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추워, 몸 데우자" 소주 벌컥벌컥…진짜 위험한 이유 > 경제기사 | economics

대만타이완에서 지난 8일 북극발 한파로 하루 만에 78명이 숨지면서 한파로 인한 하루 사망자 수로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10일 국내에서도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와 한파경보가 내려지면서 매서운 추위가 건강을 위협한다.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대만과 달리 한국은 난방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겨울철 잘못된 습관이 한랭질환과 이로 인한 사망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한파 속 대처가 늦었다간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들과 올바른 대처법을 알아본다.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자 30%는 술 마신 후 발견 한랭질환은 추위가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저체온증 △동상 △동창 △침수병·침족병 등 크게 4가지가 해당한다. 그중 심부체온내부 장기·근육의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진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떨림, 언어 장애, 의식 혼미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경증32~35℃ 저체온증에서는 사지의 떨림 증상이 발생하고, 기억력이 감퇴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체온이 32℃ 이하로 떨어지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31℃ 이하에서는 오한으로 열을 발생하는 능력을 잃는다. 30℃ 이하에서는 맥박이 느려지며, 부정맥 발생의 위험성이 커진다. 심정지를 일으키는 심실빈맥, 심실세동 등 위험한 부정맥이 발생해 심장·호흡기 기능이 떨어지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주변 사람이 체온이 35도 미만이거나 의식을 잃었다면 재빨리 119에 신고해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만약 119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당장 의료기관으로 갈 수 없는 경우엔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따뜻한 장소로 이동시킨 후, 젖은 옷을 벗기고 몸을 담요 등으로 감싸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완전히 차리고 있다면 따뜻한 음료술 제외,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먹게 한다.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말하면서 깨어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랭질환자의 30% 이상은 음주 상태에서 발견된다. 술을 마시면 체온이 떨어지는데도 추위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체온을 끌어올리겠다며 술을 마시는 행위는 금물이다. 술을 마시면 신체에 잠시 열이 올랐다가 급격히 떨어지는데, 술에 취하면 이를 인지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

만약 의식이 없는 저체온증 환자에겐 억지로 음료를 마시게 해선 안 된다. 질식 위험이 커서다. 환자의 맥박이 없거나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119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희 교수는 "저체온증에서 중요한 건 의식 저하로, 몸이 차가워지며 의식이 처지는 경우 빠르게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며 "병원에 오기 전까지 가능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의식이 명료할 경우 달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졸중·부정맥,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의 혈관이 쪼그라들면서 혈압이 더 높아지기 쉽다. 이로 인해 고혈압 환자에게서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또 겨울철엔 평소보다 몸을 움츠리면서 운동량이 줄어들기 쉬운데, 혈액순환이 떨어져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발생 위험도도 높아진다.


실제로 노인 뇌졸중의 대부분은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생긴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은 겨울철 혈압약 복용 스케줄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하며, 평소 혈압을 자주 재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운 목욕을 자주 해 신체 구석구석의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좋다. 단, 고혈압 환자는 냉·온 교환목욕뜨거운 물과 찬물에서의 목욕을 반복은 피해야 한다.

얼굴 한쪽이 마비되고 발음이 어눌해졌다면 뇌졸중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라도 겨울철 과음·폭음은 특히 금물이다. 음주 후 체내에서 분해되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심장 수축 능력을 떨어뜨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각하면 심장마비나 급성 부정맥으로 이어져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심재민 교수는 "한파 때 과음 후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 내 혈전이 생겨 심장마비·뇌졸중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음은 심장뿐만 아니라 뇌·췌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음주 후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액이 몸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이때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뇌졸중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폭음 기준인 남성은 하루 소주 7잔알코올 60g, 여성은 소주 5잔알코올 40g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있거나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거나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겨울철 금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낙상사고 후 고관절 골절, 방치 시 70%는 2년 내 사망 한파엔 꽁꽁 얼어붙은 곳이 적잖다. 특히 조심히 걷는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살얼음블랙아이스 위에서 넘어지기 일쑤다. 특히 노인,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골다공증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골밀도가 줄어들어 뼈가 약해진 상태가 많으므로 사소한 낙상에도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관절이 부러진 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1년 이내 사망률은 25%, 2년 내 사망률은 70%에 달한다. 한번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으로 인해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힘들다 보니 장기간 움직임 제한으로 욕창, 폐렴, 요로감염,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소에 꾸준한 체조나 걷기 운동으로 근육단련을 해둬야 이런 낙상사고로 인한 근육·뼈 손상 위험이 적어진다. 하지만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한파 속 무리할 정도의 달리기 운동을 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달리기는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체중 관리에 효과적인 운동이지만 겨울철 야외 달리기는 추위로 근육·관절이 경직되기 쉬워 부상 위험이 커져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학준 교수는 "날이 추워지면 근육·관절이 굳어지고 혈액순환이 줄어 관절·근육 통증이 심해진다"며 "실제로 길이 얼어붙고 눈이 오는 날 미끄러지고 넘어져 관절을 삐거나 손목·허리·다리·등의 뼈를 다쳐서 내원하는 환자가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집안에서라도 매일 체조를 해 관절운동을 충분히 해두고, 외출할 땐 구두보다는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를 골라 신고, 골밀도가 떨어지는 노인은 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걷는 게 안전하다.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추위가 심해질수록 통증도 심해진다. 이런 사람은 매일 더운 목욕을 하거나 뜨거운 찜질을 하는 게 관절 경직을 막고 관절염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된다.

겨울철 실내에서 운동할 땐 운동 전 워밍업, 운동 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러닝화 선택 역시 부상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과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500~800㎞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 머니투데이 amp;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