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주차장도 없는데 "나가주세요"…입주민 전기차주가 거절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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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인천 청라신도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입주민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입주민대표회의 등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 금지를 의결했다는 단지들이 일부 등장하는 가운데 지상 주차장이 마련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에서는 인근 유료 주차장이나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확보하라는 극단적 의견까지 나온다. 6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와 입주민 카페 등에서는 전기차 지하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는 글도 속속 올라온다. 실제로 서울 지역 한 아파트는 화재 사고 이틀 뒤인 지난 3일 전기차 지하 주차장 출입 금지를 결의했다. 약 500세대 규모의 해당 아파트에는 30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으며 차주 전원이 이같은 조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 의결에 따라 지하 주차장에 설치돼 있던 충전설비는 아파트 단지와 가장 먼 지상 공간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지하 화재 사고시 대형 장비 등의 진압이 어려워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층 건물 지하일 수록 불길이 빠르게 건물을 타고 확산될 수 있고 화재시 발생하는 유독가스 배출도 어렵다. 한국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안전한 전기차 충전설비의 위치는 1. 옥외 2. 별도로 분리된 충전 전용 건물 3. 주차전용 건물 옥상 4. 건물 내지상 5. 건물 내지하 순이다. 안전기준은 또 전기차 충전설비를 가급적 지하에 설치하지 않도록 하고 부득이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지하2층 이내 건물 입구 또는 경사로 근처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지상에 주차 공간이 없는 신축 아파트다. 최근 준공된 신축 단지들은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하며 주차장을 전면 지하화한 경우가 많다.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 제한을 두고 입주민간 갈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전면 지하 주차 아파트인데 전기차를 지상에 대라는 의견이 나온다"며 "유료 주차장에 대라는 말까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파트에 지상 주차장이 없다는 또 다른 글에는 "인근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이라도 확보하라"는 댓글이 달렸다. 일방적으로 주차를 제한하는 단지가 늘어날 경우 입주민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의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공용부분에 대한 조치가 다른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에는 해당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즉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공용부분인 지하 주차장에 대한 출입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전기차주인 입주민이 반대하는 경우 이를 강행할 수 없다. 법원은 과거 일부 입주민이 중형 승합차의 차량 등록 및 주차를 제한한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주차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주차제한 조치가 입주민의 공용부분 사용권을 침해한다"며 중형 승합차 소유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는 "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제한할 경우 재산권 침해에 해당해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출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 대체공간 제공 등 대안을 마련한 다음 주차 제한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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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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