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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증 거뜬했는데…만삭의 빨대회사 대표, 콩밭 잡초뽑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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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5-02-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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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무너지는 종이빨대 산업]②김지현 동일프라텍 대표의 고군분투기

[편집자주]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철회했다. 2023년 11월의 일이다. 정부 말만 믿고 종이빨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직원도 뽑은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 변경이 관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친환경 빨대 제조사들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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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경기도 파주의 한 콩밭에서 만난 김지현 동일프라텍 대표. 동일프라텍은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의 바이오가스화를 실험하는 환경부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참여 중이다. 정부가 플라스틱 규제를 연기한 후 이렇게 살길을 찾고 있다. 셋째는 순산했다./사진=김성진 기자.
매미도 덥다고 아우성이었다. 뙤약볕에 머리카락마저 뜨거웠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 기온이 20도를 넘었다. 하지만 동일프라텍 김지현 대표는 두 마지기 밭에 쪼그리듯 앉아 쪽빛 잡초를 뽑았다. 셋째 출산을 보름 앞둔 시점이었다. 이따금 김 대표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배가 불러 있었다.


동일프라텍이 친환경 빨대를 생산한 이유


김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경기도 파주의 동일프라텍 근처 밭에서 만났다. 동일프라텍은 빨대 회사다. 그런데 공장 근처에 밭을 매입해 콩을 심고 생산한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들을 묻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땅에 묻을 시 썩어 없어지는 플라스틱이다. 옥수수 등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든다. 동일프라텍은 10년 가까이 일반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다가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예고하자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를 개발했다. 적잖은 투자 끝에 2019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음료에 담가도 빨대가 눅눅해지지 않는다. 맛도, 냄새도 없다.

일각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비판하지만 옛날 얘기다. 동일프라텍의 빨대는 땅에 묻어 90일 내에 완전히 썩어 없어지고 그 땅에서 재배한 작물에 유해물질과 독성이 없어 이와 관련한 오스트리아의 TUV 인증을 획득했다. 유럽에서도 까다롭다고 소문난 인증이다.


어떻게 개발했는데..정부의 귀띔 없는 규제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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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규제 타임라인/그래픽=윤선정

정부는 2019년에 친환경 정책 일환으로 일회용품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식당·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단속한다는 구체적인 규제를 2021년에 발표했고, 제도 안착을 위해 1년의 계도 기간을 가졌다. 규제를 사업기회로 받아들여 전국에 종이빨대,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 제조사가 생겨났다. 이듬해 정부는 1년, 2023년에는 무기한 규제를 유예했다.


규제가 시행될 즈음이면 주문이 폭주했다. 2022년은 공장 앞이 빨대를 받아가려는 트럭으로 붐볐고 "물량 언제 나오냐", "나부터 달라"는 전화가 쏟아졌다. 정부는 16일을 남기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며 규제를 연기했다. 친환경 빨대 업체들도 큰 회사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 결정을 받아들이고 기다렸다. 동일프라텍도 비용을 들여 생산설비를 늘렸다. 주문이 쏟아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2023년에 규제를 무기한 연기했을 때 업계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받아들였다. 두 차례의 규제 연기 모두 업계에 예고가 없었다. 정부의 발표 당시 김 대표는 서울 카페 박람회에 부스를 차리고 생분해 빨대를 홍보하고 있었다. 인터넷 기사를 보고 규제 연기를 알았다. 한동안 부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회고했다. 옆부스의 종이빨대 기업은 빨대도 내버려두고 항의하러 환경부로 향했다.


출산 후 마취 깬 날도 업무전화 받았는데.."포기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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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빨대 공장 안의 김지현 동일프라텍 대표. 셋째는 지난해 8월 순산했다./사진=김성진 기자.
매출은 10분의 1로 떨어졌다. 주문 취소 전화가 빗발쳤고 환불 요구도 받았다. 규제연기가 발표된 날 매출의 절반을 환불해줬다. 손해는 동일프라텍 몫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출금리 지원을 했지만 동일프라텍은 거절당했다. 일반 플라스틱 빨대 제조 설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는 수요 급감으로 재고 소진도 어렵다. 김 대표는 밭마저 매입해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를 비료로 쓸 수 있을지 실험 중이다. 어떻게든 살길을 찾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음식물쓰레기와 섞어 바이오가스 연료로 활용하는 환경부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참여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에 셋째를 순산했다. 세 자녀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빨대를 구매해주는 식당과 카페가 일부 있지만 투자 손실을 메우기에도 역부족이다.

김 대표는 "둘째를 출산했을 때 조리원에서 마취가 깬 날에도 업무전화를 받으며 회사를 키웠다"고 강조한 뒤 "친환경 소비를 하려는 서울 성수동 카페들과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이 꾸준히 주문을 하고 캐나다와 호주에 수출도 했다"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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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경기=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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