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왕고래, 시작부터 정치논리 휘말린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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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원탐사 실패 가능성 큰데도
성급하게 발표해 기대감만 부풀려”
가스公 등 관련테마주 일제히 폭락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번 시추가 시작부터 정치 논리에 휘말린 게 ‘독’이 됐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초기 자원 탐사의 경우 실패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에 대한 적절한 소통 없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과학적·경제적 검토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함몰됐다는 것이다.
자원 개발·지질학 분야의 다수 전문가는 “지질구조 등 시추에 필요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결과를 마치 확신해서 발표한 것부터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대통령이 직접 매장량이 최대 14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얘기다. 통상적인 자원 개발 과정에서 1차 탐사부터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개발 초기 단계에는 ‘조사 시추’를 통해 지질구조, 지질층 내 가스 포화도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원이 묻혀 있을 위치의 범위를 좁혀가는 것이다.
성급했던 지난해 6월 프로젝트 발표처럼 이번 1차 탐사 시추 결과 발표도 갑작스러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올 5∼6월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혀왔으나 6일 돌연 간담회를 열고 1차 시추에서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추가 시추를 위한 프로젝트 동력이 꺾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동해 가스전 역시 수십 번의 시추를 거쳤으나 성공한 것은 몇 차례”라며 “가능성이 높은 광구 순서대로 시추하는 것이 순리인데, 정치 논리로 예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질학과 명예교수는 “당장 국내 시추선도 없어 외국에서 빌려야 하는데, 추후 시추에 필요한 예산이나 장비를 정부가 단기간 내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왕고래 프로젝트 좌초 위기에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전일 대비 13.82% 내린 3만5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6월 20일 장중 6만4500원까지 올랐으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가스관 부품업체 화성밸브―16.26%, 강관 제조업체 넥스틸―11.22%, 유전 펀드인 한국ANKOR유전―17.57% 등 역시 10%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해당 테마주들은 지난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발표 후 급등세를 보이면서 기존 주가 대비 2∼3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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