭐야?’라고 식음료가 떴고요. 또 ‘한국 여자들 피부 왜 이렇게 좋아’라면서 한국 피부과에 가서 주사를 싹 맞고 가죠. 예전에 1000원짜리 마스크팩을 사던 것에서 바뀐 겁니다.”

일본 건물주를 설득하라

-일본이라고 하면 왠지 느낌상 보수적이고 깐깐할 것 같고, 일본 자국 브랜드를 더 선호할 것만 같은데요.

양승한=“지금 일본은 극단적인 임대인 우위의 시장입니다. 즉, 아예 자리가 없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다 일본에 들어오려고 하니까요. 원래도 핵심 상권엔 물건이 별로 없었는데, 코로나로 좀 나왔던 게 2022년 말부터 2023년까지 거의 다 소진됐어요.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가격대 좀 있고 감도 높은 브랜드들이 일본 진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열심히 매장 자리를 찾았는데요. 괜찮은 게 나와도 본인들이 계약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보통 한 자리를 놓고 의향서가 4~5개가 들어와서 경쟁을 펼쳐야 해요. 임대인님 간택을 받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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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단지 임대료를 높게 부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브랜드인지를 어필해야 하나요?

양승한=“일본 진출에서 가장 어려운 게 그 점이에요. 그런 건물의 주인은 법인 또는 자산가들이잖아요. 일본 자산가들은 나이가 많습니다. 보통 70~80대이죠. 그래서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일단 해외 브랜드보다는 일본에서 오래 영업하고 안정적인 자국 브랜드를 훨씬 선호하고요. 또 여전히 한국이 자기네보다 못 산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엄청 잘 나가고 유명한 브랜드라고? 나는 모르겠어’라는 거죠. 그런 식으로 고배를 마신 적이 여러 번 있어요.

지금 일본에 진출하는 브랜드 중에도 한국에서 정말 잘 나가고 자금력 좋은 여러 기업이 있는데요. 일본에는 첫 진출이란 말이죠. 첫 진출이면 우리 쪽이 증명해야 하는 게 매우 많아요. 임대인 입장에선 임대료가 높은 것도 좋지만 들어와서 안정적으로 쭉 운영하는 게 중요하니까 말이죠. 그래서 시스템이 갖춰진 기업이 아니면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성수동에서 핫한 그런 한국 패션브랜드들은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고, 대기업도 아니니까요?

양승한=“그래서 보통 그런 브랜드는 팝업 스토어로 처음엔 많이 시작하죠. 팝업으로 반응을 보고,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게 일반적인 루트이긴 합니다.”

-도쿄 시부야에 1호점을 낸 맘스터치도 그 전에 팝업스토어로 인기를 끌었죠.

양승한=“맘스터치는 좀 의외이긴 했어요. 1호점을 낸 그 시부야 자리가 굉장히 비싼 자리거든요. 일본은 30~40년 된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식음료 매장이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 별로 없어요. 임대인들이 식음료 브랜드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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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난다고 싫어하나요?

양승한=“임대인들은 조리 시설 필요 없고 깔끔한 소매점을 더 선호하죠. 그런 점에서 맘스터치 자리는 귀한 자리인데요. 임대료도 상당히 비쌀 텐데, 1호점에 과감하게 투자한 거죠. 그렇게 터뜨려서 화제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일본에 가맹점을 쫙 오픈하는 게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가 할리스의 오사카 난바 1호점 출점을 지원했는데요. 일본 진출은 ‘한국의 그냥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하게 나가는 커피 브랜드다’라는 인상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일본, 그 중에서도 오사카니까요.”

아오야마가 뜨는 이유

-사실 지금 일본 소비시장을 떠받치는 건 외국인 관광객이죠. 과연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까요?

양승한=“물론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일본과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 거고, 그럼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죠. 다만 그렇다 해도 100엔당 1000원 이상으로 올라가진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인데요. 엔화 환율이 900원대라고 해서 관광객 물결이 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라면 일본에서도 어느 상권을 눈여겨봐야 할까요?

양승한=“감도가 높은 브랜드라면 예나 지금이나 오모테산도 지역일 텐데요. 오모테산도 길은 명품 매장이 늘어서서 좀 무겁죠. 임대료가 긴자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역입니다. 1층 기준으로 평당 500만원쯤 하죠.

그 길 남쪽 끝으로 가면 거기가 아오야마인데요. 한국으로 치면 한남동 같은 느낌이죠.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으면서도 너무 번잡하지 않달까요. 특히 젠틀몬스터가 그 아오야마에 오픈했으니, 그게 기준이 돼서 한국 브랜드는 다 거기만 보고 있죠. 그래서 거기도 저희가 작년부터 열심히 찾아봤는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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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낼 자리가 없어요?

양승한=“자리가 나와서 시도하면 이미 건물주가 4~5개 제안 들어온 걸 검토 중이죠. 다 난다긴다하는 브랜드들이요. 또는 좀 괜찮은 자리는 이제 재개발 시작해서 건물 부수고 땅 파는, 2~3년 뒤에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죠.”

-앞으로 곧 일본에 진출한 예정인 브랜드는 뭐가 있나요?

남신구=“진짜 많은데, 아직 공개한 곳은 많지 않아요. 일본에서 팝업스토어를 했던 브랜드는 대부분이 정식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럼 내년쯤에 도쿄에 가면 여기도 한국 브랜드, 저기도 한국 브랜드, 이렇게 될까요?

남신구=“많이 모이고 있고요. 더 빠르게 늘어날 겁니다.” By.딥다이브

이제 일본에서 한국 브랜드는 최신 트렌드를 상징합니다. 한국에서 유행한 것이 일본으로 넘어가서 Z세대 인기를 끈다는데요예-MBTI.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지난해 하반기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올해 초부터 한국 브랜드의 일본 정규매장 1호점 진출이 줄을 잇습니다. 해외진출의 1순위로 가깝고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일본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K팝과 OTT발 4차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이유입니다.

-일본 리테일 부동산은 극단적인 임대인 우위의 시장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데다, 보수적이고 깐깐한 일본 임대인의 간택을 받기란 쉽진 않습니다.

-팝업스토어로 이미 일본 내 인기를 확인한 브랜드의 현지 진출이 앞으로 줄을 이을 겁니다. 더 큰 시장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 브랜드를 응원합니다.

*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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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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