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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라던 상가의 몰락…강남 아파트도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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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5-02-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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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가에 임대 공고문이 붙어 있다./장련성 기자

7일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가에 임대 공고문이 붙어 있다./장련성 기자

81가구 분양에 3만5800여 명이 몰려 ‘로또 아파트’라 불렸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의 신축 아파트 메이플자이. 아직 ‘미분양’ 물건이 남아 있다. 이 아파트 상가 213개 점포 중 조합원 물량을 뺀 59개 일반 분양 점포27% 얘기다. 사실상 분양 대상이 된 상가 전체가 미분양이 난 셈이다. 이 단지 재건축조합은 59개 점포에 대해 지난달 ‘일괄 매각’에 나섰는데, 보름 넘게 입찰 업체가 없어 유찰됐고, 2차 입찰을 진행 중이다. 조합 측이 일반 분양이 수월하지 않을 걸 우려해 ‘통매각’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아파트 경쟁률은 442대1인데, 상가 경쟁률은 ‘제로’다. 조합원 가구 포함 3000가구, 거주민만 1만여 명에 이를 대단지인데도 아무도 상가는 거들떠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상가가 무너지고 있다. 한때 안정적인 수익률 덕에 ‘로또’에 비견될 만큼 안정적인 노후 투자 자산으로 여겨졌지만 경기 침체에다 온라인 유통이 득세하면서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차태회 부동산R114 연구원은 “공실률이 높아져 임대료는 낮아지고 처분이 어려워지면서 상가가 빈 채로 방치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배달음식에 무너진 상가… 카페·미용 업종만 버텨


소비문화는 코로나 때 ‘비대면 소비’가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았다가 엔데믹으로 일상이 회복됐지만, 상가는 회복은커녕 더 비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국 모든 상가중대형 공실률은 13.03%로 집계됐는데, 코로나가 발생했던 2020년 4분기 12.7%보다 높다. 상가의 임대 수익률은 반대로 10% 이상 하락했다. 보통 수익률 4% 정도를 투자의 마지노선으로 보는데, 작년 상가 수익률은 3.16%에 불과했다. 최근 금리가 5% 전후로 훌쩍 뛰면서 상가 월세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기피 자산’ 된 상가

대표적인 노후 재테크 수단이었던 상가는 ‘기피 자산’이 되고 있다. 전직 공무원 김모65씨는 2019년 6억원 대출을 받아 경기 광명의 한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를 9억원에 분양받았는데, 2023년부터 2년 넘게 임차인을 못 구해 비워두고 있다. 김씨는 “분양 때보다 금리가 많이 올라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이 18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100만원이나 뛰었다”며 “노후를 위해 큰맘 먹고 마련했는데, 은행 빚 내기 위해 일용직을 뛰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상가를 사고파는 사람도 줄어 매매량이 2020년 3분기 7714건에서 작년 2830건으로 63.3% 급감했다.

최근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상가 조합원들이 “재건축 때 상가 말고 아파트를 지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생겨난다. 상가 수익성이 떨어져 지금 갖고 있는 상가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개포주공 1단지, 은마아파트 등에선 상가 조합원들과 아파트 조합원 간 갈등이 벌어져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이어졌다.

지난 7일 경기도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안의 상가가 입점한 점포가 거의 없이 텅 비어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데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문화가 바뀌면서 지역과 유형을 가리지 않고 상가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장련성 기자

지난 7일 경기도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안의 상가가 입점한 점포가 거의 없이 텅 비어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데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문화가 바뀌면서 지역과 유형을 가리지 않고 상가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장련성 기자

◇상가는 줄고 배달 기사 급증

최근 수년간 확산 중인 온라인 주문·택배·배달 문화가 상가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5.8% 늘어난 242조897억원이었다.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액이다. 해외 직구 시장 이용액은 7조9583억원으로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서도 온라인 유통사 매출 비율이 50.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해 오프라인을 앞섰다. 반면 한 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로나 때보다 10만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소비자들이 상가 안 분식집·수퍼에 가는 대신 온라인 주문을 선택하면서 배달 기사 수는 크게 늘었다. 배달 플랫폼 배민커넥트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 달간 배달 기사 수가 42만명에 달했는데, 이 역시 코로나 시기 33만명을 넘는 신기록이다. 소상공인들이 못 버티고 나간 상가에는 온라인 주문의 영향을 덜 받는 커피숍이나 피부관리실, 네일숍 같은 미용 관련 시설이 남아 있다. 이종경 신한은행 상업용부동산팀장은 “최근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증가하고 있는 병원·약국 수를 제외하면, 실제 체감하는 자영업자 공실률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상가 몰락 현상이 도미노처럼 지방과 수도권을 거쳐 서울 시내까지 밀려드는 상황에서 반등의 여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 문화의 변화, 장기적인 불황과 고금리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가 공실 문제는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글로벌 부동산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가로수길, 청담동, 이태원, 강남 등 서울 6대 주요 상권의 평균 공실률은 10% 중반대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경기도 하남·남양주 등 수도권 신도시에선 공실률이 40~50%에 달하는 상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이런 상가를 분양받았던 임대인들은 최근 ‘반값’ 월세를 넘어 ‘6개월 임대료 무료’ 같은 유인책까지 내세워가며 임차인을 찾지만 대부분 허탕을 치고 있다. 이석희 부동산원 부연구위원은 “애초에 국내 주요 상권지의 상가 수가 수요에 비해 과하게 공급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도시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가를 공급하는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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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기자 lt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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